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는 건설, 장비, 인프라, 운송 등 산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만큼 글로벌 경기와 밀접하게 움직인다.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회복 추세를 유지한다면 구리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충격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이 구리를 비롯한 비철금속 소비를 이끌고 있다. 중국은 가동률이 무역전쟁 직후 수준까지 회복되는 등 탄탄한 내수 경기가 유지되고 있다.

◆ 주요국 제조업 경기 회복이 산업금속 수요 이끌 전망

구리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은 내년에 연간 9~10%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내구재 중심의 소비 확대와 인프라 투자 등으로 중국의 구리 수요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14차 5개년 계획에서 수출 중심의 성장 전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쌍순환 경제발전'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대순환(내수)을 위주로 국내·국제의 쌍순환이 서로 촉진하면서 성장 시너지 효과를 제고하는 개념인데, 다시 말하면 내수에 더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중국 내부에서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문의 역할이 중요해짐에 따라 신형 인프라투자, 친환경 정책 등이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금융위기 이후 산업금속의 수요 회복 추이를 보면 중국에서 먼저 산업금속 수요가 늘어난 후 시차를 두고 여타 국가들의 금속 수요가 함께 상승했다. 이번에도 중국의 수요가 먼저 증가한 데 이어 내년에는 중국과 함께 경기 회복력이 높은 아시아 신흥국 등 여타 국가들의 수요가 함께 개선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제조업이 회복되면서 구리를 비롯한 산업금속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내년에 인프라 투자 확대 가능성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적 지원도 구리 수요를 이끈다. 코로나19 이후 각국은 경기 진작을 위해 대규모 사업이 필요해졌다. 올해의 경우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마련된 막대한 재정지출이 취약계층의 소득 보전을 위한 이전지출의 형태로 쓰였다면, 내년은 경제 성장을 이끌기 위해 재정 승수가 높은 지출의 형태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주요국들의 인프라투자 확대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의 주요 인프라는 1930~60년대에 건설돼 상당히 낙후돼 있다. 이에 낙후 인프라에 대한 재건 논의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대선에서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이기도 했던 만큼 내년에는 미국의 인프라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유로존도 1조 유로 규모의 그린딜 투자 계획을 수립했으며, 중국도 사상 최대의 적자재정 편성을 통해 인프라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중국의 올해 누적 인프라투자는 1~9월 누적 0.2%로 플러스(+) 반등했다.

미국 주택시장이 코로나 이전보다 양호한 상태를 보여주고 있고, 중국에서 신규 착공 건수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자료=하나금융투자

◆ 전기차는 기존 차량보다 구리 사용량이 훨씬 많다

그린딜 정책도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연합은 팬데믹으로 인한 피해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7월 7500억 유로 규모의 EU 회복기금을 조성했다. 이 예산 중 일부가 유럽 그린딜 투자 예산으로 지정되며 그린딜 이행을 위한 정책적 의지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전기차 생산 및 충전소 설치가 확대되며 구리 수요를 꾸준히 지지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도 2060년까지 CO2 배출량을 제로로 하는 탄소중립목표 달성을 위해 2035년까지 신차 전부를 친환경차로 전환하는 계획을 제시했다. 신차 중 50%는 전기자동차 중심의 신에너지차, 기타 50%의 가솔린차는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대체하게 된다.

또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미국에서도 친환경정책이 강화될 예정이다. 바이든은 전기차 세액공제 확대에 이어 연방정부 차량 300만 대를 친환경차로 교체하고 전기차 충전소 50만 개를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이에 기존의 전기차 규모 증가 속도보다 더 빠르게 전기차 시장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시장 규모가 구리 수요에 중요한 이유는 기존 차량보다 전기차의 구리 사용량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차 생산의 경우 일반 차량보다 2~3배 가량 구리가 많이 사용되며, 전기차는 4배 이상, 그리고 전기버스의 경우 5~16배까지 구리 사용량이 늘어난다.

친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전기차 제작에 들어가는 구리 수요도 같이 증가하고 있다. 자료=하나금융투자

◆ 건설 경기 회복도 구리 수요 자극  

저금리 기조를 기반으로 주요국 건설경기도 호황이다. 미 연준의 제로금리가 장기화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미국의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금리는 1971년 통계 집계 시작 이후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낮은 모기지금리는 강한 주택 수요를 이끌고 있고, 이에 주택 재고도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의 주택에 대한 우호적 심리는 코로나19 이전보다도 더 높아졌다. 

중국도 저금리 기조와 주택 개발 규제 완화 등으로 신규 착공이 늘어나며 부동산투자가 회복되고 있다. 건설 경기는 글로벌 구리 수요의 약 28%를 차지하므로 건설 경기의 견고함은 구리 수요를 지지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 구리 공급 확대돼도 가격 상승세 지속될 듯

리스크 요인은 구리 공급이 수 년간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구리 정광 채굴은 주로 남미의 칠레와 페루가 주도한다. 두 국가는 전체 구리 정광 채굴량의 약 42%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채굴 중단, 파업 이슈 등으로 구리 공급량이 감소했다. 그러나 글로벌 2위 구리 공급 국가인 페루에서 다수의 대형 광산 개발 프로젝트들이 추진되고 있어 내년을 포함해 향후 몇 년 간 공급량 증대 리스크가 상존한다.

하나금융투자 전규연 연구원은 "구리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하방 요인이지만 인프라, 건설, 전기차 등 다수의 산업에서 구리 수요의 확대 가능성이 높아 초과수요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따라서 내년에도 구리 가격의 상승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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