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만드는 공연 : 동인 공연 제작기

01.공연을 만들고 싶어!

 


 

공연을 알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스로를 상상하며 즐거워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아주 어릴 적부터 아이돌 가수들의 음악방송을 즐겨보았고, 서브컬처에 관심을 가진 후부턴 일본 성우나 가수의 공연을 직접 보러 다닐 정도로 공연장의 일체감과 열기를 정말 사랑했다. 그럼에도 학창시절엔 반 강제로 참여하는 반 단체공연을 제외한 축제 무대나 개인 장기 자랑에 자진해서 참가할 정도의 용기는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모든 것의 시작은 취미

 

 고등학생이 되고 입시 스트레스에서 한 숨 돌릴만한 꺼리를 찾다가 아이돌 애니메이션에 푹 빠지고,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로 분장하는 '코스프레'라는 취미를 얻게 되면서 자연스레 그 애니메이션 속에 등장하는 곡의 안무를 직접 춰 보기 시작했다. 코스프레를 먼저 시작한 선배같은 친구들의 손에 이끌려 평생 제대로 춰 본 적도 없던 춤을 연습하게 되면서, 처음엔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과 부족한 분장실력 탓에 아무리 뜯어봐도 내가 모방하고 싶었던 캐릭터와는 거리가 있는 모습에 풀이 죽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춤도,  분장도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며 비록 취미이지만 틈틈이 시간을 들여 연습하는 것에 큰 보람을 느꼈다.
 

아이돌 애니메이션 [러브라이브! 선샤인!!]

 

 그렇게 조금씩 실력을 늘려가며 작은 규모의 아마추어 공연에도 서 보고, 게스트나 대타로 무대에 올라 보기도 하고, 곡 수만 40여곡에 달하는 장기 프로젝트 공연에도 참여해보면서 무대 경험을 쌓았다.  처음엔 곡에 맞춰 실수 없이 춤을 추는 것 하나만으로도 벅차서 팀장이나 부팀장을 맡은 멤버가 공연 진행을 위해 필요한 일들을 척척 처리하고 분배하는 것을 볼 때마다 감탄하면서도, 언젠가 나도 저렇게 팀을 이끌면서 직접 '내 공연'을 만들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어깨 너머로 조금씩 일을 배웠다.

 

우연한 계기

 

 그 막연한 노력들은 어느 날 한 공연을 계기로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했다. 9명의 일본 성우 아이돌 그룹 'Aqours(아쿠아)' 그 중에서도 3명의 서브 유닛인 ’Guilty Kiss’ 의 첫 번째 단독 공연을 관람하게 되면서 "이거다!" 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꽉 채웠다. 가장 좋아하는 유닛의 단독 공연 자체도 매력적이었지만, 어느정도 정형화된 그룹의 이미지와 세트리스트를 벗어나 그들만의 색으로 꾸민 구성이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흥분을 안고 귀가한 다음 날부터 해당 공연을 커버하는 2차 창작 팬 콘서트를 직접 만들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러브라이브!선샤인!!의 유닛 길티키스의 첫 단독 공연 타이틀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해 보겠어!

 

 전체적인 기획과 연출, 스태프 기용, 예산안, 세트리스트 등등...고려해야 할 점은 정말 수도 없이 많았지만 여태까지 눈동냥으로 봐온 공연 기획들, 무엇보다 기대감과 즐거운 흥분이 맞물려 기획서의 초안은 눈 깜짝할 새 완성되었다. 본격적으로 함께 할 사람을 구하게 되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될 거란 사실을 떠올리니 살짝 주저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그 날 내딛은 한 발로 오늘까지 참 많은 것이 바뀌었다.

 

 

 본 글에선 공연을 제작해 본 경험이 없는, 오로지 일본 애니메이션 댄스커버가 취미였던 필자가 코스프레 팬 콘서트를 만들어간 기록을 하나씩 남겨보려 한다. 이 글을 쓰고있는 시점은 기획안을 만든지 1년째, 그리고 본 공연까지 4개월이 남은 시점이다. 한달에 1~2편 분량으로 지난 준비 과정들을 되새겨보고, 본인만의 아마추어 공연을 제작하려 하는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도움과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

 


 

다음 글: [내 손으로 만드는 공연 제작기] 02. 공연 스태프, 누가 필요하고 뭘 부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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