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SUE+] KTX가 빠를까, 5G가 빠를까?
[IT ISSUE+] KTX가 빠를까, 5G가 빠를까?
  • [자투리경제=김봉균 SNS에디터]
  • 승인 2021.01.2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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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돋보기] 5G와 외장하드를 태운 KTX 속도와 비교

 5세대 이동 통신(5G)의 빠른 속도를 홍보하는 통신사 광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4세대 이동 통신 LTE가 서비스를 시작할 무렵에도 밖에서도 고화질 동영상을 막힘없이 시청할 수 있다며 LTE의 빠른 속도를 홍보하는 광고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실제로 3세대 이동통신에서 LTE로 넘어오며 음악, 동영상 등 각종 미디어 매체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쉽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빠른 속도 덕분에 유튜브, 넷플릭스 등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런데 5G라는 새로운 문물은 그보다 더 빠른 속도를 제공한다고 한다. 이미 충분히 빠른데 얼마나 더 빠르길래 ‘초능력’이니 ‘새로운 시대’라고 광고를 하는 걸까? 영화 한 편을 몇 초만에 다운받을 수 있는지 따위의 비교는 LTE가 도입되던 시절에도 이미 사용한 레퍼토리다. 그보다 더 새로운 비교 대상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속도 하면 이름 좀 날린다는 KTX와 5G를 비교해보기로 했다.

 비교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본적인 개념을 몇 가지 설명해야 한다. 우리가 파일의 용량 등을 나타낼 때 쓰는 ‘메가바이트’, ‘기가바이트’ 혹은 ‘메가비트’, ‘기가비트’ 등의 단위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우선 Byte(바이트)와 Bit(비트)는 서로 다른 단위다. 1Byte(바이트)는 8bit(비트)에 해당한다. 즉 그리고 앞에 ‘메가’ 또는 ‘기가’ 따위의 단위와 결합할 때 바이트는 B, 비트는 b로 표기한다. 메가바이트는 MB, 메가비트는 Mb라고 표기한다.

 바이트, 비트와 결합하는 단위인 ‘키로’는 10의 3승(1천), ‘메가’는 10의 6승(100만), ‘기가’는 10의 9승(10억), ‘테라’는 10의 12승(1조)를 뜻한다. 즉, 1GB(기가바이트)는 10억바이트이며 동시에 80억비트다. 단위가 너무 커서 와닿지 않을 수 있는데 아래에서 예시와 함께 설명할 예정이다.

 이제 5G가 얼마나 빠른지 확인해보아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5G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약 656Mbps를 기록했다. 이를 풀어쓰면 656 Mega bit per second 로, 1초 당 656Mb를 다운받았다는 뜻이다. 앞서 설명했듯 1Byte = 8bit 이므로, 656Mb(메가비트)는 82MB(메가바이트)에 해당한다. 이 글에서는 계산의 편의를 위해 5G 다운로드 속도를 80MBps로 정하겠다.

 정리하면 5G를 사용하면 1초당 80MB를 다운받을 수 있다는 말인데 이는 유튜브에서 2분짜리 고화질 영상(1080p)을 1초 만에 다운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10분짜리 영상을 본다면 다운로드는 첫 5초만에 끝나고 나머지 9분 55초 동안은 이미 다운로드 된 영상을 감상한다는 뜻이 된다. 실제로는 한 번에 영상 전체를 다운받지 않을 수도 있고, 영상마다 용량이 조금씩 다르지만 계산 편의를 위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그럼 이제 KTX의 속도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사실 KTX는 운송수단이기 때문에 5G와 직접적인 속도 비교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KTX에 사람이 데이터를 꽉 채운 외장하드 한 장을 들고 탑승한다고 생각해보자. 외장하드 한 장은 보통 1TB(테라바이트) 정도의 용량을 가진다. 가정용, 사무용 컴퓨터도 이 정도 수준의 용량을 가지고 있으며 노트북은 보통 이와 같거나 이보다 작은 수준이다.

 출발지와 도착지는 계산의 편의를 위해 서울역과 부산역으로 설정한다. 서울역에서 부산역까지 KTX를 타면 편성에 따라 시간차가 조금씩 존재하지만 약 2시간 30분이 걸리므로 150분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즉 서울역에서 부산역까지 외장하드 한 장을 KTX로 옮기는 상황을 상상할 수 있는데, 이때 외장하드에는 1TB가 들어있고 KTX는 150분만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동하므로 KTX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1TB/150분 이라 할 수 있다.

 1TB 외장하드의 실제 용량은 931GB지만 계산의 편의를 위해 1,000GB가 담겨있다고 하자. 또한 1GB 역시 1000MB라고 한다면, 1TB는 1,000GB이며 1,000,000MB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150분을 초로 환산하면 9,000초에 해당한다. 그럼 KTX의 데이터 전송 속도 1TB/150분은 1,000,000MB/9000s로 약 111MBps 가 된다. 한편 앞서 5G의 다운로드 속도를 약 80MBps라고 정의했다.

 수치상으로 5G 다운로드 속도는 KTX에 탑승한 외장하드보다 조금 느리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그러나 KTX를 탑승할 때 도심에서의 이동 시간, 열차를 기다리는 시간, 외장하드를 꼽기 위해 컴퓨터를 켜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5G 다운로드 속도는 KTX에 탑승한 외장하드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즉, 5G의 다운로드 속도는 서울에서 외장하드를 들고 KTX를 타서 부산까지 이동하는 속도와 비슷함을 알 수 있다.

 이런 식의 속도 비교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일상적으로 다운받는 영화, 게임 등의 파일은 기껏해야 100GB 수준을 넘지 않으며 설령 KTX가 더 빠르다고 한들 실제로 KTX를 타고 데이터를 옮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블랙홀 사진 촬영에 사용된 하드디스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컴퓨터 과학자 케이티 보우만(Katie Bouman)

 그러나 물리적인 방식의 데이터 전송이 전혀 의미없는 일은 아니다. 몇 년 전 ‘이벤트 호라이즌 텔레스코프(ETH)’ 프로젝트 팀은 최초의 블랙홀 사진을 공개했다. ETH 팀은 블랙홀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하와이, 아리조나, 스페인, 칠레, 남극 등 지구 곳곳에 전파 망원경을 설치했다. 전파망원경은 초당 8GB의 데이터를 기록했고 이는 하루에 약 1,000TB 데이터가 생성됨을 뜻한다. 현존 인터넷 망으로 지구 곳곳에서 초당 8GB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인터넷으로 전송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데이터를 전송한 수단은 비행기였다. ETH팀은 블랙홀의 촬영 데이터를 담은 하드디스크를 비행기에 실어 미국과 독일의 연구소로 보냈다. 그 결과 손실 없이 짧은 시간 안에 블랙홀 사진을 위한 데이터를 한 곳에 모을 수 있었다. 오늘날 인터넷이 빛과 같이 빨라졌다고는 하지만 하드디스크를 들고 나르는 비행기를 이길 수는 없었다는 재밌는 일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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