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도 재개발의 허와 실①] 국민 주거권 보장인가, 강제인가
[공공주도 재개발의 허와 실①] 국민 주거권 보장인가, 강제인가
  • [자투리경제=박영석 SNS에디터]
  • 승인 2021.05.0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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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공공주도 주택 공급' 사업이 급박하게 추진되면서 재산권 침해 및 주거권 박탈 등 여러 문제점을 야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정권 말기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무리한 대책이라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일사천리도 진행되면서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시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공공 직접 시행을 통한 '공공주도 주택 공급' 사업이 낙후된 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국민의 주거권이 폭넓게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경우도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도심 내 선호도가 높은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등 지금까지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지만 사업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조합원 간 갈등 등 여러 문제점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조합-시공사 간 유착, 조합 내부 비리 등 여러 가지 사회 문제가 발생해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장기간 표류하는 등 주택이 적기에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합이 단독으로 추진함으로써 개발이익을 독점하고, 인근 부동산 시장을 자극해 시장 전반에 불안정을 야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주도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핵심으로 하는 2·4대책들의 면면을 자세히 뜯어보면, '토지 강제 수용'과 '재산권 침해' '주거권 박탈'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다.

■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라 진행되는 공공 직접 시행 방식

공공 직접시행 재개발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단독 시행을 하게 된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의 경우 착공 전 공공에 소유권이 넘어가는 방식(현물납입 또는 수용)이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토지 등 소유자가 소유권을 공공에 넘기고 아파트 우선공급권을 받은 뒤 사업이 끝나면 주택을 다시 분양받고 그 차액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분양은 공공분양으로 이뤄지며, 우선공급권을 받지 않는 경우 현금청산 등으로 수용된다.

국토교통부와 LH는 공공이 주도로 시행하되 공공-민간 공동시행, 협업 방식 등 다양한 주체의 참여를 유도하고 규제완화 등 적합한 사업구조 마련을 지원한다고 하고 있지만, 이 사업이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라 시행하는 공공 직접 시행 재개발이라는 점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굳이 공공-민간 공동시행, 협업 방식을 선택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또 토지소유권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LH는 감정평가, 분양 신청·배정, 일반 분양가 책정 등 모든 과정에서 절대적인 권한을 갖는다. 자칫 잘못하면 자산을 다 넘겼다가 LH 등 공기업이 소유주들의 이해관계와 전혀 다른 사업을 진행할 시 낭패를 볼 수 있다. 공공 직접시행 규정을 살펴보면 일부 인허가 절차도 생략하게 돼 있어 견제장치가 없다.

제1차 및 제2차 발표 선도사업 후보지
제1차 및 제2차 발표 선도사업 후보지

■ 2월4일 이후 주택매수자 현금청산…명백한 재산권 침해

"살 집을 매매했다가 나중에 공공 주도 정비사업을 한다고 결정나면 그냥 현금청산을 해야한다는 게 말이 되는 것이냐” “살 집을 겨우 찾아 샀는데 나중에 공공 주도 정비사업 한다고 하면 강제로 집을 뺏기게 되는거나 다름없다”

2월 4일 이후 공공개발 지구 내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아파트나 상가 분양권을 주지 않고 현금 청산한다. 다시 말하면 2·4 대책 발표 이후 토지 또는 건축물의 신규 매입 계약 행위로 공공정비구역 내 토지 또는 건축물을 소유하게 된 사람은 우선공급을 신청할 수 없다.

정부는 2월 4일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을 발표하면서 2월 4일 이후 개발지역에서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지분쪼개기를 통해 지분 수를 늘린 경우 공공 주도 정비사업의 아파트 우선공급권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키로 했다. 

가령 2월 5일 이후 산 아파트가 20년 뒤 재건축이 되더라도 LH 등 공기업이 직접 정비사업을 시행할 경우 모두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  정부가 정비사업지 원주민에게는 우선공급권을 제공하지만, 대책발표일 이후 사업구역 내 기존 부동산에 대한 신규 매입계약을 체결한 자는 우선공급권을 부여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씨가 지난 4일 대책 발표 이후 거주를 목적으로 B지역의 빌라를 매수했다. A씨가 매수할 당시에는 공공 주도 정비사업이 결정되지 않았다. 이후 B지역이 공공 주도 정비사업으로 결정된다면 A씨는 우선공급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을 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앞으로도 공공개발 사업구역을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어서 추가 피해도 예상된다. 특히 투기와 무관하게 실거주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매한 이들마저 피해를 볼 수 있다. 더구나 국토부가 공공개발 후보지로 검토하는 지역만 222곳(역세권 117곳,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후보지 67곳, 준공업지역은 17곳 등)에 달한다.

민주당 내부에서 2월 4일 이후 주택을 취득했더라도 직장 이전, 자녀 교육, 질병 치료, 부모 봉양 등의 사유나 장기 거주 필요성이 입증될 경우 분양권을 주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

투기 여부와 상관없이 아파트나 주택을 매입했는데 나중에 공공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 꼼짝없이 시세보다 낮은 감정평가 금액으로 현금 청산을 받아야 한다. 현금청산 기준가는 실제 거래가보다 한참 못 미치는 감정평가액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막대한 재산상 피해까지 우려된다.

특히 구체적인 사업지역이 정해지기도 전에 매수하더라도 현금청산 대상자로 분류한다는 것은 정부가 당분간 주택 거래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겠다는 조치로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거주이전의 자유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 지구 지정 제안시 건축 등 금지…부동산 거래도 중단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사업의 경우 주민 10% 동의를 받아 지구지정 제안이 들어가고 국토부가 주민 등의 의견청취를 공고하면 해당 지역 주민은 건물의 건축 등이 금지된다. 이에 대해 주민 일부만의 동의로 행위 제한이 가능하게 하는 것은 토지의 극히 일부를 소유한 사람들의 동의로도 토지 대부분을 소유한 이들의 기본권 행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동의요건(10%) 확보 및 사전검토위 통과한 후보지를 대상으로 7월부터 예정지구 지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소유주 동의 10%를 받아야 예정지구로 지정되고, 지정 이후 1년 이내에 토지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본 지구로 확정돼 사업이 추진된다. 기간 내 동의율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업은 자동으로 취소된다. 하지만 나중에 취소가 되더라도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의 주민들은 예정지구 지정부터 자동 취소되기 까지 1년이라는 기간동안 부동산 거래가 중단되고 건축 등이 금지되는 피해를 입게 된다. 

미아역 부근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언제 (개발이 추진)될지도 모르고 어차피 현금 청산되는 곳이라 살 사람도 없는데 사람들이 매물을 팔지 말라고 한다"며 "지금까지 거래가 없기도 했지만 그래도 사려고 덤벼드는 사람이 가끔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없어지게 생겼다"고 말했다.

최종 지정 여부를 떠나 팔거나 살 수 없게 되는 것이 더 문제다.  공공개발에 긍정적이더라도 팔아야 하는 상황에 있는 사람도 팔 수가 없게 된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팔고 나가게 해줘야 하는데 이 또한 불가능하다. 2·4대책 이후 해당 지역 토지나 빌라 등을 매수한 사람에게는 분양권을 주지 않기 때문에 매수에 나서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강북의 한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특정 지역 또는 특정 구역에 어떻게 사업을 할 예정인지, 예정지나 시기 등 아무것도 지정되지 않은 백지상태인데 이런 억제 조치는 부동산 거래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주택 매수 대기자뿐만 아니라 노후 빌라나 주택 보유자들 모두의 주거이전 자유를 막은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인본 김종규 대표변호사는 “국민의 권리가 제한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며 “재산권 침해의 기준이 되는 사업 구역에 대해 특정이 되지 않았고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위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입주권 선택 여부를 허용하지 않고, 현금청산만 가능케 한다는 건 선택권 제한에 해당한다”며 “현금청산으로 매수가 끊겨 집을 팔지 못하는 집주인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또한 넓은 의미의 거주 이전 자유의 침해에도 해당된다”고 말했다.

H&P법률사무소 홍봉주 대표변호사는 “이미 정비사업의 근간이 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사업 단계별로 분양권 양도 불허 시점을 명시하고 있다”며 “현금청산 시점을 대책 발표날이 아닌 구역지정 시점 등으로 변경해야 된다”고 말했다. 

 

역세권(주거상업고밀지구)
역세권(주거상업고밀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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