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멍, 물멍...멍 때리기가 유행
● 넘치는 정보 속에서 쉬길 바라는 현대인의 욕망 충족

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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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 멍 때리기 대회가 이슈다. 멍 때리기 대회는 2014년 예술가 웁쓰양에 의해 개최된 예술 퍼포먼스 대회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것을 겨루는 것이다. 2016년 국내 한강공원에서 개최된 대회에서 유명 연예인 ‘크러쉬’가 참여해 우승해 더 크게 주목받은 바 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올해 서귀포에서 열린 '멍 때리기 대회'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친 이들에게 궁극의 휴식, 웰니스를 주는 대회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멍 때리기 대회의 뇌 휴식 효과가 알려지며 여기에 힐링과 휴식의 의미가 더해져, 불멍하기, 물멍하기 등 멍 때리는 문화가 더욱 널리 퍼지고 있다.

넘쳐나는 정보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눈 돌릴 새 없는 경쟁 속에서 지쳐만 가던 우리 자신에게 멍 때리기를 권해도 좋을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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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멍, 물멍, 숲멍, 달멍...각약각색 형태들_

불멍은 유명 TV 프로그램인 <나혼자산다>에 나온 경수진이 자갈과 스테인리스 양념통, 내열 유리 용기를 이용해 간단히 미니 불멍 난로를 만들어내며 큰 붐을 일으켰다. 캠핑에서 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불멍을 간단하게 집안으로 들여온 것이다. 불멍의 인기를 증명하듯 모닥불이 타들어 가는 모습을 담은 31분짜리 영상을 담은 영화 ‘메가 릴렉스 불멍’가 상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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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멍, 숲멍, 달멍, 바람멍 등 관련 행사나 이벤트도 늘고 있다. 지구의 날인 지난 4월 22일 국립해양박물관은 아미르공원(부산 영도구)에서 바다를 90분 동안 멍하니 바라보는 대회 ‘海멍海몽(해멍해몽)’을 개최한 바 있다. 이 대회는 접수 하루 만에 40명 정원이 모두 마감됐다. 또한, 올해 총 6회 운영 예정인 ‘나이트경북시그니처-슬립콘서트’는 경북의 밤을 은은하게 느낄 수 있는 별이 보이는 고즈넉한 자연 속에서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잠을 청해 보는 잠멍 프로그램이다. 지상 487m의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에 놓인 수조 앞에서 잠수멍과 하늘멍을 함께할 수 있는, 롯데월드타워의 하늘멍존은 이미 서울의 핫플레이스다.

 

출처= 유튜브 채널 '가만히, 10분 멍TV'

내래이션조차 없는 EBS ‘멍TV’ 큰 인기_

이러한 멍 때리기 열풍을 잘 반영한 것이 바로 EBS의 ‘가만히, 10분 멍TV’(이하 멍TV)다. 한때 인기 있던 팻TV의 영상만 흘러나오는 프로그램을 떠올리게 하는 포맷이다. 자정을 넘긴 12시 30분, 내래이션도 없이 10분 동안 반복적인 영상만이 흘러나온다. 빙글빙글 회전하는 화로 위에 고등어가 구워지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닭튀김 과정이 보여지기도 한다. ‘멍TV’는 방영 초기 방송 사고라는 항의까지 받았지만, 이제는 다수의 충성 시청자들이 생겼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멍TV’는 유튜브로도 시청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대나무 숲과 오르골, 싱잉볼 사운드 힐링 편이 좋았다. 개인 취향에 따라 선택해 이용해 볼 수 있어 더욱 좋다.

출처= 유튜브 채널 '가만히, 10분 멍TV'
출처= 유튜브 채널 '가만히, 10분 멍TV'

멍 때리기는 하는 동안 뇌파가 느려지고 맥박과 심박수가 낮아지며 심신이 안정돼 마치 명상을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멍 때리기만 잘해도 지친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오늘의 우리는 잠깐의 여유에도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하며, 휴식이라는 이름 아래 게임을 한다. 쉴 틈이 없었던 뇌에 잠깐 멍 때리기라는 좋은 휴식을 선물할 때다.

가만히, 10분 멍TV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vNzObWMMx6szqsOPn78-KA0sWQ7QpOW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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