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갈아엎고 새로 짓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환경을 고려해 튼튼하게 짓고, 건물수명을 늘리기 위해 보수를 잘하고, 있는 건물들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환경을 무시한, 개발·성장위주 정책의 부작용은 결국 인간이 떠안아야 한다.  리모델링·도시재생 시장에도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유다. <편집자주>

서울시가 발굴·육성 중인 '도시재생기업(CRC)'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수익도 창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도시재생기업(CRC: Community Regeneration Corporation)이란 공공의 마중물사업 참여는 물론 사업종료 이후에도 재생사업지역 내 발생하는 다양한 지역의제를 지역자원과 결합·활용해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추구하는 지역 중심의 기업을 말한다. 사회적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법인 또는 지역 소재 기업 형태로 참여할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전국 최초로 도시재생기업 총 12개를 선정하고 보조금 및 전문가 컨설팅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역관리형CRC는 지역 내 기반시설을 관리해 주거지관리, 주거복지 실현 등의 사업을 수행한다. 이를 위해 인건비를 포함해 3년간 최대 2억 8500만원을 지원한다. 지역사업형CRC는 지역의 자원과 관련된 재화생산 및 판매 등을 사업모델로 하며, 3년간 최대 80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받는다.

도시재생기업(CRC: Community Regeneration Corporation) 육성 프로그램. 자료=서울시

◆ 사업 아이템 발굴에서 법인설립까지 지원

서울시는 '4단계 CRC 발굴·육성 프로그램'을 지난 8월부터 가동 중이다. 법인 설립부터 비즈니스 모델 창출까지 맞춤형으로 종합 지원한다.

이 프로그램은 도시재생기업의 개념 정립, 사업아이템 발굴 및 법인설립까지 지원하는 등 도시재생 기업을 설립하는데 필요한 기초 역량을 배양하는 프로그램이다. 2021년에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의 수를 두 배로 확대할 예정이다. 재생지역을 직접 찾아가 지역과 주민을 기반으로 지역의제를 활용한 사업모델을 구상하고, 사업 주체를 육성한다.

4단계를 통한 발굴·육성 이후엔 공모를 통해 도시재생기업을 선정하고, 3년 동안 사업안정화 및 활성화를 위한 보조금을 사업유형에 맞게 지원한다. 

재정지원 외에도 도시재생기업이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시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전문가 컨설팅 프로그램 '긴급출동 CRC119'도 지원한다. 여기에는 세무·회계, 홍보·마케팅, 사회적경제, 법률, 공간컨설팅, 시장분석 등 다양한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한다. 

양용택 서울시 재생정책기획관은 "도시재생기업은 그동안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성장한 주민과 지역의 역량이 모인 또 하나의 결실이자 새로운 도전"이라며 "작년 서울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선정한 도시재생기업들이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지속가능한 지역재생모델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암사동 도시재생기업 '오라클라운지'는 폐목자재·페인트로 만든 리사이클 가구와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암사동 도시재생기업 '오라클라운지'는 폐목자재·페인트로 만든 리사이클링 가구와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서울로 마을닥터 목공 협동조합원들이 집수리 봉사를 하고 있다.
해방촌CRC '㈜더스페이스프랜즈'는 한번에 10~15명이 화상으로 쌍방향 소통하는 실시간 다중화상회의 플랫폼 'MOC(Meet On Cloud)'를 개발했다. 

◆ 취약계층 비대면 교육 지원·리사이클링 가구 판매 수익창출
 
서울시가 지난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선정한 도시재생기업들이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해방촌CRC '㈜더스페이스프랜즈'는 한번에 10~15명이 화상으로 쌍방향 소통하는 실시간 다중화상회의 플랫폼 'MOC(Meet On Cloud)'를 개발했다. 현재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와 용산교육복지센터, 용인문화센터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더스페이스프랜즈는 MOC 등을 통해 4500만원(11월 기준)의 매출을 기록했다. 더스페이스프랜즈는 온라인으로 성적, 진도, 출석 등을 관리해주는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 시스템도 개발해 한국어수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암사동 도시재생기업 '오라클라운지'는 폐목자재·페인트로 만든 리사이클링 가구와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또 목공 분야 지역전문가를 양성하는 '주민기술학교'도 운영하며 지역 내 집수리사업도 진행 중이다. 9월 기준 약 48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마장동 도시재생지역의 '어바웃엠 협동조합'은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카페를 운영하며 지역 내 커뮤니티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또 코로나19로 졸업·입학식에 가지 못하는 지역 내 학생들을 위해 주민들과 함께 포토존을 마련하고 '학사모 촬영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약 8500만원(10월 기준)의 매출을 올렸다.

서울로 마을닥터 목공 협동조합원들이 집수리 봉사를 하고 있다.
서울로 마을닥터 목공 협동조합원들이 집수리 봉사를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 올해 7개 도시재생기업 추가 선정…사업모델 정착 지원

서울시는 올해 추가로 도시재생기업 7곳을 선정했다. 이에 따라 대상기업은 기존 12개에서 총 19개로 늘어났다.

올해 도시재생기업은 지역과의 연계성, 공공성 등 강화된 평가기준과 기존보다 더 세분화된 4단계 심사(1차 서류심사, 2차 현장실사, 3차 대면심사, 4차 지방보조금심의)를 통해 선정됐다. 

선정된 7개 도시재생기업은 ▲ 서울로 마을닥터 목공 협동조합(서울역 일대) ▲ 봉제디자인 이음 협동조합(서울역 일대) ▲ 협동조합 우리들의 낙원(창덕궁 앞 도성한복판) ▲ 암사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암사동) ▲ 성수지앵 협동조합(성수동) ▲ 가리봉 마을살이 협동조합(가리봉동) ▲ 마을엄마 협동조합(장위동)이다.

한편 서울시는 도시재생사업이 끝나도 주민들이 자력으로 지속가능한 지역재생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도시재생기업에 다각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지역의제들을 주민 스스로 해결하고, 더 나아가 사업모델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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