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첫날인 25일 금융 현장 곳곳에서는 많은 혼란이 빚어졌다. 감독규정이 시행 불과 1주일 전에야 나왔고, 구체적인 시행세칙은 시행 당일에야 금융사들에 공문으로 발송됐다. 시행세칙 발표가 늦어지면서 준비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개정안이 수차례에 걸쳐 수정되면서 정확한 내용과 규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다.

이번 금소법 주요 내용은 금융소비자들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금소법은 '6대 판매규제'를 원칙적으로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했다. 6대 원칙은 ▲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금지 ▲광고규제 등이다.

이 판매원칙을 위반할 경우 최대 1억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적합성·적정성 원칙을 제외한 4개 규제 위반에 대해서는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이 부과된다. 또 원금 손실 가능성 20% 넘는 고난도 투자 상품의 경우 소비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금융사가 고의나 과실이 없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금융사 입장에서 볼 때 부담과 책임이 크게 늘어나게 됐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준비를 한 뒤 시행을 하는 것이 바람직했겠지만 이미 시행이 된 만큼 금융사와 소비자 양 쪽의 입장을 수렴해 기간을 두고 제도를 보완해 혼란을 줄이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소법은 자본시장법 등 개별 금융업법에서 일부 금융상품에 한정해 적용되던 '6대 판매규제'를 원칙적으로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6대 원칙은 ▲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금지 ▲광고규제 등이다.
금소법은 자본시장법 등 개별 금융업법에서 일부 금융상품에 한정해 적용되던 '6대 판매규제'를 원칙적으로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6대 원칙은 ▲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금지 ▲광고규제 등이다.

특히 금소법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오는 9월 전까지 모호하거나 분쟁의 소지가 있는 일부 조항들을 구체화해 혼란을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소법 시행에 따라 적금에 가입할 때도 3단계(가입 권유 확인서, 예금 거래 신청서, 예금성 상품 계약서)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 이후 민원처리 절차, 예금자보호 여부, 이자율, 이용 제한 사항 등의 정보를 하나하나 읽어주며 이해했는지 확인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또한 소비자는 판매자의 설명을 이해한 경우 그 사실을 서명(전자서명 포함), 기명날인, 녹취를 통해 확인해줘야 한다.

이날 현장에서는 10만원짜리 적금과 단순 채권형 펀드 상품을 각각 하나씩 가입하는 데 2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했다. 펀드 가입 절차는 금소법 시행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었지만 펀드 상품설명서를 하나하나 읽어주고 녹취를 해둬야 했기 때문이었다.

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서류 뭉치를 보자마자 '적금 하나 가입하는데 무슨 절차가 복잡하냐'며 불만을 제기하시기도 했다"며 "고위험 상품 관련해서는 금소법 시행을 이해하지만 일반 예·적금 상품 가입까지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바뀐 상품 판매 프로세스 등에 익숙하지 않은 직원들이 고객에게 상품 가입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고 고객에게 받아야 하는 서류와 고객에게 교부해야 하는 서류도 많아져 진땀을 흘렸다.

다른 은행 직원은 "과거 10분이 채 안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3배 넘는 시간이 걸렸다"며 "10만 원짜리 단순 적금 가입에 불필요한 중복 설명과 과도한 서류작성이 이뤄지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방대한 제도가 시행되고 금융창구에서 하나하나 변화되는 것이 어느 한 순간에 딱 하고 이뤄질 수는 없다"며 "금융사들도, 소비자들도 내 권리가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고, 소비자보호라는 이 방대하고도 중대한 목표가 실현돼 나가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후 빚어지는 소비자 불편과 관련, "시간이 더 걸리고 불편한 점이 다소 있더라도 불완전판매라는 과거의 나쁜 관행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며 "금융 소비자 보호를 더욱 굳건히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금소법의 시행령, 세부수칙 마련이 늦었다는 부분도 있고 (금융사) 창구 직원들까지 지침이 잘 전달되지 않아 국민 불편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1년 전에 펀드 불완전판매로 피해자들이 눈물을 흘렸는데 벌써 잊어버리고 빨리빨리 가자고 하는 건 맞지 않는다. 소비자 보호라는 기본은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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