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미세먼지로부터 자취방을 지켜보자

 미세먼지와 황사 그리고 꽃가루의 계절, 봄이 찾아왔다. 어느덧 자취 경력 3년 차, 그러나 아직도 봄의 미세먼지에 대항할 마땅한 공기청정기를 구매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봄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미세먼지를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자취를 시작한 후 3번째 봄을 맞아 공기청정기를 구매하기로 마음 먹었다.

 

 "모터가 들어간 제품은 LG가 최고야." 라는 친구의 말에 따라 LG 공기청정기를 알아보았지만 생각보다 값이 비쌌다. 물론 비싼 값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자취를 하는 대학생 입장에서 100만 원이 넘는 공기청정기를 선뜻 구매할 수 없었다.

 자취하는 사람은 거주 환경이 자주 변하기 때문에 들고 다니기 편해야 하며, 언제 버려도 괜찮아야 하고, 가격 부담도 적어야 한다. 물론 그러면서도 잔고장도 덜 했으면 좋겠고 품질도 어느정도 보장돼 있고 여차하면 중고마켓에 팔아도 푼 돈을 챙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있다.

 그런 기준에 비교적 부합하는 제품으로 샤오미의 공기청정기가 눈에 들어왔다. 값싼 공기청정기 중에서는 그나마 많은 사람들이 사용해 품질이 검증됐고, 여차하면 중고마켓에 팔기도 수월했다. 덤으로 디자인도 마음에 드는 편이었다.

 

 샤오미의 공기청정기도 면적, 용도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었는데 그 중 자취방에서 쓰기 적합해 보이는 것은 3C와 3H 모델이었다. 3C가 38㎡ 용이고, 3H가 45㎡ 용이라고 한다. 흡수하는 미세 입자의 양도 3H가 더 많다고 하니 3C보다 3H가 조금 더 힘이 센 모델인 것 같다. 힘이 센 만큼 소음 역시 3C보다 3H가 더 크다고 한다. 

 자취방에선 3C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하지만 지금 살고있는 자취방의 구조가 특이하고 조금 큰 편에 속하기 때문에 3H로 구매를 결정했다.

 

 주문한 공기청정기를 받아보니 디자인이 사진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싼 맛에 쓰는 물건들은 보통 디자인 퀄리티나 마감이 기대 이하인 편임을 감안하고 구매하지만, 이 정도면 고가 공기청정기보다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느낌을 받을 만큼 훌륭했다.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고 스마트홈 기능 사용을 위해 어플을 다운받았다. 중국 기업의 제품이기 때문에 모든 기능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위치를 중국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한다. 지역을 중국으로 설정해도 한국어로 어플을 사용할 수는 있었으나, 중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일부 기능의 경우엔 한국어 지원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어플과 공기청정기의 연결이 잘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설명서에 있는대로 따라해보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시키는대로 해보기도 하고, 혹시나 인터넷이 문제일까 하는 마음에 공유기의 설정을 이리저리 바꿔보았지만 끝내 공기청정기에 스마트홈 기능을 연결시키는 것에 실패했다.

 

 이어 미세먼지를 실제로 잘 흡수하는지 확인해보았다. 이날 서울의 미세먼지 상태는 나쁨에 가까운 보통 수준이었다. 공기의 질이 나쁘진 않지만 좋지도 않아 먼지로 인해 시야가 답답한 느낌이 드는 정도였다.

 

 공기청정기를 처음 켜자 미세먼지 농도는 125를 가리켰다. 바깥 수치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은 편이었다. 방금 막 에어프라이어로 점심을 해먹은 탓이 아닐까 추측을 해보았다. 한편으로는 공기 질을 잘못 측정한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창문을 열어두고 공기청정기를 제일 강한 강도로 가동시키자 5분 후 미세먼지 농도 수치가 39로 크게 낮아졌다. 창문을 열어둔 상태임에도 바깥보다 낮은 수치가 나온 것을 보니 성능에는 크게 문제 없는듯 했다.

 이후 한 달 간 공기청정기를 사용했으나 크게 문제되는 점은 없었다. 잘 때는 수면 모드로 설정해 소음을 낮출 수 있었고 전기 요금도 공기청정기를 들이기 이전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스마트홈 어플 역시 공기청정기를 끝내 인식하지 못해 아직도 수동으로 공기청정기를 조작하는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10만 원 근처에 형성된 가격을 감안하면 충분히 참고 쓸 만큼 괜찮은 물건이라 할 수 있었다. 비록 최고의 제품은 아니지만, 이제 막 자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부담없이 구매할 수 있는 합리적인 물건이라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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