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전분기 대비 1.6%로 집계됐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전분기 대비 1.6%로 집계됐다. 설비투자 증가가 깜짝 성장을 이끌었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2.0%에서 올해 1분기 6.6%로 큰 폭의 상승세로 돌아섰다.

올해 1분기(1~3월) 한국경제 성장률이 기존 예상보다 높은 1.6%를 기록함에 따라 올해 성장률이 4%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분기 경제성장률로만 봤을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전 경제 규모를 회복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JP모건과 모건스탠리는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을 각각 4.1%와 4.2%로 전망했으며, 국내 LG경제연구원은 4%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백신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인 만큼 백신 접종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당초 예상을 빗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설비투자·민간소비 모두 증가…코로나 이전 경제규모 회복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전분기 대비 1.6%로 집계됐다. 분기별 성장률은 코로나19 발생과 함께 지난해 1분기(-1.3%)와 2분기(-3.2%)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3분기(2.1%), 4분기(1.2%) 반등한 바 있다.

앞서 한은은 1분기 성장률이 1.3% 정도면 지난해 뒷걸음친 GDP 규모가 코로나19 영향이 없었던 2019년 4분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는데, 이날 확인된 성장률(1.6%)은 이보다 크게 웃돌았다.

1분기 서프라이즈는 주로 설비투자와 수출 부문이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투자 확대로 2020년 팬데믹 기간 동안에도 6.8% 증가했는데, 이번 1분기에 추가로 전기대비 6.6% 증가를 보였다. 운송장비 등 기타 부문의 설비투자도 큰 폭 증가했기 때문이며, 글로벌 경기 회복과 한국 수출 확대로 이러한 설비투자의 확장세는 연말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수출의 증가폭도 예상보다 컸다. 지난 하반기에 2분기 연속 수출이 V자 회복을 보여, 1분기 수출은 다소 감속을 예상했으나 전기대비 1.9% 증가하며 예상보다 증가폭이 컸다. 이로써 한국경제는 당초 예상한 2021년 2분기보다 1분기 앞서 코로나 이전 (2019년 4분기) 수준으로 회복했다.

그동안 부진했던 민간소비의 회복이 두드러졌다. 민간소비는 내구재(승용차·가전제품)와 비내구재(음식료품 등) 등의 소비가 늘면서 1.1% 증가했다. 작년 3분기(0.0%)와 4분기(-1.5%)와 비교하면 회복세가 뚜렷하다.

IT 경기가 회복되고 글로벌 경기가 개선되면서 수출의 증가세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2분기 이후 미국도 강하게 부양조치를 진행하면서 성장률이 상향 추세이기 때문에 수출 개선은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수출 증가율은 1.9%로 지난해 4분기(5.4%)보다는 낮아졌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의 생산 증가율이 2.8%로 나타났다. 건설업과 서비스업은 각각 0.4%, 0.8%를 기록했다. 자료-=KB증권

 

소비와 투자는 투톱으로 경기회복을 이끌었다. 올해 1분기에는 민간과 정부의 소비가 모두 늘어 전 분기(-0.8%포인트) 대비 0.8%포인트로 증가 전환했다. 특히 민간 소비는 전 분기 -1.5%에서 1분기 1.1%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자료=DB금융투자

 

소비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회복된다면 4% 성장도 가능

2분기 이후의 경기 회복속도는 2020년 하반기 이후의 회복속도(3분기 평균 전기비 1.7%)보다는 다소 완만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로 인해 가속화된 수출의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내수 회복으로 인한 수입 확대로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경기 회복세의 둔화로 보기보다는 회복속도의 정상화로 판단된다. 향후 연말까지 3개 분기 동안 평균 전기비 0.6% 내외의 성장을 보일 경우 연간 3.7% 내외의 성장이, 2017~2018년의 경기 확장국면의 평균 속도인 전기비 0.7~0.8% 내외 성장 시에는 연간 4.0%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지난 27일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설명회에서 "1분기 성장률이 1.6%로 시장과 조사국의 예상치보다 높은 베이스 시프트를 보였다"며 "실제 성장률이 높아지면서 3% 중반은 달성 가능하며, 4%를 달성하려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0.7~0.8% 성장률을 기록하면 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올해 4% 성장률도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KB증권 오재영 연구원은 "1분기 민간소비는 코로나 재확산에도 전기대비 1.1% 증가했으며 이는 향후 경기 회복 경로의 소비 관련 변동성이 상당히 축소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며 "코로나 확산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축소되고 있고, 민간소비의 회복속도에 따라 4% 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 김연진 연구원은 "당사는 1분기 GDP 서프라이즈 반영,  보복 소비의 지속, 3~4 분기 화이자 백신 공급 확대를 고려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3.4-3.5%에서 4.0%로 상향 조정한다"며 "5월 경제전망에서 한국은행은 지난 2월 (+3.0%) 전망을 추가 상향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시장에서 통화정책이 변화할 것이라는 논의가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은 한국 2021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3.4-3.5%에서 4.0%로 상향했다.
유진투자증권은 한국 2021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3.4-3.5%에서 4.0%로 상향했다.

아시아개발은행,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3.5%로 상향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5%로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전망보다 0.2%포인트 올렸다. ADB 전망치는 국제통화기금(IMF·3.6%)보다 낮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3.3%) 보다는 높다.

이날  ADB가 발표한 2021년 '아시아 역내 경제전망(ADO)' 자료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확장적 재정·통화 정책과 반도체·정보기술(IT) 제품 수요 증가에 따른 수출 증가,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을 통한 소비 촉진 유도, 한국판 뉴딜 이니셔티브 등이 올해 경제 성장률 회복을 이끌 것이라고 평가했다.

ADB는 한국 경제가 내년에는 3.1%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보다 수출이 잘 되고 코로나19 백신 접종도 진행되면서 소비심리가 4개월 연속 좋아졌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4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4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2.2로 3월보다 1.7포인트(p) 높아졌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생활 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다.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19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낙관적이라는 뜻이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수출 호조 지속, 코로나19 백신 접종, 고용지표 개선 등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로 4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소비 여전히 부진…민간소비 회복 강도가 변수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1.1% 증가하며 지난 4분기 역성장(-1.5%)에서 반등했다. 민간소비는 1분기 중 예상보다 강하게 반등했음에도 여전히 코로나 이전 대비 5.5% 미달된 수준이다. 서비스 소비가 여전히 부진하다.

주요 지출 항목 중 회복력이 가장 부진한 민간소비의 회복 강도가 올해 국내 경제 반등 폭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가 14개월만에 기준선 100을 회복한 점은 긍정적이다.

박양수 국장은 "민간소비는 경기 회복국면, 이전소득을 포함한 가계소비도 늘고 있다는 점과 고용여건도 개선추세에 있다는 걸 감안하면 완만한 개선추세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과거와 달리 대면서비스에서 마이너스 영향이 나타나는 만큼, 대면활동 정상화 수준에 따라 회복속도가 좌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체감 못해…백신이 하반기 변수

기업 투자 확대와 가계 소비 개선 등으로 '깜짝 실적'을 기록했지만 향후 이 같은 성장세가 계속될지는 불투명하다. 노동시장의 개선세 지연, 백신 보급의 불확실성,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방역 조치 조정 등에 따라 향후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박 국장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영업 제한 조치 등이 강화되면 대면 서비스업 소비 부문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민간 소비 부문은 위기 요인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백신 보급 지연,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정에 따른 생산 차질 가능성 등은 부정적인 요인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결국은 백신이 보급되고 집단면역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데, 한국은 접종률이 매우 저조한 상황"이라며 "백신 수급, 접종 속도 등이 향후 성장세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빠른 경제 회복에도 자영업자나 영세상인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1분기 소비 회복이 자동차, 가전 등 내구재 중심으로 이뤄졌다"며 "대면 소비 위축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어 소상공인들은 경제 회복을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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