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풍력발전기 화재 사고 이후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나친 의존현상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인천의 영흥 화력 발전소에 서 있는 거대한 풍력 발전기 화재 사고 3개월 전에도 제주에 있는 같은 기종의 발전기에도 불이 났다.

90m 높이 탑 위에 발전기가 있다 보니 불을 끄는데 4시간 넘게 걸렸다. 우리나라에 100킬로와트 이상의 풍력발전기는 690기가 설치돼 있다.

지난번 미국을 덮친 거센 한파로 텍사스주(州)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일부 보수 인사들이 정전 책임을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돌리면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천연가스와 석탄, 원자력 발전의 고장이 주 원인이 됐지만 풍력 발전 터빈의 일부가 결빙된 것도 정전사태에 영향을 줬다.

전체 설비용량 대비 실제 발전량을 보여주는 국내 풍력발전소 발전효율(이용률)이 지난해 2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등 선진국이 50%를 넘는 것에 비해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에너지공단에서 받은 ‘에너지원별 발전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75개 풍력발전소의 발전효율은 전국적으로 평균 24%에 머물렀다. 

한국이 지리적으로 풍력발전을 하기에 유리하지 않은 환경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은 풍속이 초당 7m 정도로 상대적으로 느린 데다 풍향도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해상풍력단지가 대규모로 들어서고 있는 유럽 북해 인근 국가인 노르웨이, 덴마크 등은 풍력발전소 발전효율이 50%를 넘는다. 이 지역은 연평균 풍속이 초당 10~11m에 달하고 바람도 한 방향으로 불어 풍력발전에 유리하다.

정부가 48조원이 투입되는 신안 해상풍력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약 5조~6조원이 들어가는 원전 1기 정도의 전기밖에 생산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신안 풍력단지는 현존하는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보다 규모면에서 무려 7배나 크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친환경 투자 열풍이 뜨거워지면서 이른바 ‘녹색 거품(Green bubble)’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친 환경관련 투자에 현금을 쏟아붓고 있는데, 오히려 기업 가치를 과도하게 높여 거품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풍력 발전회사인 덴마크 '오르 스테드' 는 실적은 소폭 개선되는 데 그쳤지만 주가는 급등했다. 7~8년 전만 해도 모든 펀드가 애플 주식을 담았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 오르 스테드가 당시 애플과 비슷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친 환경관련주들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한다. 블룸버그 자료를 보면 30개 종목으로 구성된 S& P글로벌클린 에너지지수는 최근 1년 새 가치가 거의 두 배로 불어나며 주가 수익비율(PER)이 41배까지 치솟았다. 1년 동안 가격이 16% 올라 PER 23배 수준인 미국 우량주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다.

다른 어느 때보다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다. 친환경이 결국 지구 생존과 직결돼 있다는 문제의 심각성이 알려지면서 각 기업들이 앞다퉈 ESG경영 실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객관성을 상실하거나 하나의 가치가 지나치게 과대평가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도 단시일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란 쉽지 않다. 눈앞에 보이는 성과와 성장률에서 벗어나 지구환경 보전에 적극 나서고 있는 최근 흐름은 충분히 칭찬받을 일이다. 

성급한 것은 되레 화를 자초하게 된다. 늦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제대로 된 환경정책을 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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