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경제 친환경 연중기획

'지구는 생물과 무생물이 공존하는 하나의 생명체이고 자신을 스스로 조절하는 존재다'

영국의 대기 화학자 제임스 러브록(James E. Lovelock)이 지난 1969년 발표한 '가이아 이론(Gaia Theory)'이다. 지구에 생명체가 탄생한 이후 45억년 동안 생물과 무생물이 복잡하고 서로 상호 작용하면서 일정한 환경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인간이 야기한 환경문제 등으로 자기 조절 능력이 떨어지면서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의 숨통을 막게 되고 결국 지구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성장이라는 명목 아래 이뤄지는 무분별한 개발과 끝없이 화석연료를 사용한 결과 지구는 뜨거운 탄소 쓰레기장이 돼가고 있다. 자투리경제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공존경영] 시리즈를 통해 자연과의 공존 방안과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경영의 현주소 및 전망, 보완할 점 등을 진단한다. <편집자 주>

 

2019년 노르웨이 오슬로의 18층 호텔이 CLT(Cross-Laminated Timber) 방식으로 지어졌다. 높이 85.4m의 세계 최고층 목조 건축물이다. 런던의 머레이 그로브(Murray Grove)는 모두 CLT로 건설된 최초의 고층 도시주택 프로젝트다. 호주 멜버른의 고급 아파트 건물,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교 캠퍼스 내 기숙사인 브록 커먼즈도 CLT 목구조로 만들어졌다. 

첨단 신소재 산업으로 거듭나는 목재산업…미래의 콘크리트 CLT

인공물의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콘크리트다. 플라스틱 또한 가볍고 단단하고 열을 가하면 무엇이라도 만들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가장 널리 보급된 인공물의 하나다.

하지만 친환경이 강조되면서 콘크리트와 페트병을 대체할 수 있는 자연 재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LT는 건조한 소재를 수직으로 교차해 교대로 쌓은 뒤 접착제로 압축해 강한 목재로 제작한 것이다. 기존 합판 목재와 다른 점은 수직층으로 보드를 쌓아 판이나 표면 또는 벽체를 제조할 수 있다. CLT로 만들어지는 판은 최대 12m 높이 까지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CLT는 뛰어난 강도, 안정성과 내화성을 가지고 있다. CLT 직각 교차 집성목은 철골의 2배, 시멘트보다 9배의 인장강도를 가지고 불에도 잘 견딘다. 콘크리트 보다 가볍고 유연성도 높은 소재다. 콘크리트 1㎥의 무게는 약 2.7톤이지만 CLT 1㎥의 무게는 400㎏에 불과하다.

CLT는 높은 강도, 치수 안정성, 견고함으로 아파트, 오피스 및 상가건물은 물론 송전탑에도 적용 가능하다.

CLT는 특히 제조 단계에서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하고 CLT로 완성된 건물은 탄소를 더 오랫동안 고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수명이 다한 CLT건물을 철거 할 때에도 다른 재료의 건축물 보다 훨씬 친환경적이다.

CLT는 제조 단계에서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하고 CLT로 완성된 건물은 탄소를 더 오랫동안 고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목재가 플라스틱을 대체한다

목재가 주는 이점은 이밖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친환경적인 소재인 만큼 거주자에게 다중 감각 경험을 제공해 평온함을 불러와 혈압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목재가 습기에 약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식물성 오일과 미네랄페인트를 칠하면 변색과 분리없이 25년 동안 새집처럼 외관을 보호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에 힘입어 CLT 소비는 미국, 캐나다 및 전 세계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자료=리엔건축
자료=리엔건축

독일의 바이오타닉(Biotanic)은 2010년부터 야자수 잎으로 만든 친환경 일회용 식기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우선 고압의 물로 씻어낸 야자수 잎을 자외선으로 살균처리한다. 이어 야자수 몇 잎을 압축하고 건조하면 최종 제품이 나온다. 

이 제품이 플라스틱 제품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조만간 플라스틱 시장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플라스틱의 유해성이 거듭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친환경적이면서 인체에 무해한 제품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재관 농어업정책포럼 이사장은 "그동안 버려졌던 바이오매스의 섬유질을 추출해 다양한 신소재를 개발하고 종이의 마감처리 기술을 통해 일회용을 다회용으로 전환하고 목재의 리그닌을 추출해 나프타로 바꾸어 내는 등 목재산업은 이제 첨단 신소재 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며 "플라스틱 시대를 목기 시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첨단 신소재로서의 목재의 가치가 새롭게 부각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무의 견고함과 강인함

문화재수리 기능자이자 목수인 심상무 소목장은 '심상무 짜임'을 개발했다. 전통 목공에서 '짜임'이란 목재의 뒤틀림 또는 터짐에 대비해 못이나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각재 또는 판재를 연결하는 기법이다. 각기 다른 방향에서 시작해 한곳에서 만나게 되는 목재들을 얼마나 튼튼하게 이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심 소목장은 독특한 연결 부위를 가진 세 개의 각재에 중앙 결구재를 추가하는 '심상무 짜임'을 고안했다. 한옥에서 기둥과 보가 연결되는 부분을 보강해주는 '보아지'의 장점을 목공에 도입한 것이다.

중앙결구재를 씌운 이 짜임 기법은 '간접 짜임'이면서 동시에 '이중 짜임'이어서 외부에서 가해지는 무게와 압력을 분산시켜 3배 이상 더 튼튼하다. 손가락 만한 두께의 심상무 짜임 위에 카니발 자동차를 올려놓은 실험에서도 거뜬히 차의 무게를 이겨낼 정도로 견고함을 증명해 보였다.

기존 짜임과 심상무 짜임(오른쪽)
기존 짜임과 심상무 짜임(오른쪽)

日 '나무로 만든 위성' 개발중

우주쓰레기 축소하기 위해 나무로 만든 인공위성 제작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 기술 매체 테크익스플로어에 따르면 일본 벌목·가공 회사 스미토모임업과 일본 쿄토대학교는 목제 인공위성 개발을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2023년 시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연구진은 지구상의 극한 조건에서도 잘 견디는 목재를 개발하고 있다.

목재 인공위성 개발 연구는 우주 산업 발전으로 늘어나고 있는 우주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시작됐다. 세계 경제 포럼에 따르면 현재 지구에는 6000개쯤의 위성이 있지만, 이 중 40%는 사용되지 않는다. 이들 위성은 단순히 공간을 차지하며 타 위성과 충돌하거나 지구로 떨어져 큰 사고를 야기할 수 있다.

반면 목재 인공위성은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타버리기에 자연스럽게 우주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목재는 플라스틱과 달리 전자기파가 잘 통과해 안테나를 위성 내부에 배치할 수 있다.

수미토모임업측은 “가혹한 햇빛과 온도 변화에 특히 강한 목재를 개발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오는 2023년까지 세계 최초의 목조 위성을 우주로 발사할 준비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스미모토임업과 교토대학 연구진이 ‘나무’를 이용한 인공위성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사진 왼쪽) .사진=BBC. 지구 저궤도를 도는 우주 쓰레기 상상도. 출처=ESA(유럽우주국)
일본 스미모토임업과 교토대학 연구진이 ‘나무’를 이용한 인공위성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사진 왼쪽) .사진=BBC. 지구 저궤도를 도는 우주 쓰레기 상상도. 출처=ESA(유럽우주국)

 

저작권자 © 자투리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