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파트너라고 쓰고 '노예'라고 읽는다
[기자수첩] 파트너라고 쓰고 '노예'라고 읽는다
  • [자투리경제=김봉균 SNS에디터]
  • 승인 2021.01.24 23: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사라진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리
- 법의 테두리 밖에서 착취당하는 플랫폼 노동자들

바야흐로 배달 어플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는 치킨을 시키기 위해 배달 전단지를 뒤적거리거나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기 보다 배달 어플을 켜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국내에서 가장 이용자가 많은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 운영사) 매출도 2015년 500억 원에서 2019년 5600억 원으로 10배 이상 성장했다.

 배달 플랫폼의 활성화는 주문 문화를 바꿨을 뿐만 아니라 배달 문화도 바꿔놓았다. 과거에는 가게에서 직접 고용한 노동자가 배달을 담당했다면 이제는 배달 대행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에 소속된 노동자나 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에서 고용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주를 이룬다.

 

 

쿠팡이츠 광고 캡쳐
쿠팡이츠 광고 캡쳐

 배달 플랫폼에서 플랫폼 노동자를 고용하는 구조는 기존의 고용 구조와 크게 다르다. 우선 이들은 정해진 근무 시간에 미리 약속된 급여를 받지 않는다. 우선 배달 플랫폼은 주문이 들어오면 자사의 어플에 가입한 플랫폼 노동자에게 배달 업무를 제안한다. 이를 본 플랫폼 노동자가 위치, 시간, 비용 등을 고려해 배달 업무를 수락하게 되면 계약이 성사된다. 즉 ‘건당’ 계약인 셈이다.

 배달 플랫폼 측에서는 이러한 고용 구조를 ‘원하는 시간에’, ‘달리고 싶은 만큼만’, ‘이동수단도 내 마음대로’, ‘누구나 쉽게’ 등의 수식어를 붙여 홍보한다. 운동을 겸해서, 혹은 퇴근 경로에 맞춰 간단하게 부업 삼아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고용 구조가 배달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소일거리로 만들어 접근성을 높인 것은 사실이지만 한 편에선 배달을 전문적으로 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을 법의 사각지대로 몰아가고 있다. 배달 플랫폼에서 플랫폼 노동자와 계약이 이루어질 때 이들의 관계는 사용자와 노동자의 관계가 아닌 사업자와 사업자의 관계로 계약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계약 상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노동법을 적용받지 못한다. 이때문에 최저임금을 적용받을 수도 없고 일자리 안정성 역시 낮다. 이때 배달 플랫폼 측과 플랫폼 노동자 측의 정보 비대칭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배민커넥트 광고 캡쳐
배민커넥트 광고 캡쳐

 배달 플랫폼 측은 플랫폼 노동자들을 체계화된 시스템을 구축해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어느 시간대에, 어느 구역에서 배달 주문이 얼마나 들어오는지, 그리고 플랫폼 노동자가 그 시간대에 얼마나 있는지 등의 데이터를 종합해 배달 단가를 책정한다. 배달 주문이 많은 점심, 저녁 피크 시간대에는 수요가 급증하므로 건당 단가도 함께 증가한다. 그러나 한산한 오후 시간대의 경우엔 배달 수요보다 노동자의 공급이 크기 때문에 배달 건당 단가가 매우 낮게 책정된다.

 이 과정에서 단가를 책정하는 배달 플랫폼 측은 주문 수요와 플랫폼 노동자 공급 수치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자신들의 이득이 극대화되도록 단가를 책정할 수 있다. 플랫폼 노동자가 부족해지지 않을 때까지 단가를 얼마든지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노동자 측은 그 시간대의 주문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 알 길이 없어 책정된 단가가 합당한지 그렇지 못한지 판단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 노동자가 수입에서 유류비, 보험비 등 각종 지출을 제외하면 최저시급을 보장받지 못할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자는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노동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도 없다.

 플랫폼 노동자는 산재보험 가입도 쉽사리 할 수 없다. 플랫폼 노동자는 산재보험법에서 ‘특수고용 노동자’로 분류되어 특례 조항에 따라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특례 조항 중 ‘주로 하나의 사업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이라는 ‘전속성’ 규정이 노동자들의 발목을 잡는다.

 전속성 규정 때문에 여러 플랫폼에서 동시에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플랫폼 노동자 대부분은 여러 플랫폼으로부터 배달 주문을 받는다. 배달의 민족과 쿠팡이츠 양쪽에 모두 가입하여 배달 주문을 대기하는 식이다. 그러나 전속성 규정에 의해 이들 중 한 곳에서만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쿠팡이츠 측을 통해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 배달의 민족 측의 보험에는 가입할 수 없어 사고가 나더라도 보호를 받지 못한다.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 측은 이를 두고 배달 노동자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조항이며, 배달 한 건당 보험료를 걷거나 배달 플랫폼 프로그램에 접속한 시간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걷는 등 여러가지 대안이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배달 플랫폼의 이득은 여느 해보다 높아졌지만 동시에 플랫폼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이 조명 됨에 따라 배달 플랫폼 측은 그 열매를 노동자들과 함께 나눠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변화하는 노동 현실에 맞추어 플랫폼 노동자들도 법의 보호망에 들어올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비대면 사회 속에서 배달이 가져다주는 편리함이 커진 만큼 이제는 그 이면에서 편리함을 지탱해주는 이들의 노동 환경에 신경써야 할 때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