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바이든의 당선이 유력시 되면서 세계경제의 불협화음이 상당부분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국제협력을 중시하는 바이든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국제통상환경을 개선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 당선자 최종 확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남아 있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견지하던 트럼프 시대가 마감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유진투자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미국경제에는 중립적이나 이머징을 비롯한 세계경제는 트럼프 시대와 달리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며 "가장 큰 구도는 갈등보다는 협력이 우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당선 시 자유무역과 공정무역을 지지하겠지만 자국 우선주의도 유지할 것이라며 종합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주별 판세를 분석한 결과, 바이든 후보가 대의원 과반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하이투자증권 

◆ 바이든 당선 유력 소식에 증시 상승세…변동성은 여전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가운데 국내 및 아시아증시가 불확실성 해소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5일 오전 9시13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0.52포인트(1.29%) 오른 2,387.84을 기록중이다.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 역시 일제히 상승 출발했다. 중국 증시에서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장 대비 28.14포인트(0.85%) 오른 3305.58로 개장했다. 대만 증시에서 대만자취안지수도 전장 대비 10.11포인트(0.08%) 뛴 1만2878.01로 출발했다. 앞서 개장한 일본 증시도 주요 지수인 닛케이225지수가 전장대비 80.97포인트(0.34%) 상승한 2만3776.20으로 출발한 뒤 장중 상승폭을 1%대까지 끌어올렸다.

지난밤 뉴욕 증시는 주요 기술주를 중심으로 상승했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1.34% 올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20%,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85% 각각 상승했다.

하지만 불안요인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분간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재선 도전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이 대선 개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무더기 소송전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선 불복이 있었던 지난 2000년에도 변동성이 확대된 바 있다"며 "국내 증시는 호재와 악재의 영향으로 변화폭이 큰 가운데 개별 업종에 따라 차별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초박빙 승부를 펼친 미국 대선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는 가운데 코스피가 5일 상승세로 출발한 뒤 장 초반 1%대로 상승폭을 확대했다.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 역시 일제히 상승 출발했다. 자료=우리은행 트레이딩부

◆ 한국 수출여건 개선…미 달러 약세기조 강화

다자주의를 중시하는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시대가 현실화되면 한국경제는 이머징 가운데 가장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한국-중국-미국으로 이어지는 교역 가치사슬이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수출은 세계 교역량에 탄력적이다. 바이든 시대에 세계 교역량이 회복되면 한국 수출은 지난 2 년간의 역성장에서 탈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블루 웨이브는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실패로 세계경제 불안요인이 완화됨에 따라 미 달러지수 하락 및 이머징 경제로의 자금유입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료=유진투자증권
자료=유진투자증권

◆ 바이든 당선시 한국 성장률 0.4%p 올라…수출도 2.2%p↑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는 편이 한국 경제에 더 낫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바이든 당선시 한국 경제 성장률에 최대 0.4%포인트 더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상하원 선거 결과에 따라 바이든 당선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0.1%p 정도로 축소될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트럼프보다는 바이든이 한미 양 경제에 이익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국내 정책으로 경기가 부양되는 경우 한국의 수출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민주당이 무역 개입을 자주 하기에 전통적으로는 관세가 높아지는 등 한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는데, 트럼프 정부가 공화당 정부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보호무역 정책을 펼쳐 왔다"며 "그런 면에서 트럼프보다 바이든이 보호무역이지만 강도는 약할 것이고, 한국에 더 긍정적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지난 2일 보고서에서 바이든 당선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최대 0.4%p 끌어올릴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 미·중 무역분쟁 갈등 수위 완화되나

세계경제 측면에서 바이든 미 대통령 시대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영역이다. 그러나 미중 간의 패권전쟁 2.0. 시대는 트럼프 집권기와 달리 불필요한 마찰(관세인상 및 기업 규제)보다 중국의 변화를 유도하게 하는 원칙적 대응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중국정부가 트럼프시대보다는 협조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미중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았다. 미중 갈등은 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부정적인 요인이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을 미국의 약탈자로 규정하고 관세를 포함한 광범위한 조치들을 통해 갈등 관계를 형성해왔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 또한 보호무역기조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경제의 긴장관계가 당장 해소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바이든 후보는 중국을 겨냥해 “불공정한 보조금으로 미국 제조업을 약화시킨 국가들에 맞설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 美 경기 부양책 규모 축소 가능성

미 상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이 백악관을 민주당에 내줄 것으로 보이지만 소규모 경기부양책 주장을 견지할 가능성이 크다. 하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한 민주당과의 갈등으로 인해 경기부양책 시행 시기가 지연되거나 규모가 1조달러 초반대로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KB증권 김두언 연구원은 "바이든 당선시 공화당이 우세한 상원과의 마찰로 연내 경기부양책 통과가 지연되고 이로인해 2020년 4분기 성장률 하락을 예상할 수 있다"며 "또한 2021년 2월말 예정된 예산안 (부채협상) 합의 과정에서 백악관과 상원 간의 마찰이 불거지며 경기 부양 규모 축소와 시기 지연 등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 환경 규제 새로운 이슈 등장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무역규제에서 환경 이슈가 새롭게 대두될 전망이다. 바이든 후보는 기후 관련 산업에 향후 4년 간 2조 달러(한화 약 228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특히 전력 분야에선 오는 2035년까지 ‘탄소배출 제로(0)’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업종별로는 그린산업 육성 공약에 따른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해 태양광·풍력·수소업종의 수혜가 예상된다. 

반면 대형 기술주들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후보는 21%인 법인세율을 28%로 인상하고 무형자산의 세율을 높이는 등 적극적 증세에 나서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대형 기술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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