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공공 정비사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공익에만 치우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공익이라는 미명 아래 소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해서는 안되고 사업 초기부터 주민 의견을 대폭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금의 공공 정비사업은 과거 복마전이라고 불리면서 불합리한 시절의 것과 다르다. 또 용산의 아픔을 거치면서 제도 보완이 이뤄졌다”면서도 “다만 공익이라는 미명 아래 소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해서는 안된다. 사업 초기부터 주민 의견을 대폭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선웅 전국재개발재건축연합회 정책위원은 "공공이 주도하는 정비사업의 속도가 높아지기 위해선 공익과 사익이 조화로워야 한다”고 말했다.

개발이익을 어떻게 민간과 나눌 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기용 국토교통부 주택정비과장은 "10~30%의 개발이익을 어떻게 민간과 공유할 것인지가 주민동의율 확보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민간 자력으로는 사업성이 안 나오지만 공공이 직접 시행하면 어느 정도 사업성이 나오는 곳 위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민간 재개발·재건축 추진이 쉽지 않은 지역의 경우 공공이 주도하는 개발사업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공과 민간,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 주택공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 개발 사업 추진이 어려운 곳에 먼저 공공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런 곳들은 사업성과 주민동의 등 실제 사업추진이 쉽지 않더라도 공공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 정비사업 예정지구 지정의 진입장벽(주민동의 10%)이 낮아 이를 수요자들의 니즈 판단 기준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승현 도시와경제대표는 “10%의 주민동의율 자체가 약하다. 수요자들의 정확한 니즈를 판단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특히 사업 추진이 확정되기 위해서는 지구 지정 1년 이내 토지주 등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고 설명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공공 정비사업의 경우 일반 민간 재건축보다 동의률을 낮게 설정해 시작을 용이하게 만들었지만, 달리 말하면 반대 세력 비중이 높을 수도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사업 시작에는 유리할 수는 있어도 진행에는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의 재건축 규제 완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민간의 주택공급'을 거론해 정부의 공공주도 주택공급 기조의 변화를 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주거 안정은 민생의 핵심이다"며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고 민간의 주택공급에 더해 공공주도 주택공급 대책을 계획대로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특별연설을 통해 민간의 주택공급 기능을 뚜렷하게 언급한 것은 드문 일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그 동안 각계각층에서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공급을 막고 공공에 의존한 주택공급만 시행할 경우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키고 더 큰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지적을 해왔는데, 문 대통령의 연설이 민간공급의 수용 가능성을 나타낸 것이라면 그동안 정부정책의 대전환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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