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대책 현금청산 기준일 변화에 시장이 또다시 혼란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책에 대한 신뢰감이 추락한 지 오래고, "그 사이에 또 바뀌었나"라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다. 

2·4대책 이후 서둘러 빌라를 매입하고 등기를 마친 사람들은 이번 조치로 구제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보가 빠른 사람들만 혜택을 보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080+ 주택공급방안 추진을 위한 관련 7개 법률 개정안이 지난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당초 2월 5일 이후 매매 계약을 했을 경우 우선공급권을 제한하도록 하는 규정이 국회 본회의 의결일까지 이전등기를 마쳤을 경우 우선공급을 받을 수 있도록 바뀌었다. 

투기 방지를 위해 2·4대책 이후에 토지 등을 매입했을 경우 현금청산한다는 대원칙을 4개월만에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다. 반대가 있거나 조정이 필요할 경우 심사숙고해서 대응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 급하게 대응하는 양상이 반복되면서 또다른 문제점을 발생시키고 있다. 

정부가 심도있는 협의 없이 서둘러 공급대책을 중간 중간에 발표하면서 부작용이 또다른 부작용을 야기시키는 꼴이다.

모두가 100% 만족하는 정책은 없다. 하지만 가급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실현 가능성이 높은 정책을 만들고 집행해야 하는데, 중간 과정을 생략한 채 서둘러 성과를 낼려고 하다보기 문제가 연이어 터지는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정책 초년병'이 하는 것과 비슷하다.

현금 청산일이 바뀐 이유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2·4대책 발표 이후 매수자의 재산권 침해 소지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본 회의 의결일로 기준시점이 늦춰지더라도 통상 매매계약 체결 후 등기완료까지는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투기세력 유입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궁색한 답변을 내놓았다.

 

수유 12구역(저층주거지) 주민들이 서울 강북구청 앞에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수유 12구역(저층주거지) 주민들이 서울 강북구청 앞에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미아역 동측에 LH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을 반대하는 벽보와 인쇄물이 붙어 있다.
미아역 동측에 LH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을 반대하는 벽보와 인쇄물이 붙어 있다.

 

시장은 벌써 크게 출렁이고 있다.  2·4대책 현금청산 기준일 변화 발표 이후 일각에서는 서둘러 등기를 마칠려는 투기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법 공백기를 노리고 유력 사업 예상지를 중심으로 막판 투기 수요가 몰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관련 법들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 부동산을 매입해 이전등기까지 마치면 아파트 우선공급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르면 이달 말 이뤄질 법안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정부가 앞서 발표한 기존 선도사업 후보지 등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붙는 분위기다.

이번 조정으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현금청산 시점을 미룸으로써 일부 현금청산 대상자들을 구제했다고 해도, 앞으로 사업지 발표가 계속된다면 이후 매수하는 사람들에겐 여전히 현금청산 리스크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지금 매수를 했는데 나중에 사업지로 확정이 돼서 사업이 진행될 경우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 청산이 되기 때문이다.

현금청산 기준일이 다소 늦춰졌지만 여전히 재산권 침해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다음달부터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 진행 가능성이 있는 지역은 매수세가 끊겨 원주민의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와 더불어 사업 예비지구 지정을 위한 주민 10% 동의 조건은 없애기로 했다. 예정대로 이달 말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부는 이르면 9월에 '공공주택 복합사업' 예비지구를 지정할 계획이다. 지구지정 후 3년이 경과한 구역 중 토지등소유자 2분의 1 이상이 해제를 요청하는 경우 지구지정을 해제할 수 있는 규정이 신설됐다.

도심 내 역세권, 준공업지, 저층 주거지를 고밀개발하는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은 당초 예정지구 지정(10% 동의), 본지구 지정(3분의 2 동의)을 거쳐 사업을 진행하는 구조다. 예정지구 제안 요건인 10%를 삭제하게 되면서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을 기준으로는 주민 동의 없이도 예정지구 지정이 가능하다. 

예정지구로 지정되면 지구 내 해당 지역에서는 건축물 건축, 공작물 설치, 토지 형질 변경, 토지 분할·합병 등이 금지된다. 주민 의사와 상관없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뜻에 따라 재산권 행사가 제한된다.

예비지구 지정 동의율 절차까지 생략하면서 해당 지역내 주민들의 재산권 및 거주권 침해와 찬반을 놓고 주민간 갈등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2·4 대책의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한 지역. 사진=자투리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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