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정부는 수도권 거리두기를 1.5단계로 상향 조치했다. 이에 따라 KBO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관중 수용 인원을 구장 전체 수용 인원의 50%에서 30%로 하향 조정했다. 이러한 조치는 한국시리즈 3차전부터 적용됐다.

 올해 한국시리즈는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홈구장인 창원NC파크와 잠실야구장 대신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게 됐다. 프로야구는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개막이 1달 가량 늦춰지면서 평년보다 늦은 시기까지 시즌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초겨울 추위로부터 자유로운 돔 구장에서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를 이어가게 됐다.

 고척스카이돔 수용 인원은 1만6813명으로 창원NC파크 수용 인원인 2만2011명, 잠실야구장 수용 인원인 2만5553명보다 적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여기에 거리두기 1.5단계 조치로 인해 수용 가능 인원은 약 500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입장 시 병목현상 거의 없어... QR 체크인 대신 '콜 체크인' 등장

 기존 정원의 30%만을 수용하게 된 고척스카이돔에서 한국시리즈의 북적거림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 시작이 임박한 시간에도 구장 밖에선 일행을 제외한 사람 사이에 1m 이상 거리가 확보돼 있었다. 또한 벨트차단봉을 이용해 입장 동선을 길게 늘어뜨림에 따라 병목현상 없이 구장 내부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병목현상을 막기 위한 노력으로 입장 시 QR코드 체크인과 수기 입장객 명부 기입 대신 ‘콜 체크인’이 도입됐다. 콜 체크인은 지정된 번호로 전화를 걸어 출입 등록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입장객 관리 방식이다.

콜 체크인에는 단 3초만이 소요되며 완료 시에 체크인을 끝냈다는 문자를 받을 수 있다. 입장 시에는 이 문자를 보여주는 것으로 출입 등록 절차를 대체할 수 있다.

밀도를 낮추려는 센스가 돋보이는 새로운 방식 덕분에 병목 현상 없이 쾌적한 입장이 가능했다.

 

내야는 빽빽, 외야는 한산... '선택적' 거리두기

 거리두기를 위해 예매를 받지 않은 자리에는 사람이 앉지 못하도록 테이프가 둘러져 있었다. 일행과 함께 방문한 관람객이 임의로 자리를 옮겨 앉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사람이 몰려있는 내야 1층 좌석 사진
사람이 몰려있는 내야 1층 좌석
내야보다 한산한 외야 좌석

 그러나 응원단이 있는 내야 좌석에는 테이프가 체스 판처럼 2자리 당 1자리만 둘러져 있었다. 내야 1층의 경우에는 전체 좌석의 50% 수준의 밀도로 관객을 수용한 셈이다.

반면 외야 좌석은 이보다 훨씬 많은 자리에 테이프가 둘러져 있어 10~20% 수준으로 관객을 수용했다. 전체 좌석에서 균일하게 30%를 수용하지 않고 내야 좌석의 비중을 높이고 외야 좌석의 비중을 낮추는 식으로 30%를 맞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결정에는 내야 좌석이 외야 좌석보다 입장료가 비싸기 때문에 보다 많은 입장 수익을 확보할 수 있고 각 팀의 응원단이 내야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응원 열기를 보다 고조시키기 용이하다는 점이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KBO와 구단 측의 사정은 이해가 가지만 거리두기를 위해 수용 인원을 조정했음을 생각하면 이러한 결정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먹거리, 응원가 없지만 여전히 뜨거운 응원 열기

 올 시즌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야구장 내부에서 음식물 섭취와 육성 응원이 금지됐다. 이에 따라 야구장에서 먹고 떠들고 응원가를 따라부르던 기존의 응원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야구장 내에서 먹거리를 판매하던 점포들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육성 응원은 금지됐지만 응원 열기만큼은 여느 해와 같이 뜨거웠다.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대신 박수와 응원도구를 이용한 응원이 주를 이루었다. 응원 단장의 지시에 맞추어 사전에 구단측에서 배부한 응원 도구를 두드리거나 박수를 치는 등의 응원이 경기 내내 이어졌다.

노래에 맞추어 발을 구르기도 하고 수건을 들어올리거나 춤을 따라추는 등 목소리를 내지 않는 한에서 각자의 열기를 내뿜는 현장이었다.

 

석연찮은 판정 속 관객석에선 고성 오고가기도

8회 말 1아웃 정수빈의 타석, 출처 = 중계화면 캡처
8회 말 1아웃 정수빈의 타석, 출처 = KBS2 중계화면 캡처

 8회 말 1아웃, 심판의 오심이 경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NC 다이노스 투수 원종현이 던진 공에 두산 베어스 타자 정수빈이 번트 자세를 취했다. 공은 배트 옆을 가까스로 스쳐 지나간 후 정수빈의 발에 맞고 뒤로 튕겨나갔지만 심판은 공이 배트에 닿았다고 판단해 '파울'을 선언했다. 이에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고 파울 대신 '몸에 맞는 공'으로 판정이 번복됐다.

 NC 다이노스 이동욱 감독은 곧바로 스윙 여부에 대해 심판에게 항의했다. 타자가 공이 지나가는 순간까지도 배트를 대고 있었으므로 이는 스윙이 아니냐는 것이다. 스윙 상황으로 인정되면 타자가 몸에 맞는 공으로 1루로 진루하는 대신 스트라이크 카운트가 하나 늘어나게 된다.

타자가 배트를 늦게 치웠으므로 충분히 스윙으로 인정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 규정에 따라 이 오심은 정정될 수 없었다. 오심을 바로잡기 위한 비디오 판독에서 새로운 오심이 나온 순간이었다.

 오심에 오심이 잇따르자 피해를 본 NC 다이노스측 관객석에서 화를 참지 못한 일부 팬들이 육성으로 큰 소리를 내며 항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육성 응원이 금지된 상황이기 때문에 곧바로 안전요원이 제지에 나섰다. 응원단장도 마이크를 잡고 큰 소리를 내는 행위는 자제해주기 바란다며 흥분한 팬들을 말렸다.

 

 한국시리즈를 끝으로 올 시즌 프로야구가 막을 내리기까지 몇 경기 남지 않았다. 거리두기로 인해 관중을 받지 못하던 시기를 지나 최근에는 정원의 50%까지 수용했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시즌 마무리를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KBO는 거리두기를 위해 수용 인원을 조정하고 마스크 착용 강조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고 있고, 구단과 팬들 역시 이에 적극 협조하고 있지만 앞으로 남은 경기까지 잘 마무리 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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