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화 강세는 ▲ 글로벌 위험 선호 현상 ▲ 달러화 약세 및 위안화 강세 ▲ 양호한 한국경제 지표 ▲ 증시 외국인 매수세 유입 등에 따른 것이지만 문제는 최근 하락 속도가 가파르다는 점이다.

지난 4일 원·달러 환율이 15원 가까이 급락해 1,080원대 초반으로 마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4.9원 내린 달러당 1,082.1원에 장을 마치며 나흘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종가 기준 2018년 6월 14일에 1,083.10원을 기록한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됐다는 소식에 글로벌 투자자금은 주식시장 등 위험자산으로 급격하게 쏠렸다. 한국의 경우 경제성장률이 코로나19 충격에서 상대적으로 빨리 회복되고 있고, 수출도 선방하고 있어 외국인 자금 유입이 집중됐다. 자료=하나금융투자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됐다는 소식에 글로벌 투자자금은 주식시장 등 위험자산으로 급격하게 쏠렸다. 한국의 경우 경제성장률이 코로나19 충격에서 상대적으로 빨리 회복되고 있고, 수출도 선방하고 있어 외국인 자금 유입이 집중됐다. 자료=하나금융투자
원·달러 환율과 외국인 수매수 추이. 자료=삼성선물

 

◆ 주요 아시아 통화 중 가장 큰 절상 폭 기록

원·달러 환율은 예상보다 가파른 속도로 하락하며 견고했던 1,100원 지지선을 뚫고 내려왔다. 원화는 한 주 동안 달러에 비해  1.95% 가량 절상되며 주요 아시아 통화 중 가장 큰 절상 폭을 기록했다. 

최근 환율이 하락하는 가장 큰 요인은 달러약세다. 지난 3월 102를 웃돌던 달러인덱스는 91.0을 밑돌고 있다. 올들어 최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10월 경상수지를 비롯한 국내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고, 한국 주식시장으로의 외국인 자금 유입도 원화 강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11월 이후 외국인 주식 자금 유입이 집중됐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경상수지 흑자는 116억6000만달러로 두 달 연속 100억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3번째로 큰 규모를 기록했다.

흑자 기조는 5월(22억9000만달러) 이후 6개월 연속 이어졌으며, 10월 흑자 규모는 월간 기준으로 2017년 9월(123억4000만달러) 이후 가장 클 뿐만 아니라 1980년 1월 이후 역대 3번째 규모에 해당한다.

경상수지 흑자가 10월까지 두 달 연속 100억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3번째로 큰 규모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10월 경상수지는 116억6000만달러(약 12조8000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자료=하나금융투자
경상수지 흑자가 10월까지 두 달 연속 100억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3번째로 큰 규모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10월 경상수지는 116억6000만달러(약 12조8000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자료=하나금융투자

◆ 당분간 원화 강세 지속…다음 지지선은 1050원

미국의 경기부양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도 원·달러 환율의 하방 압력을 키우고 있다.

미국 내 초당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경기 부양책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고, 내년에 바이든 행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도 유지될 공산이 크다. 미국의 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는 지난 해 말 -4.8%에서 올해 3분기 -14.9%로 급증했다. 이같은 미국의 쌍둥이적자(경상수지 적자 + 재정수지 적자) 폭이 커지면서 달러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투자 전규연 연구원은 "미 달러의 약세 기조가 이어지고 한국과 중국의 경기 펀더멘털이 여타 국가들에 비해 양호한 흐름을 지속한다면 당분간 환시 방향성은 그대로 유지될 공산이 크다"며 "고평가되고 있는 원화에 대한 우려가 불가피하지만 최근의 추세적 하락을 감안할 때 향후 원·달러 환율의 지지선은 1050원 부근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대내외적으로 원·달러 환율 하락에 우호적인 환경 조성되고 있으나 9월부터 쉼없이 이어진 하락세에 속도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며 "2018년 상반기 저항선으로 작용하던 1080원선이 다음 지지선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전 연구원은 이어 "내년에도 원화 강세 우호적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되며 거래 범위 하단은 1040원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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