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강세)에도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원화 강세시 수출가격 상승에 따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원화 가치만 상승한 것이 아니라 위안화 가치도 오르고 있어 타격을 덜 받고 있는데다 미국과 유로존 소비도 3~4월에 급격히 위축된 이후 연초 수준을 회복한 후 완만한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 선진국 코로나 확산 속 양호한 국내 수출 흐름

11월 한국 수출은 전년동월 대비 플러스로 다시 전환하면서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과 유로존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 급증으로 수요 둔화 우려가 높은 상황이지만 이들 지역의 재고 감소와 더딘 생산활동의 공백을 아시아 수출국들이 채워주고 있다.

30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치)은 313억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1.1% 늘었다. 조업 일수를 반영한 일 평균 수출액은 7.6% 증가했다. 수출은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탓에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 연속 감소했었다. 9월에 7.6% 반등했다가 10월에 다시 3.6% 후퇴했지만, 11월 들어 재차 증가세로 전환했다.

무선통신기기(36.2%), 반도체(21.9%), 승용차(1.9%) 등이 수출 증가를 이끌었으며 석유제품과 가전제품, 컴퓨터 주변기기의 수출은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유럽연합(31.4%) 미국(15.4%), 중국(7.2%) 순으로 수출이 양호하게 나타났다.

11월 1~20일 한국 일평균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7.6% 증가했다. 일평균 수출이 9개월만에 플러스 전환한 이후 회복세가 유지되는 모습이다. 자료=KTB증권
11월 1~20일 한국 일평균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7.6% 증가했다. 일평균 수출이 9개월만에 플러스 전환한 이후 회복세가 유지되는 모습이다. 자료=KTB증권
위안화 및 엔화와 비교할 때 원화 가치는 연초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자료=KTB투자증권

◆ 원화 약세시기보다 강세시기에 더 높았던 수출 증가율

원화 강세는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 약화 요인이나 글로벌 경제가 회복 및 확장 국면에 있을 때 원화 강세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수출 증가율 개선으로 이어졌다. 실제 원·달러 상승기, 즉 원화 약세시기에 비해 원·달러 하락(원화 강세) 시기에 수출 증가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KB증권에 따르면 원·달러 기준 환율이 2020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던 2016년 3월(1182원)부터 2018년 3월 (1070원)까지 원·달러 하락시기와 2018년 4월(1068원)에서 2019년 8월(1210원)까지 상승했던 시기를 비교하면 전체 수출 증가율이 각각 +18.6%, -9.5%로 원·달러 하락시기의 수출 증가율이 더 양호한 것으로 분석됐다.

원화 약세시기에 비해 원화가 강세를 보였을 때 수출 증가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KB증권

◆ 수출에는 원화가치도 중요하지만 실질실효환율이 더 중요

한국 전체 수출에 대한 영향은 원·달러 뿐 아니라 원·유로, 원·위안 등을 종합한 실효환율이 중요하다.  원·달러 하락과 더불어 원화의 실질실효환율 역시 강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2019년 평균 대비로는 1.6% 강세로 중국 위안, 대만 달러, 유로 등의 강세보다 적은 폭에 그치고 있다. 

이는 달러를 제외하면 주요국 통화들이 대부분 강세를 기록했으며, 한국 실효환율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위안의 강세폭이 원화보다 컸기 때문이다.  원·달러 하락에 비해 실질실효환율로 본 원화 강세가 크지 않다는 점은 최근의 원화 강세가 수출 회복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낮춰주는 부분이다.

KTB투자증권 임혜윤 연구원은 "달러화 대비 원화 강세가 4/4분기 들어 두드러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올초와 비교하면 달러화 대비 강세 폭은 위안화(+5.8%), 원화(+4.5%), 엔화(+3.9%) 순으로 크다"며 "이들 통화 가치가 달러화 약세를 반영해 전반적으로 상승했고 유독 원화가치만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면 가격 경쟁력 약화에 따른 수출 둔화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수출단가 상승과 교역조건 개선도 원·달러 환율 하락 부담을 제한하고 있다.

수출단가(=수출금액/물량)와 소득교역조건지수(=수출물가*수출물량/수입물가)는 하반기 들어 증가율이 상승하고 있다. 단가 상승에도 물량이 늘어나면서 수출이 회복되고 있다.

원·달러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한국 일평균 수출 증가율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자료=키움증권

◆ 미국과 유럽 부분적 봉쇄로 수출 부담 크지 않아 

미국과 유럽 주요국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출 부담은 상반기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이 경제활동 차질을 줄이기 위해 전면적인 셧다운 보다는 부분 재봉쇄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번 달 들어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0만명을 넘어서는 등 상반기 대비 확산세가 강해졌지만 당시와 같은 경제활동 위축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럽국가중 제조업 비중이 높은 독일의 경우 코로나19 부담이 덜해 경기 정상화를 지속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수출 반등은 글로벌 제조업 경기 회복과 더불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과 유로존 소비는 3~4월에 급격히 위축된 이후 연초 수준을 회복해 완만한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구매력 보전이 이뤄진데다 서비스업의 불가피한 수요 위축이 대체된 결과로 볼 수 있다.

키움증권 김유미 연구원은 "한국 수출과 관련해 선행성 지표로 보는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 체감경기도 예상보다는 양호한 상황"이라며 "다음 주 발표될 중국 제조업 PMI 지수나 미국의 ISM 제조업지수는 둔화될 것으로 컨센서스가 집계되고 있지만 기준선을 여전히 상회하고 있어 낙관적인 시각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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