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확보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처절할 정도다.

코로나와의 싸움이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공생과 상생은 없고, 전 세계가 오로지 자국민 우선 위주의 백신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

미국은 2억3800만 도즈(1도즈는 1회 접종분) 중 300만 도즈만 수출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체 생산량의 1%에 불과하다. EU 역시 전체 생산량의 36%를 조금 넘는 7000만 도즈만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대국이 개발과 생산, 유통 과정을 독점하면서 신흥국들은 철저하게 뒤로 밀리는 형국이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백신 효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부스터 샷(추가 접종)' 계획을 추진 중인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부스터 샷이 현실화할 경우 전세계 백신 수급은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국내 상황을 점검해보자.

한국은 국제위상에 걸맞은 역량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에 밀려 수급이 늦어지면서 접종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17일 현재 인구 100명당 3명의 접종률을 보이고 있다. 추산할 수 있는 126개국 중 92위권 수준이다. 

정부도 뒤늦었지만 부랴부랴 백신 위탁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건당국은 국내 한 제약사가 8월부터 해외 백신을 위탁생산할 수 있는 내용의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더 구체적이고 명쾌한 수급대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다.

현재 여러 여건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당초 계획은 실현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 상반기 1200만명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오는 11월까지 전 국민의 70%가 예방접종을 마쳐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게 당초 방안이었다. 

그러나 "나는 언제 맞을 수 있나"라는 물음에 어느 누구도 정확하게 답을 해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르면 연내에, 잘하면 내년에 맞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얘기가 나도는 정도다.
당국이 올해 상반기 도입을 확정한 백신 물량은 약 1000만명분(1~2차 접종 완료분)으로 계획한 물량을 채우지 못했다. 

각종 악재가 겹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4차 유행은 감소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 같은 확산세라면 일일 확진자 규모도 1000명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전국 감염재생산지수가 1을 넘어선 것도 위험신호다. 

여기서 지난 '일'들과 '말'들을 다시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조만간 코로나가 종식된다" "접종이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돌발상황을 대비한 추가 물량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터널의 마지막 불빛이 보인다" 

결국 위에서 언급한 멘트들은 다 거짓말이 돼 버렸다. 

한 나라의 지도자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이겨나가게 하기 위해서는 힘을 하나로 합쳐 의기투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거가 없고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희망메시지만을 날리는 것은 기만행위와 같다. 

국민들의 안전과 목숨이 달린 코로나 백신 확보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현 상황에 대해 거짓 하나 없이, 낱낱히, 그리고 정확하게 백신 확보 진행상황을 알려주는 것이다. 물론 국민들이 크게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을 제대로 알게 된다면 최선의 방책이 무엇인지 서로 머리를 맞대로 고민하면서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다. 

집단 방역이 이뤄질 때까지 참고 견디면서 개인 방역을 철저히 하는 수 밖에 없다. 마스크 일상을 자연스런 것으로 받아들이고 전보다 더 개인 건강에 신경을 쓰면 된다.  

지금은 백신 확보 현황판이 필요한 시점이다.

매년 연말이면 광화문에 사랑의 열매 온도탑이 세워진다. 지난해 12월 1일 시작해 올해 1월 31일 종료된 이 캠페인의 '사랑의 온도탑'은 두 달간 모인 모금액으로 114.5도까지 올랐다.

사랑의 열매 온도탑이 세워질 당시 코로나 사태 여파 등으로 인해 모금액은 보잘 것이 없었다. 하지만 어려울 때 일수록 온정을 모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기대 이상의 모금액을 기록하면서 종료됐다.

마찬가지다. 백신 수급  및 계약 진행 상황, 접종 상황, 백신 위탁 생산 및 계획 등 각 항목별로 자세하게 진행상황을 알 수 있는 현황판을 만들자.

처음 시작은 초라하고 보잘 것 없겠지만 여러 국난을 이겨낸 우리 국민들이기에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 힘을 모을 수 있도록 현 정부가 토대를 마련해줘야 한다. 그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역사가 말해주듯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것은 국민들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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