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전파· 폭력시위 선동 등의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SNS 계정 차단
-그동안 적절한 조치 취하지 않다가 문제가 되자 뒤늦게 차단 조치
-일각에서는 '빅테크' 기업의 횡포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을 영구 정지 시켰다는 트위터 공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을 영구 정지 시켰다는 트위터 공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이 영구 정지를 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미국 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를 일으킨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게시글(트윗)이 촉매제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트위터에 이어 페이스북, 스냅챗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영구 정지했으며 유튜브, 트위치 등은 임시 정지 조치를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쉬운 표현, 대문자와 느낌표의 빈번한 사용이 특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쉬운 표현, 대문자와 느낌표의 빈번한 사용이 특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트위터를 비롯한 SNS를 통해 지지자들을 결집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짧고 직설적이어서 트윗 길이가 280자로 제한된 트위터에서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기에 유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리트윗(자신의 팔로워들에게 트윗을 공유하는 기능)을 통해 글을 빠르게 확산시켰고 그 덕분에 미국의 주류 언론들과 등을 돌렸음에도 여론을 장악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반대 세력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을 일삼았으며 그 과정에서 직접 나서서 가짜 뉴스를 퍼뜨리기로 악명 높았다. 특히 지난 해 코로나19 사태와 미국 대선 국면에 접어들어서는 “코로나 19가 독감보다 덜 치명적이다.”, “우편투표가 선거 조작으로 이어질 것이다.” 등 사회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가짜 뉴스 생산에 앞장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트위터 측에서 붙인 팩트체크 라벨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트위터 측에서 붙인 팩트체크 라벨

 트위터는 이를 제한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가짜 뉴스라는 경고 문구를 삽입하거나 ‘팩트체크’ 게시글로 이어지는 링크를 첨부하는 등 가짜 뉴스 생산에 제약을 가해왔다. 더 나아가 미국 대선 시기에 맞추어 전 세계의 모든 사용자가 ‘리트윗’ 버튼을 누르면 리트윗 기능과 함께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도록 요구하는 있는 창이 나타나도록 하거나 “헤드라인만 읽지 말고 기사 전문을 읽으세요.” 라는 경고를 함께 띄우기도 했다.

이는 가짜 뉴스의 무방비한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가 선거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지난 6일 미국 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
지난 6일 미국 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

 지난 6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미국 의회 의사당에 난입해 폭력 사태를 일으키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애국자들” 이라고 치켜세우는 트윗을 작성했다가 트위터로부터 12시간 계정 정지를 당했다.

 계정 정지가 풀린 후 트럼프 대통령은 “나, 미국 우선주의 그리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에 투표한 7,500만명의 애국자들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거대한 목소리를 낼 것이다.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어떤 형태든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을 것이다!!!”,“1월 20일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겠다.” 라는 트윗을 잇따라 작성해 트위터 계정이 영구정지됐다.

 트위터 측은 이를 두고 “더 이상의 폭력 선동 위험 때문에 계정을 영구 정지시켰다” 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계정 ‘@realDonaldTrump’ 뿐만 아니라 미국 대통령에게 할당되는 계정 ‘@POTUS’ 까지 함께 정지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을 차단한 플랫폼 목록, 출처 = 폭스뉴스
트럼프 대통령을 차단한 플랫폼 목록, 출처 = 폭스뉴스

 트위터가 칼을 꺼내들자 페이스북, 유튜브, 스냅챗, 트위치 등 다른 SNS들도 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정지시켰다. 미국의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은 도널드트럼프 게시판(r/DonaldTrump)을 차단했으며 쇼핑몰 업체 쇼피파이는 트럼프 대통령 기념품 판매점 두 곳을 폐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이 정지되자 그의 지지자들은 ‘팔러(Parler)’나 ‘갭(Gab)’ 등 다른 SNS로 이주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팔러는 극우 SNS로 유명해 미국 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모의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피난처로 알려진 '팔러(Parler)'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피난처로 알려진 '팔러(Parler)'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자 애플과 구글은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서 팔러 어플을 더 이상 다운받지 못하도록 배포를 중단시켰다. 또 팔러의 서버는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아마존이 이를 중단하기까지 했다. 어플을 다운받지 못하게 해도 웹 브라우저를 통해 웹 페이지에 접근할 수 있지만 서버를 중단시키면 서비스 자체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사라진다.

 이 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조치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의 행동을 억제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였다는 옹호론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이 마음만 먹으면 한 사람의 입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팔러 CEO 존 매츠는 이번 조치에 대해 자신들을 경쟁에서 배제하려는 빅테크 기업들의 공동 공격이라며 맹비난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SNS의 덕을 크게 봤고, 그 과정에서 빅테크 기업들이 적절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하지 못해 지금의 상황에 이른 것이 아니냐는 비난 여론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라는 괴물을 낳은 것에 빅테크 기업들의 눈 감아주기식 운영이 일조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빅테크 기업들 역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자투리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