"개인주의자 둘이 만나 잘 조율된 생활이 행복한 결혼생활' 이지 않을까요?"

20대: 딸이 "난 결혼해도 애 안 낳을거야"

50대: "그래라~ 나도 20년 넘게 결혼생활해보니 예전하고 생각이 달라 지네. 무엇보다 소중한 너의 인생인데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을 꼭 따라갈 필요 없지."

20대: "어? 웬일? 전에는 할머니랑 이구동성으로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해볼 거 다해봐야 한다며 꼭 하라더니"하는 의혹어린 표정으로 날 쳐다보며 결혼해도 자신들 먹고 살 것도 걱정되고 대한민국에서 애를 키운다는 건 너무 힘들게 느껴진다고 한다. 무엇보다 부모들의 일 중독자같은 삶을 보며 "난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결심했다고 한다.

50대: 아! 역시 요즘 애들답게 똑똑하다. 난 40대가 되어서야 겨우 깨달은 것을.....중3때 딸이 나에게 자신은 부모처럼 살지 못할 거 같다고 했을 때 이해를 못했다. 본능적으로 "나? 내가 어때서? 이만하면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근면성실하게 사회생활까지 병행하고 있는데"라는 생각에 요즘 애들 이상하다고만 생각하고 말았다.

하지만 어느 날 부터 남편의 성실함은 고루함으로, 자신의 부모님 때문에 근심 가득한 일상이 나와 이룬 내 가정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면서 남편에 대한 지지와 격려하는 마음은 점점 사라지고 삶이 지치고 재미없어 졌다. 그러던 어느날 딸이 이런 내 모습을 보며 '어른되면 저렇게 되는 거구나. 결혼해서 부모가 되면 저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는구나' 하며 어른과 결혼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봤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20대: 가장 행복한 결혼생활은 개인주의자 두 사람이 만나 잘 조율된 생활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면 서로 세워 놓은 규칙을 잘 지키고. 뭐랄까...서로의 시간을 포함해 영역을 존중해 주는 생활이라고 생각한다.

50대: 20년 넘게 맞벌이를 하면서도 남편과 나의 하루 그리고 365일은 너무나 달랐다. 물론 남편도 도와 주려 했다. 전에는 그런 남편에 대해 "그래도 사람은 착하니까"라며 위안 삼았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나의 대단한 착각이었다.

결혼생활이란 도와 주는게 아니라 당연히 모든 걸 같이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 아들에게는 자신이 입고 쓰고 한 것에 대한 세탁, 청소, 요리 등을 가르쳤다. 결혼하면 아내를 도와 주는것이 아니라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하는 것으로 인지시켰다.

마지막으로 50대 중반인 남편을 자주독립생활인으로 만들기 위해 다소 늦었지만 본격적으로 집안 일을 알려 주었다. 제일 못하고 더디었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공부만 하라고 했지, 20살 넘으면 자기 앞가림과 뒷치닥거리를 위한 생활 지식을 가르키지 않고 결혼시켰기 때문이다. 오랜 시행착오끝에 지금은 잘 하는 편이다. 하지만 가끔씩 얼굴 표정은 "내가 이 나이에 왜 이걸해야 하지" 표정이다.

결혼생활 25년차가 되니 부부는 결혼생활을 통해 서로에게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방적으로 의지하거나, 일방적으로 돕는게 아닌 각자의 영역에 대해 배려하고 존중하는 삶이어야 한다. 여자가 불행하면 남자도 행복할 수 없다. 바보온달과 평강 공주 코스프레는 이제 그만! 그리고 자식세대들에게 내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전형적인 여성상, 남성상도 물려 주지도 강요하지도 말아야 된다. 남자, 남편, 아빠, 아들이 처자식을 먹여 살리려고 태어난 사람이 아닌 것처럼.

 

저작권자 © 자투리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