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폰12 프로 1주일 사용기
"예쁘면 다야? 그래, 예쁜게 최고야!"

 애플의 신작 ‘아이폰12’와 ‘아이폰12 프로’가 국내 시장에 정식 발매된 지 약 1주일 여가 흘렀다. 이번 아이폰은 공개 전부터 여느 해보다 많은 구매 대기 수요로 큰 이목을 끌었다.

3년 전 발매돼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아이폰8, 8+, X 의 교체 시기가 다가왔다는 점과 사전 유출을 통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과거 각진 디자인으로의 회귀가 예고돼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수요를 증명하듯 지난 달 23일 자정부터 시작된 사전예약은 단 몇 분만에 준비된 물량이 바닥을 보였다. 이후 예약 분량은 발매 1주일 후로 배송이 미뤄지는 등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됐다.

 다행히도 사전예약 전쟁에서 가까스로 승리한 덕분에 아이폰12 프로 그래파이트(흑연) 모델을 구할 수 있었고 발매 당일인 지난 달 30일에 물건을 받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1주일 간 아이폰12 프로를 사용하며 느낀 장단점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장점 하나, 값어치를 하는 고급스러운 디자인

 이번 아이폰의 가장 큰 화두를 꼽으라면 애플은 5G를 꼽겠지만 많은 소비자들은 디자인을 꼽을 것이다. 발매 전부터 과거 아이폰4, 5 시리즈의 각진 측면 디자인이 돌아온다는 설이 기정사실화돼 있었다. 수 많은 전문가의 견해, 그리고 유출된 디자인 사이에는 크고 작은 차이점이 존재했지만 각진 측면 디자인이 돌아온다는 설 만큼은 일치했다.

 기대에 부응하듯 아이폰12는 시리즈 전 모델이 각진 디자인으로 찾아왔다. 특히 프로 라인업은 스테인레스 재질이 측면에 채택돼 한껏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후면은 전작에서 호평을 받은 무광 유리 재질을 채택했다. 실물을 보는 순간 이게 어떻게 유리를 깎아 만든 재질일 수 있냐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여기에 개성 넘치는 4가지 색상이 마무리를 장식한다. 전작의 ‘스페이스 그레이’를 잇는 검은 계열 색상 ‘그래파이트(흑연)’은 전, 측, 후면이 조화를 이루어 높은 일체감을 보여준다. ‘실버’ 색상은 다른 색상과 달리 측면 스테인레스 재질에 별도의 코팅이 들어가지 않아 스테인레스 그 자체의 반짝임을 자랑한다.

이번 시리즈에서 새로이 추가된 ‘퍼시픽 블루’ 컬러는 제품 이미지 상에서 보기에는 파란색과 남색 사이의 어딘가를 띄고 있다. 그러나 실물을 보면 무광 유리 재질과 합쳐져 근처의 광원 상태에 따라 회색 빛이 돌기도 하는 오묘한 색감을 보여준다.

 

 돌아온 각진 측면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측면 스테인레스, 후면 무광 유리 재질에 네 개의 균형 잡힌 색상이 조화를 이뤄 아이폰12 프로는 여태껏 나온 모든 아이폰과 비교해 손에 꼽히는 디자인을 자랑한다고 평가받고 있다.

특히 실물을 접한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사진이 실물을 담아내지 못한다.’ 라고 평할 만큼 악평을 찾아보기 힘들다.

 

장점 둘, LiDAR 센서 탑재로 인한 인물사진 모드 퀄리티 개선

 아이폰12 프로와 프로 맥스 모델에는 LiDAR(라이다) 센서가 탑재됐다. 라이다 센서는 레이저를 쏘고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3차원 공간의 물체의 위치를 측정하는 역할을 한다.

카메라 렌즈 너머로 바라본 세상은 한쪽 눈 만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에 2차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라이다 센서를 통해 얻은 공간 정보와 결합한다면 3차원으로 한 차원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 라이다 센서 탑재는 아이폰의 ‘인물사진 모드’와 결합해 큰 시너지를 불러일으켰다.

 인물사진 모드는 아이폰 기본 카메라 어플에서 지원하는 촬영 방식 중 하나이다. 이 모드를 이용해 사람을 촬영하면 소프트웨어 상에서 사람의 윤곽을 인식하고 뒷 배경을 흐리게 만들어준다. DSLR을 이용해 사진을 찍을 때 뒷 배경이 흐려지는, 아웃포커싱이라 불리는 효과를 소프트웨어 상에서 후보정으로 비슷하게나마 지원하는 셈이다.

 

인물사진 모드로 촬영한 음식사진
인물사진 모드로 촬영한 음식사진

 아이폰X 이후로 카메라 렌즈가 2개 이상 달린 아이폰에서는 사람이 2개의 눈으로 물체의 거리를 파악하는 것과 같은 원리로 사진 속 물체의 거리를 짐작한 후 더욱 정확하게 뒷 배경을 흐리게 만들 수 있었다.

이 덕분에 기존에는 사진을 촬영한 후 사람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제외한 부분을 흐리게 만들었다면, 이제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어떠한 물체가 있다면 뒷 배경과 분리해 해당 물체만을 부각시킬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변화 덕분에 사람들은 인물사진 모드로 음식, 동물 등 다양한 피사체를 찍을 수 있었다.

 

빨대 인식에 실패해 빨대를 배경과 함께 흐리게 만든 사진
인물사진 모드로 찍은 컵과 빨대 사진. 빨대 인식에 실패하여 빨대가 배경과 함께 흐려졌다

 그러나 2개의 렌즈로 공간을 파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 특정 경우에는 뒷 배경을 제대로 흐려내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빨대 샷’이라고 불리는 사진이 있다.

‘빨대 샷’이란 빨대가 꽂혀 있는 컵을 찍을 때 컵 만을 피사체로 인식해 컵을 제외한 뒷 배경을 흐리게 만드는 바람에 빨대까지 함께 흐려진 사진을 뜻한다.

 

좌 : 일반 카메라 모드로 찍은 사진 / 우 : 인물사진 모드로 찍은 사진.이제는 우측의 빨대가 흐려지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좌 : 일반 카메라 모드로 찍은 사진 / 우 : 인물사진 모드로 찍은 사진.이제는 우측의 빨대가 흐려지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라이다 센서의 탑재로 보다 공간 인식 기술이 향상돼 이제는 제대로 빨대를 구분해낼 수 있게됐다.

한 온라인 게시판에는 이러한 변화를 환영하며 빨대가 꽂힌 컵을 찍은 인증샷이 앞다퉈 올라왔다. 빨대 뿐만 아니라 여러 상황에서 보다 정확하게 공간을 인식해 배경을 흐리게 만들 수 있게 돼 인물사진 모드의 효용이 증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점 셋, 훌륭한 프로세서 성능과 여전히 최상급인 화면 수준

 언제나 그랬듯 이번 아이폰 역시 타 기종과의 비교가 무의미할 만큼 높은 성능으로 출시됐다. 성능을 비교할 대상은 자사의 전작 기종 뿐이라고 언급할 만큼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한다.

화면 수준 역시 여전히 최상급이다. 색 재현율과 명암비는 여전히 훌륭하며 해상도 역시 충분히 높다. 그러나 최근 대부분의 스마트폰에 탑재된 120Hz 주사율이 빠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단점 하나, 사라진 충전기 어댑터와 이어폰. 생색은 애플이, 피해는 소비자가

아이폰12 발표 영상 캡쳐
아이폰12 발표 영상 캡쳐

 애플은 아이폰12를 발표하며 ‘환경을 위해’ 충전기 어댑터와 이어폰을 더 이상 동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미 전 세계에는 20억 개가 넘는 애플 정품 충전기 어댑터와 이어폰이 공급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이를 동봉하는 것은 자원 낭비라고 한다.

또한 충전기 어댑터와 이어폰을 패키지에서 제거했을 때 박스 크기가 기존보다 절반에 가까운 수준으로 줄어드는데 이 덕분에 한 번에 더 많은 아이폰을 운송할 수 있으므로 1년간 45만 대의 트럭이 길거리에서 사라져 탄소 배출량이 줄어든다고 한다.

 애플의 환경을 위한 노력은 인정해줄 만 하다. 최근 몇 년 사이 제품 포장에서 비닐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 가능한 종이로 점차 전환해가고 있다. 또한 제조 협력업체의 공정을 친환경적으로 개선해 연간 탄소 배출량을 200만 톤 이상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번 변화 역시 환경 보호를 위한 일련의 행동 중 하나라고 본다면 납득 가능하다.

 

 그러나 충전기 어댑터와 이어폰을 제외시킨 후 그 부담을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돌린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환경을 위해 충전기 어댑터와 이어폰을 제외시켰으니 그 값어치만큼 가격을 내리거나 필요한 사람만 보다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할인 쿠폰을 동봉하는 식의 정책을 펼쳤다면 일정 부분 납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가격은 기존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충전기 어댑터와 이어폰을 제외시킨 후 환경을 위해 자신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자화자찬 하고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우롱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이미 20억 개가 넘는 애플 정품 충전기 어댑터가 지구상에 공급되었다.” 고 했는데 이 충전기 어댑터들 중 대부분은 아이폰12의 케이블과 호환되지 않는다. 아이폰12의 케이블은 USB-C to 라이트닝 규격을 채용했다. 아이폰 케이블에 USB-C to 라이트닝 규격이 채택된 것은 전작인 아이폰11 시리즈 중 프로 모델에 한정한 것이 처음이었다. 그 전까지는 USB-A to 라이트닝 규격을 채택했고 그에 맞는 충전기 어댑터를 동봉하고 있었다.

 따라서 현재 시중에 공급된 대부분의 애플 정품 충전기 어댑터는 USB-A 규격에 맞춰 제작된 것으로 아이폰12의 케이블인 USB-C to 라이트닝과 호환되지 않는다.

자신들이 판매한 어댑터가 지구상에 20억 개나 있어도 대부분은 새로운 규격과 호환되지 않고 결국 그에 맞는 어댑터를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이러한 사실은 제조사인 애플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이미 지구상에는 충분한 충전기 어댑터가 있다”며 모른척 하는 것은 자신들을 위한 그럴싸한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정말로 애플이 환경을 생각해서 충전기 어댑터와 이어폰을 제외시켰다면 아이폰12의 포트 역시 독자 규격인 라이트닝을 떠나 지구상 수 많은 기기에서 통용되고 있는 USB-C로 전환 했어야 했다.

USB-C 타입으로 전환을 통해 더 많은 기기들 사이에서 케이블이 호환될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효용 증가로 인해 불필요한 독자 규격 케이블을 덜 제작할 수 있어 보다 환경 보호에 기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단점 둘, 전작 대비 줄어든 배터리 용량과 사용시간

 아이러니하게도 아이폰12 시리즈는 전작 아이폰11 시리즈보다 배터리 용량과 사용 시간이 줄어들었다. 아이폰11과 11 프로의 배터리 용량은 각각 3,110 mAh와 3,046 mAh인 반면 아이폰12와 12 프로의 배터리 용량은 2,815 mAh로 약 10% 감소했다.

이는 내부 설계 변화로 배터리가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해외 매체 tom’s guide에 따르면 실제 사용시간은 아이폰11과 11 프로가 각각 11시간 16분, 10시간 24분인 반면 아이폰12와 12 프로가 8시간 25분, 9시간 6분으로 크게 감소했다.

tom's guide가 측정한 아이폰11 시리즈와 12 시리즈의 배터리 시간 비교.
tom's guide가 측정한 아이폰11 시리즈와 12 시리즈의 배터리 시간 비교.

 실제로 전작인 아이폰11을 사용할 때는 하루 종일 사용하더라도 배터리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 일이 크게 없었던 만면 아이폰12 프로로 교체한 이후 5G가 아닌 LTE로 사용했음에도 배터리가 빨리 닳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폰X와 Xs, Xr과 비교하면 아이폰12 시리즈의 배터리가 크게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전작인 아이폰11 시리즈가 유독 훌륭한 배터리 성능을 보여주었기에 기존 수준으로 돌아온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단점 셋, 여전한 카메라 플레어 현상

 이번 아이폰에서도 카메라 ‘플레어 현상’은 개선되지 않았다. 플레어 현상이란 빛이 카메라 렌즈를 통과하면서 내부 반사를 일으켜 산란되거나 허상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강한 광원을 가진 물체를 촬영할 때 허공에 광원의 형체와 동일한 잔상이 남게 되는 것이 대표적인 증상으로 ‘고스트 현상’ 이라고도 불린다.

 이러한 결함은 아이폰X 부터 지속돼 아이폰11 시리즈에서 극에 달했다. 카메라 성능을 전면으로 내세워 마케팅 했음에도 정작 기본적인 결함조차 해결하지 못해 소비자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달을 찍었을 때 생긴 플레어 현상
실내 조명을 찍었을 때 생긴 플레어 현상

 그러나 이번 아이폰12 시리즈에서도 플레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위의 사진과 같이 조명, 달 등 주변 대비 광량이 큰 물체를 촬영할 때 근처에 잔상이 남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시리즈 역시 카메라 성능을 강조한 모델임에도 플레어 결함을 해결하지 못한 것은 큰 오점으로 남는다.

 

 이러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아이폰12 시리즈는 높은 판매량을 보이며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 어느때보다 높은 판매량을 기록할 것이란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높은 판매량의 배경에는 ‘디자인 개선’이라는 이유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20Hz, 언더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노치 축소 등 루머로 돌던 기대 요소가 제외됐으며 배터리 용량 감소, 플레어 현상 개선 실패 등의 단점과 여전히 훌륭하지만 전작 대비 드라마틱한 성장을 보이지는 못한 성능 개선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예쁘니까.’ 라는 이유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미 정체기에 도달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사소한 스펙 차이 보다 소비자가 실감할 수 있는 디자인 변화가 더 크게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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