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경제 친환경 연중기획 "지구는 생물과 무생물이 공존하는 하나의 생명체"

'지구는 생물과 무생물이 공존하는 하나의 생명체이고 자신을 스스로 조절하는 존재다' 

영국의 대기 화학자 제임스 러브록(James E. Lovelock)이 지난 1969년 발표한 '가이아 이론(Gaia Theory)'이다. 지구에 생명체가 탄생한 이후 45억년 동안 생물과 무생물이 복잡하고 서로 상호 작용하면서 일정한 환경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인간이 야기한 환경문제 등으로 자기 조절 능력이 떨어지면서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의 숨통을 막게 되고 결국 지구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성장이라는 명목 아래 이뤄지는 무분별한 개발과 끝없이 화석연료를 사용한 결과 지구는 뜨거운 탄소 쓰레기장이 돼가고 있다. 자투리경제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공존경영] 시리즈를 통해 자연과의 공존 방안과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경영의 현주소 및 전망, 보완할 점 등을 진단한다.  <편집자 주>

 

세계 각국이 탄소배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대대적인 산업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한국판 뉴딜 정책도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적재적소에 지원되고 발전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당선으로 기후변화와 친환경 등 녹색 규제 강도가 대폭 격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녹색 정책을 미국은 물론이고 국제기준으로 정착시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과 교역하는 당사국을 대상으로 2025년까지 탄소국경세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탄소국경세는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 또는 기업 제품에 추가로 부과하는 관세다. 자국 내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발생한 비용을 자국 수출 기업에는 지원금으로 주고 다른 나라 수출기업에는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개념이다.

사진=픽사베이

세계 9위 탄소배출국인 한국은 자동차나 건설, 화학, 철강 등의 분야에서 탄소 배출 감축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로선 다른 국가보다 탄소중립에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을 쏟아야만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진=픽사베이

◆ 韓 세계 9위 탄소배출국…다른 나라보다 더 속도내야

한국은 현재 세계 9위 탄소배출국으로 자동차나 건설, 화학, 철강 등의 분야에서 탄소 배출 감축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로선 다른 국가보다 탄소중립에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을 쏟아야만 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 3개 업종에서만 탄소중립 비용으로 2050년까지 최소 40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국내 고탄소기업의 친환경 전환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지만 강화되는 국제 추세에 맞춰 속도를 더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방안은 석탄발전 비중을 낮추고 전통 에너지산업에 대해선 추가 규제를 가하는 식이다. 정부는 태양광(패널)·풍력(터빈)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해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미국의 환경기준 강화에 대비해 자동차·건설·화학 등 분야에서 정보 공유를 강화하기로 했다.

◆ 현재 상황으로선 2050년까지 탄소중립 불가능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올해 정부가 자체적으로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온실가스 목표 지키려면 공장 가동 멈춰야 할 지경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온실가스 감축이란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과 EU의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정점을 찍었지만 한국은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1990년부터 2017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정부는 지난 2014년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5억 4300만 t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지난해 배출량 잠정치는 7억 t을 넘겼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이 예상된다.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신기술이 나오지 않은 이상 탄소 배출 과다 업종인 철강과 석유화학 자동차 공장 가동을 줄여야 할 판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탄소중립비전 관련 장관 보고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정부 각 부처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은 뒤 "2050 탄소중립은 우리 정부의 가치지향이나 철학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요구되는 새로운 경제-국제질서"라면서 "국제적으로 뛰기 시작한 상태인데, 우리만 걸어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탄소중립비전 관련 장관 보고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정부 각 부처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은 뒤 "2050 탄소중립은 우리 정부의 가치지향이나 철학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요구되는 새로운 경제-국제질서"라면서 "국제적으로 뛰기 시작한 상태인데, 우리만 걸어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청와대

◆ 英, 내연기관차 퇴출 5년 앞당겨…2030년부터 판매 금지

영국이 석유로 달리는 내연기관차의 퇴출 시기를 2035년에서 2030년으로 앞당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번주 일련의 친환경 정책을 발표할 예정으로 내연기관 퇴출을 5년 앞당기는 안이 포함됐다.

지난 2월 존슨 영국 총리는 이미 휘발유 및 디젤 차량의 판매 중단시기를 기존 2040년에서 2035년으로 당겼다. 존슨 총리는 탄소 순배출 제로(0) 목표를 2050년에 달성하기 위해 10년 안에 내연차 판매를 중단할 계획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는 4일 밤(현지시간) 트위터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파리기후협약 복귀는 바이든 후보가 기후변화를 음모론으로 치부하고 국제적 협약을 탈퇴해버린 트럼프 정부의 과오를 되돌려 놓는다는 의미로 내세운 상징적 공약이다. 바이든 후보 인수위 홈페이지 캡처(왼쪽).  영국이 석유로 달리는 내연기관차의 퇴출 시기를 2035년에서 2030년으로 앞당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페이스북 캡처(오른쪽)
조 바이든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는 4일 밤(현지시간) 트위터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파리기후협약 복귀는 바이든 후보가 기후변화를 음모론으로 치부하고 국제적 협약을 탈퇴해버린 트럼프 정부의 과오를 되돌려 놓는다는 의미로 내세운 상징적 공약이다. 바이든 후보 인수위 홈페이지 캡처(왼쪽).  영국이 석유로 달리는 내연기관차의 퇴출 시기를 2035년에서 2030년으로 앞당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페이스북 캡처(오른쪽)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차량의 판매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내 최대 자동차 시장인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처음으로 2035년부터 휘발유 신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중국은 자동차 주요 생산국 중 처음으로 203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탄소중립 선언에 그치지 않고 법제화 작업까지 진행하고 있다. 스웨덴이 2017년 6월 가장 먼저 법제화를 마쳤고, 지난해에는 영국과 프랑스, 덴마크 등이 동참했다. 이들 국가의 탄소중립 실현 시기도 2035년이나 2040년으로 다른 곳보다 빠르다.
세계 5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일본도 지난달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 정부 "탄소중립 시대 대비 저탄소 중심으로 산업구조 혁신"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6일 "탄소 중립 시대를 대비해 친 환경·저탄소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성 장관은 이날 서울 세종대로 대한 상공회의소에서 산업연구원, LG경제연구원 등 주요 민관 연구원 기관장들과 가진 ‘산업전략 대화’에서 "기후 변화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며 탄소 중립의 중요성도 커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주력 산업 중 철강과 석유화학처럼 탄소 배출이 많은 분야에서 혁신 기술을 개발해 환경 친화형 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또 바이오와 미래차등 탄소 배출을 줄이는 신산업을 적극 육성하기로 했다. 바이오 소재와 부품, 장비는 물론 전기차 배터리 대여 등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6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 상공회의소에서 산업연구원, LG경제연구원 등 주요 민관 연구원 기관장들과 가진 ‘산업전략 대화’에서 "탄소 중립 시대를 대비해 친 환경·저탄소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6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 상공회의소에서 산업연구원, LG경제연구원 등 주요 민관 연구원 기관장들과 가진 ‘산업전략 대화’에서 "탄소 중립 시대를 대비해 친 환경·저탄소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성 장관은 "코로나19로 비대면 경제가 확대되고 디지털 경제라는 새로운 기회가 나타나고 있다"며 "바이든 정부에서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자국산업 보호와 제조업 육성 기조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산업부는 회계법인 삼정 KPMG가 진행한 ‘코로나 시대 산업전략’ 연구용역 결과도 공개했다. 연구용역에 따르면 철강 역시 공급 과잉이 지속되는 가운데 탄소 저감 공정으로의 전환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도 지난 12일 산업부 구성원들에게 이메일로 전한 취임사에서 "탄소 중립은 이제 미래 세대를 위한 세계적인 추세이며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친환경 저탄소 경제를 위해 우리가 선제적 대응해야 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자투리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