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마음] 식물로 마음의 쉼을 전하는 김수경 대표

사는 게 뭔지 이러다 죽겠구나. 죽는 게 나을까? 생각 할 때 식물과 자연을 만났습니다. 벼랑 끝에서 만난 연약하고도 강인한 생명들이 제게 건넸던 메시지를 전달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잘 살아보자고 힘내보라고 말하던 순간들을 이야기 하겠습니다.

 

왜 이렇게 세상은 나에게만 팍팍한지, 힘에 부치기만 한 일상 속에서 나만을 위한 온전한 마음의 쉼을 독자 여러분들과 나누겠습니다.

 

때로는 무겁게 때로는 가볍고 즐겁게 찾아오겠습니다. 이 짧은 글이 여러분의 일상에 다채로운 색으로 조금이나마 물들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건강하시던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셨다. 항상 곧고 듬직하시던 아버지가 세월에 못 이겨 점점 작아지고 쇠약해지는 것 같아 속이 상했다. 덕분인지 평생 제대로 된 대화를 해본 적이 없던 무뚝뚝한 아버지와 전화 통화도 많이 하게 됐고 병원도 다니며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시간들 또한 감사한 시간들이다.

 

아버지는 곧게 하늘로 뻗어 자라는 나무 같은 분이셨다. 살다보면 들판에 갈대처럼 구부러지기도 하고 바람에 흔들리기도 하며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하는데 아버지는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 않는 분이었다. 왜 저렇게 고지식하게 사나 답답하다는 생각을 아버지를 바라보며 줄곧 해왔다. 나이가 들어 결혼을 해보니 아버지처럼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되었다. 그렇게 살아 오셨으니 이만큼 일구신 게 아닌가 존경스럽기도 했다.

 

 

사진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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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에는 커다랗고 뚜렷한 무지개가 떴다. 태풍이 연달아 오던 기이한 여름. 그날은 고맙게도 비와 바람이 멈추고 아름다운 석양과 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 아버지가 무지개를 밟고 하늘로 올라가시는구나 생각했다. 힘들었던 병과 싸우시다가 이제는 홀가분해 지셨는지 그날 저녁은 유난히 아름다워 기억에 잊히지 않는 날이다. 아니면 좋은 것 만 보라는 마음이셨을까 그동안 힘들었던 우리 가족을 위로하는 듯 했다.

 

사진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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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를 치르고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그래도 슬픔은 계속 되어서 가만히 있다가도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이내 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살아가야 한다. 이것이 가장 잔인하고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진: plant restism
사진: plant restism

 

사진: plant restism

 

오랫동안 돌보지 못한 식물들도 하나 둘 바라보면서 잎 위에 소복이 쌓인 먼지를 털어주거나 물을 듬뿍 줬다. 물 샤워를 맞는 식물들은 싱긋한 기운을 내뿜고 잔뜩 신이나 보인다. 싱그럽다. 잎에 쌓인 먼지와 멈춰 있던 정적의 시간들을 시원하게 씻어 내렸다. 문득 문득 찾아오는 빈자리에 대한 슬픈 마음도 시원한 물줄기에 씻겨 내려가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식물들을 바라보았다. 쏴아 내리는 물소리를 방패삼아 한참 눈물을 흘리다 보니 내 마음도 시원하게 씻겨 내려가는 듯 했다. 슬픔을 충분히 느끼는 것도 슬픔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보고 싶은 날, 그리운 날에는 뜨거운 눈물 보다는 싱긋한 모습으로 나를 맞아주던 그때의 식물들의 모습처럼 좋은 기억만을 떠올려 보기로 한다. 아버지와  좋았던 일들을 추억하며 살아보기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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