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경제 친환경 연중기획 "지구는 생물과 무생물이 공존하는 하나의 생명체"

'지구는 생물과 무생물이 공존하는 하나의 생명체이고 자신을 스스로 조절하는 존재다'

영국의 대기 화학자 제임스 러브록(James E. Lovelock)이 지난 1969년 발표한 '가이아 이론(Gaia Theory)'이다. 지구에 생명체가 탄생한 이후 45억년 동안 생물과 무생물이 복잡하고 서로 상호 작용하면서 일정한 환경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인간이 야기한 환경문제 등으로 자기 조절 능력이 떨어지면서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의 숨통을 막게 되고 결국 지구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성장이라는 명목 아래 이뤄지는 무분별한 개발과 끝없이 화석연료를 사용한 결과 지구는 뜨거운 탄소 쓰레기장이 돼가고 있다. 자투리경제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공존경영] 시리즈를 통해 자연과의 공존 방안과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경영의 현주소 및 전망, 보완할 점 등을 진단한다. <편집자 주>

 

생동감이 넘치는 광할한 대지 위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시고 자연 치유력을 한껏 높이면서 건강한 삶을 영위하면 얼마나 좋을까. 

각종 환경호르몬 폐해가 심각한 현대사회에서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연 치유력(power of spontaneous healing)'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 극복하는데 주안점을 둔 '생태의학'이 주목받고 있다.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발병을 촉진시키는 문명구조 속에 놓여있다. 특히 환경호르몬으로 불리는 내분비장애물질은 각종 암과 더불어 생식기능 이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새로운 질병에 끊임없이 노출돼 있는 현대인

산업문명의 사회구조에서 유래하는 환경재난은 크게 두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하나는 자연이 점차 병들어감으로써 생명부양체계(life-supporting system)가 취약해져가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폐해가 고스란히 인간에게 되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겪는 환경재앙에도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과 같이 눈에 보이는 것이 있는 반면 인공적  화학물질의 침투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성질환(environmental illness)과 같이 확연히 감지되지 않고 우회적으로 서서히 침투해오는 것들도 있다.

생태의학은 인간과 자연의 유기적인 연계성을 중시한다. 인체를 복잡한 생물기계(biological machine)로 간주해 의학적인 치료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인 소우주(小宇宙)로 인식해 영혼의 유익과 정신의 건강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육신의 강건함을 도모한다. 현대의학이 뉴턴패러다임에 의거해 인체를 생물(기계)의학의 모델로 설정해 접근하는 반면 생태의학은 인간을 그가 처한 사회 및 자연과 연계시켜 조망하는 생태적 인식에서 출발한다.

겨울철 온장고에서 따뜻하게 덥혀진 캔커피와 컵라면에서는 비스페놀A가 검출되고, 온갖 플라스틱류에서는 가소재로 쓰이는 DEHP가 나오며 비닐에 씌워져 배달되는 음식에서는 노닐 페놀이 배어나온다.
겨울철 온장고에서 따뜻하게 덥혀진 캔커피와 컵라면에서는 비스페놀A가 검출되고, 온갖 플라스틱류에서는 가소재로 쓰이는 DEHP가 나오며 비닐에 씌워져 배달되는 음식에서는 노닐 페놀이 배어나온다.

자연치유와 대체의학

미국 대체의학(alternative medicine)의 개척에 선도적인 역할을 한 의사가 앤드류 와일(Andrew Weil)이다. 와일은 자신이 배운 서양 현대의학의 한계를 절감하고 이를 대체할 방도를 개척했고, 숱한 경험적 치유 사례를 토대로 1995년에 자연치유(Spontaneous Healing)이라는 저서를 집필함으로써 대체의학의 불을 지폈다.   

생태의학의 주창자중 한 사람인 케니 아우스벨(Kenny Ausubel)은 인간을 치료하면서 사용된 온갖 약물로 인해 환경오염이 야기되고 또 그것이 다시 인간에게 질병으로 돌아오는 현상에 대해 경고한다. 그는 젊은 나이의 아버지를 일찍 잃은 상태에서 자신마저 절망적인 질병에 걸렸지만 현대의학에 희망을 걸 수 밖에 없는 절박감 속에서 자연의 선물을 통해 병을 고칠 수 있는 방도를 찾으면서 생태의학을 추구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 자연의 이치와 조화로 질병 치료 접근

생태중심주의는 생명 중심적 관점에서 인간을 자연의 평범한 구성원으로 간주하면서 다른 자연적 존재와도 평등하다고 본다.

생태의학에서는 자연의 이치에서 벗어나는 정도가 심할 경우 발병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자연과의 조화를 꾀하거나 자연의 약재를 통해 병을 치유한다. 서구 전래의 약초 요법이나 동아시아의 본초학 등도 치료 방법에 적용된다. 한 예로 카모마일(chamomile)은 독성이 없는 약초인데 차로 마실 경우 불면증을 완화시켜주고 근육경직을 풀어주며 관절통과 생리통을 경감시켜준다. 

현대의학은 인간의 자연치유력 보다는 약품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물론 약물 치료를 통해 병세가 호전되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치료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 예로 고혈압 환자는 평생 고혈압 약에 의지해 삶을 살아야 하고 아토피 환자의 경우 일시적 효과가 탁월한 스테로이드 처방을 받아야만 한다.  

생태의학에서는 약물 치료에만 의존하지 말고 약물 치료에 따른 부작용이 적지 않은 만큼 자체 회복력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마디로 면역력을 키우는데 더 의미를 두고 있는 셈이다.

동의보감 외형편을 보면  "황제내경(黃帝內經)이 언급하듯이 폐는 피부와 연합되어 있고 그 기운의 번영은 털로 나타나며 폐는 피부를 주관한다"고 돼 있다. 따라서 한의학은 피부는 물론 이를 주관하는 폐 기능까지 함께 정상화시키는 방도를 취하고 있다. 생태의학은 골다공증에 대해서도 뼈의 이상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신장이라는 장기와 연관해서 질병 치료에 임한다. 단순히 국부적인 치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체 전체를 중심으로 병이 드러난 원인을 찾는데 더 비중을 두고 있다.

◆ 정신건강 유지 및 사전적 예방 치료

생태의학은 인간의 신체가 다른 자연적 존재인 동식물과 마찬가지로 자연 치유 체제를 구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이를 최대한 유지하거나 북돋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고 치료에 나선다.  또 유해한 화학물질의 유입을 최소화하고 몸에 침투한 독소를 배출토록 해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되도록 하는데도 역점을 둔다. 따라서 생태의학에서는 패스트푸드보다는 로컬푸드,  채소와 과일로 만든 해독주스를 권장한다. 

기도와 명상이 정신질환은 물론 치매 등의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본다. 신체의 질병 상태 유무가 정신이나 영혼의 건강함과 내적 관계로 결부돼 있다고 보고 영혼의 '맑음'이나 마음의 '수련'을 통해 양생을 도모한다.  생태의학은 발병 후의 치료도 중요하지만 이에 선행해 사전 예방의 치유에 비중을 둔다.
 
생태의학은 현대의학의 장점인 원자론적 미세화 전략과 호혜적인 교류가 가능하다고 보고 상보성의학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인간의 질병 상태가 자연치유력만으로 복원되기에 너무 늦었거나 과중하다고 판단될 경우 현대의학의 생태적 치료방법도 병행한다.

 

생태의학은 환경성 질환 극복을 위해 자연이 선사하는 약초 등을 치료에 활용하거나 명상 등 정신적 치료법도 병행한다. 자가 면역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또 현대의학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자연 치유력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생태의학은 환경성 질환 극복을 위해 자연이 선사하는 약초 등을 치료에 활용하거나 명상 등 정신적 치료법도 병행한다. 자가 면역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또 현대의학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자연 치유력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의학과 현대의학의 장단점

한면희 박사는 '생태의학-자연의 이치로 깨닫는 질병 예방과 치료'란 저서에서 "산업사회 현대인이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가운데 얻게 되는 질병은 대체로 과중한 편이어서 몸의 자연치유력에 그냥 맡겨서는 곤란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자유 치유에 부응하면서 능동적으로 질병을 치료할 의학을 필요로 하며 이를 찾아서 시행하거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의학의 경우 치료에 적지않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화급한 경우 손을 못쓰는 경우도 있다. 또 객관적 표준화가 용이하지 않아 명의 배출이 어렵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개별 장기의 특성을 미시적으로 깊이 파악하지 못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숲은 잘 파악하고 있지만 개별 군락지와 나무, 세포의 세부특성을 파악하는데 취약하다는 얘기다. 

서양의학은 과학적 객관성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유기체가 갖고 있는 자연치유력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질병이 나타난 인체의 국소적인 부위를 찾아내 집중 공략하거나 수술 등에 의해 원천적으로 제거를 하는 방식은 뛰어나지만 국소적 질환 부위와 관련된 영역의 내적 연관성을 제대로 보지 못함으로써 병의 근원을 치료하는 데 자주 실패하고 있다. 

한 박사는 "양자가 생태적 자연치유력을 끌어안는 방향으로 발전을 도모한다면 더 나은 치료의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박사는 성균관대 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철학과에서 '환경 윤리와 자연의 가치'를 주제로 철학박사를 취득했다. 대한녹색대학 창립자의 일원으로 교수와 대표를 맡았고 한국환경철학회 회장과 환경정의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현재 성균관대 초빙교수와 한중통합의학협회 회장, 21세기 공화주의클럽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공동저자인 류시호 현덕서원(玄德書院) 원장은 경희대 스포츠의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유학을 떠나 중의사를 취득하면서 전국태극권대회에서 우승했으며 랴오닝 중의대학에서 중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북경 중의연구원 부속병원서 근무했고 중국 원난중의대학 객좌교수와 녹색대학 서울 자연의학과 주임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한중통합의학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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