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경제 친환경 연중기획 "지구는 생물과 무생물이 공존하는 하나의 생명체"

'지구는 생물과 무생물이 공존하는 하나의 생명체이고 자신을 스스로 조절하는 존재다' 

영국의 대기 화학자 제임스 러브록(James E. Lovelock)이 지난 1969년 발표한 '가이아 이론(Gaia Theory)'이다. 지구에 생명체가 탄생한 이후 45억년 동안 생물과 무생물이 복잡하고 서로 상호 작용하면서 일정한 환경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인간이 야기한 환경문제 등으로 자기 조절 능력이 떨어지면서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의 숨통을 막게 되고 결국 지구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성장이라는 명목 아래 이뤄지는 무분별한 개발과 끝없이 화석연료를 사용한 결과 지구는 뜨거운 탄소 쓰레기장이 돼가고 있다. 자투리경제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공존경영] 시리즈를 통해 자연과의 공존 방안과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경영의 현주소 및 전망, 보완할 점 등을 진단한다.  <편집자 주>


"동물들은 소독하고, 요리하고, 절이고, 말리고, 살균하고, 양념하고, 소금을 넣고, 통조림을 만들고, 여러 방법으로 가공한 것을 먹지 않는다. 그들은 단순하고 자연스럽게 먹는다. 우리도 그들을 닮아야 한다. 소박하게 살려는 이들은 소박하게 먹어야 한다"(헬렌 니어링·스코트 니어링 지음, '조화로운 삶의 지속')

"지금의 경제체제에서 우리는 많이, 더 많이 소비하도록 교육받는다. 이제 새로운 형태의 경제체제를 위한 시기가 왔다. 먼저 음식물의 소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덜 먹는다면 음식의 질을 선택할 여유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덜 먹고 덜 마시는 대신에 더 좋은 것을 먹고 마시자"(카를로 페트리니)
 

사진은 용산역 이마트 식품코너
환경문제는 우리가 매일 접하는 식탁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내가 무엇을 먹는지에 따라 생산 및 수송방식이 결정되며, 그 방식은 지구의 환경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다. 내가 사는 곳과 가까운 곳에서 자란 먹거리를 선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환경 행동이다. 사진은 용산역 이마트 식품코너

◆ 땅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유기농(Organic Farming)'

유기농이란 화학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고 생태계 속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이 만들어 내는 화합물만으로 농사를 지은 작물, 또는 그 농사 방법을 말한다. 다시 말해 진정한 유기농이란 흙과 작물과 사람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농사를 짓는 것을 의미한다.

유기농 식품을 먹는 것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나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것에서 벗어나 자연과 환경에 도움을 주게 된다. 유기농 제품을 애용할수록 농부들이 더 많이 유기농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유기농을 제외한 대부분의 귤 표면에는 농약성분이 포함돼 있다. 무농약이나 발효액을 살포해 재배하는 것 이외는 대부분 약제 살포를 한다. 껍질 표면이 좋게 보이기 위해 왁스코팅이나 착색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사진 오른쪽은 유기농으로 재배한 귤.
유기농을 제외한 대부분의 귤 표면에는 농약성분이 포함돼 있다. 무농약이나 발효액을 살포해 재배하는 것 이외는 대부분 약제 살포를 한다. 껍질 표면이 좋게 보이기 위해 왁스코팅이나 착색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사진 오른쪽은 유기농으로 재배한 귤.

 

유기농 제품 생산을 위해 농약과 화학비료를 주지 않게 되면서 건강한 땅이 유지된다. 농약은 처음에는 효과가 있으나 자주 사용하면 할수록 내성이 생겨서 병균과 벌레들이 잘 죽지 않는다. 화학비료를 사용할수록 땅은 황폐해진다. 결국 유기농 제품을 애용하는 것은 자신의 건강도 챙기면서 건강한 생태계 보존에 일익을 담당하게 되는 셈이다. 

유기농법은 땅에 거름을 줘서 작물을 튼튼하게 하고 오리나 우렁 등을 풀어 벌레를 잡아먹게 하는 방식을 취한다. 또 여러 종류의 작물을 골고루 심어서 병균과 벌레가 퍼지지 못하게 하는 역할도 한다.

유기농 제품이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량 생산되는 일반적인 농산물과 비교할 때 그리 비싼 편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으면서 농부들이 정성이 더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농산물들은 대량생산을 위해 농약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 종류의 작물을 많이 심는 경우 일부 작물에 병이 들면 농장 전체에 걷잡을 수 없이 병이 퍼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농약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농약은 나중에 사람들의 건강마저 해치게 된다. 

지역의 전통음식은 수천 년의 시간이 축적된 하나의 문화이다. 우리나라 슬로우푸드의 대표 주자는 고추장, 된장, 간장 등의 장류와 젓갈, 김치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 소중한 것은 멀리 있지 않다…'로컬푸드(Local Food)'

내가 사는 곳과 가까운 곳에서 자란 먹을거리를 선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환경 행동이다.  로컬푸드란 사는 곳에서 가까운 국내 지역에서 키운 쌀, 채소, 과일, 육류 등의 지역 먹거리를 뜻한다. 

수입된 먹거리는 싸다는 이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먹는다. 그런데 가격이 싼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생산자들은 값을 낮추기 위해 한 지역에서 같은 종류의 작물을 대량으로 생산한다. 밀집된 환경에서 자라는 식물은 병균과 벌레에 취약하기에 재배과정에서 어쩔수 없이 많은 농약을 살포하게 된다.

먼 나라에서 수입되는 먹을거리들은 배에 실린채 수십 일이 지나서야 수입국으로 들어온다. 이 과정에서 벌레가 먹지 않도록 살충제를 뿌리고 싹이 나지 않도록 성장 억제제를 투여한다. 수확된 후에 뿌려지는 농약은 밭에서 성장하는 동안 뿌려지는 농약보다 훨씬 더 해롭다. 성장과정에서 뿌려지면 바람과 비에 씻겨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운송과정에서 밀폐된 공간에 들어있는 작물 표면에 농약을 뿌리게 되면 농약이 그대로 남아있게 되고 심하면 껍질 안까지 파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수송거리가 길어지면 당연히 그만큼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하게 된다. 수입 먹거리로 한 끼 식사를 만들 때 국내 재료로 만들 때보다 네배 이상의 에너지가 사용된다고 한다. 

사진=픽사베이
먼 나라에서 과일을 수입한다거나 오랫동안 과일을 보관해야 하는 경우 과일이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덜익은 상태에서 수입하거나 보관했다가 에틸렌 기체를 이용해서 과일을 숙성시키는 경우가 많다. 사진=픽사베이

◆ 패스트푸드의 진실 

슬로푸드(Slow Food)란 느리게 먹는 음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패스트푸드(Fast Food)  반대 개념으로, 건강에 좋은 식재료를 사용해 정성을 기울여 만든 음식 또는 그렇게 음식을 즐기는 일을 말한다.  가까운 지역에서 재배한 채소와 가까운 바다에서 잡은 생선, 바른 먹이를 먹고 자란 소와 돼지, 닭 등을 우리 고유의 조리법으로 요리한 것이면 슬로푸드라고 할 수 있다.

패스트푸드는 공장식 주방에서 공산품 처럼 조립되어 빠른 시간안에 입에 넣을 수 있도록 만든 음식이다.  패스트푸드는 균일한 맛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른 지역에 가서도 같은 분위기, 같은 맛, 같은 가격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접근성이 좋은 곳에서 빠르고 간편하게 균일한 맛을 내는 제품에 익숙하도록 만든다.
 

사진=픽사베이
달콤하고 부드러운 패스트푸드의 맛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 재료의 정체를 알기 어렵고 칼로리가 지나치게 높다. 자극적인 패스트푸드의 맛은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결국 지역의 고유한 음식문화를 버리게 만든다. 사진=픽사베이

패스트푸드 회사의 속성은 가격이 싼 식재료를 대량으로 사들여 빨리, 많이 만들고 팔아서 최대한의 이윤을 남기는 것이다.  이같이 값싼 식재료를 확보하기 위해선 거대한 농장이 필수다. 한 가지 작물을 대량으로 재배하거나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재료로 사용하기도 하고  많은 양의 제초제, 살충제, 농약, 화학비료 등을 사용한다.

이같은 생산 방식은 결국 토양을 병들게 하고 농약을 살포하는 과정에서 농민들의 건강을 해치고, 바르지 못한 먹거리를 먹는 소비자들의 건강까지도 앗아간다.  

슬로푸드의 선순환 효과를 다시 정리해보자. 

슬로푸드는 자연의 원칙을 중요시한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유기물이 풍부한 거름진 땅을 요구한다. 슬로푸드가 제 가치를 인정받고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게 되면 그만큼 슬로푸드를 생산하는 농부들이 많아진다. 유기농법을 사용한 농장들이 많아자게 되면 땅도 더 건강해진다.

건강한 땅에서 자란 작물을 섭취한 사람 또한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어머니 손길로 정성을 기울여 만든 음식이 바로 건강에도 좋고 마음도 여유롭게 만들어주는 제대로 된 슬로푸드다. 소중한 것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에 따라 사회와 환경, 그리고 건강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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