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집값이 연일 상승세를 거듭하면서 경매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시세보다 싼 가격에 내 집 마련을 하려는 무주택자들의 경매 참여가 늘면서 아파트 낙찰가율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15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은 7월보다 5.7%포인트 상승한 106.7%에 달했다. 이는 지지옥션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역별로 인천과 경기지역의 낙찰가율이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인천의 지난달 아파트 낙찰가율은 123.9%로 지난 5월부터 4개월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달 경기 아파트 낙찰가율은 115.1%였다. 서울은 116.3%로 역대 최고치인 지난 6월에는 못 미치지만 여전히 높은 낙찰가율을 보이고 있다.

일반 매물이 부족한 일부 아파트의 경우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받기도 한다. 이달 1일 경매에 나온 서울 강서구 가양6단지 아파트(전용 40m²)는 7명이 경쟁한 끝에 8억1185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6억1800만 원)는 물론이고 7월 말의 실거래가(7억4000만원)보다 약 8000만원 높은 가격이다.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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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 대비 낮은 가격…대출한도 유리해 ‘인기’

이처럼 경매 시장으로 투자자 및 실수요자들이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시세보다 싼 가격에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다는 기대심리 때문이다. 특히 요즘과 같은 시세 급등기에 제값을 내고 매입하기 부담스럽거나 이미 매입 시기를 놓쳤다고 판단한 수요자들이 경매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낙찰자가 된 후 경락잔금대출을 신청하면 일반적인 매매보다 더 많은 금액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경매의 장점이다. 감정평가법인을 거쳐 감정가(최소입찰가격)가 매겨지는 경매의 특성상 일반 거래시장에서 형성되는 매매가격보다 신뢰할 수 있고, 때문에 금융권이 대출한도를 더 높게 책정해주는 구조다.

은행과 개인신용도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낙찰가의 80% 선까지 대출을 받는 것이 가능하고, 심지어 낙찰가의 100%를 넘어서는 한도가 나오기도 한다. 통상 1금융권 기준으로 낙찰가의 80% 또는 LTV 중 낮은 금액을 대출한도로 하는 경우가 많다.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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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첫걸음’…권리분석·현장답사 요령은?

경매 입찰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다면 만만치 않은 준비과정이 기다린다. 일단 법률 공부부터 해야 한다. 경매에 있어 가장 기본적으로 따져봐야 하는 권리분석을 위해서다.

무엇보다 등기부상 권리관계 분석을 통해 낙찰자가 인수해야 하는 금액과 배당 여부를 샇펴봐야 한다. 경매시 참고해야 할 많은 서류들이 있지만 그 중 핵심인 매각물건명세서만 잘 살펴도 하자 있는 경매물건을 피해 낙찰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평상시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등기부조차 몇 번 본적 없는 초보라면 이 권리분석에 익숙해지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에 실전에 들어가기 전 경매학원부터 등록해 수강을 하는 이들도 많다.

권리분석을 통해 마음에 드는 물건을 선별했다면 다음은 현장답사가 필수다. 반드시 현장 답사를 통해 확인해야 할 사항들이 있기 때문이다. 경매에 부쳐지는 물건들은 법원에서 강제로 매각되는 부동산이기 때문에 관리가 허술하고 하자 있는 물건이 꽤나 많다.

건물의 내·외부 확인을 비롯해 인접 토지와의 권리, 건축법상 하자, 실제 이용현황, 체납 관리비 등을 확인해야 한다. 간혹 건축을 완공했어도 지자체에 사용승인 신고를 하지 않아 무허가나 불법 증개축 부동산으로 남아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부동산을 낙찰 받으면 소유권을 이전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체납금과 이행강제금 등 과태료를 물어줘야 할 수도 있다.

현장 방문 시 경매 부동산의 정확한 시세 파악이 관건이다. 경매 투자에서 실패하는 원인 중 하나는 가격 때문이다. 호가나 감정가를 시세로 착각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경매부동산의 정확한 시세를 파악하려면 매도자, 매수자 입장에서 이중검색을 하고 종목별로 시세파악을 달리해야 한다. 부동산은 종목에 따라 각자 사용가치와 교환가치가 다르고 공급과 효용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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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경쟁 속 ‘장기 레이스’…섣부른 낙관 피해야

경매에 참여하기 위한 기본지식을 어느정도 갖추고 입찰할 물건을 가려냈다면 이제부터는 눈치게임이 시작된다. 경매 투자자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이 대중들이 경매 시장으로 몰려들수록 낙찰받는 게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아내 여러 번 입찰을 시도해 보지만 입찰에 성공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 입찰하는 물건마다 경쟁률은 5~6대 1을 넘고 생각한 것보다 낙찰가율도 높다보니 번번이 낙방하는 경우가 많다. 인기지역 아파트나 소형주택, 도심 상가와 상업용지의 경우 수십 명이 경합을 벌이기 일쑤다. 그렇다고 권리관계가 복잡한 특수물건에 도전하자니 자신감이 부족해 투자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눈독을 들여놨던 물건이 경매 진행 과정에서 갑자기 사라지기도 한다. 특히 요즘과 같은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는 경매에 나왔던 물건이 일반 매매시장에서 주인을 찾게 되면서 입찰이 취소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지난해 9월 2343건이었는데 지난달 1508건으로 64% 수준으로 줄었다. 경매 진행 전날 취소되거나 일정이 연기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입찰 참여했다가 낙방하거나 입찰하려던 물건이 사라지는 일을 겪으면 속된 말로 '김이 빠지게' 된다. 또 정해진 기일에 법원을 방문해 입찰을 해야하다보니 본업이 있는 사람이 꾸준히 경매를 시도하는 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렇다보니 부푼 마음으로 경매에 뛰어들었다가 시간과 비용만 허비하고 포기를 선언하는 이들이 수두룩하다는 후문이다.

이에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은 싸고 돈 되는 경매 물건을 고르려면 권리관계가 깨끗한 물건만 찾기 보다는 다양한 매물 선별능력과 함께 효용가치 높은 물건만 골라 입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결국, 틈새 물건을 찾아 정확한 분석과 함께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하기에 장기 레이스로 이해하고 경매에 뛰어들 필요가 있다. 로또와 같은 행운을 기대하는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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