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경제=이상혁 SNS에디터]해마다 국정감사 시즌이 되면 한국부동산원의 부실 통계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역대급으로 꼽힐 만큼 단기간에 집값이 폭등했음에도 통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탓에 논란이 더욱 가중되는 분위기다.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아파트 표본 늘리자 1억8000만원 올라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부동산원 국감에서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7월) 부동산원이 조사 표본을 늘린 후 서울 아파트값이 1억8000만원 정도 올라 민간(KB국민은행 주택 시세)과 비슷해졌는데, 이는 그간 부동산원 통계가 부실했다는 근거”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제껏 문제를 알면서도 방치하다 왜 정부가 끝날 때 고치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부동산원 주택 가격 통계에 대해 전문가와 국민들은 여전히 신뢰하지 못한다. 서울 아파트값이 23% 올랐다는 걸 누가 믿겠냐”고 했다.

이어 정 의원은 “부동산원이 엉터리 통계를 집계해왔다”며 “부동산원은 주택 가격 통계에서 손을 떼야 한다. 또한 부동산 통계 부실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손태락 부동산원장은 “민간 통계 대비 조사 표본 수가 적어 그간 집값 상승률이 차이를 보였다”며 “이제라도 표본을 늘린 만큼 집값 통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정 의원은 주택 공시가격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정 의원은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71.9% 올랐는데 부동산원 통계 상승률은 14.9%에 불과하다”며 “국민들 사이에선 부동산원이 부동산 정책 효과를 내세우기 위해 통계는 낮게 발표하고, 세금을 올리기 위해 공시가는 높게 잡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 원장은 “올해 2월부터 근무를 시작한 만큼 알고도 방치한 것은 아니다. 표본 수를 늘린 만큼 신뢰도를 향상시키겠다”고 답했다.

월간 상승률이 주간 상승률의 40배?

지난해 12월에는 통계청이 직접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문제가 많다며 개선을 권고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올해 표본 수를 1만3720채로 늘렸지만, 여전히 민간 기업인 KB국민은행의 통계 표본(3만6300채)과 큰 차이가 난다.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 측은 표본 수가 적어도 통계 집계 방식이나 신뢰도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부동산원 통계가 실제 주택시장 동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평가다.

통계청은 또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및 월간 통계의 격차가 크다며 통계 정확성을 높이라고 권고할 방침이다. 올해 수도권 주택시장이 들썩이는 상황에서도 부동산원 통계상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8월 중순 이후 10주 연속 매주 0.01% 올랐다. 하지만 월간 상승률은 9월 0.29%, 10월 0.4%로 주간 상승률과 괴리가 컸다.

한국부동산원의 통계 부실이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보니 공공기관조차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모바일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대상을 국민은행 시세가 등록된 아파트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도 담보 주택의 평가액을 산정할 때 국민은행 가격을 우선 적용한다.

상업용부동산 통계 부실은 더 심각해 

이런 통계 부실은 주택 부문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가·오피스 등 상업용부동산의 경우에도 표본 부족과 정보 반영의 지체 등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지만 수년째 별다른 진척이 없다.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과 관련해 임대료, 공실률, 전환율 등 다양한 통계를 제공하고 있다. 언뜻 보기엔 제법 구색을 갖춘 것처럼 보이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용지물에 가깝다.  

10월 현재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의 지역별 임대료, 지역별 공실률 항목을 보면 올해 1분기와 2분기 사이에 변화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른 항목 역시도 미세한 변화가 있거나 아예 변화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 - '지역별 임대료' 그래프. 올해 1분기와 2분기간 변화가 전혀 없다.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 - '지역별 공실률' 그래프. 올해 1분기와 2분기간 변화가 전혀 없다.

또한 계속 지적되는 통계 부실 논란을 의식하듯 매년 표본 재설계를 하는 바람에 금년도 통계를 불과 1년 전 통계와 비교하는 것조차 무의미한 일이 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 사이트에서도 “공실률 및 임대료 통계는 상권 재구획 및 상권추가, 표본재설계('20년1분기)에 의한 표본 확대 및 표본 교체로 표본구성 변화 등에 따라 변동이 발생하여 통계의 시계열적인 해석시 유의가 필요 하오니, 활용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는 곧, 동일한 표본으로 구성된 1년치 통계만 비교·분석할 수 있고, 연간 분석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다.

부실한 부동산 통계자료는 정부가 현실과 다른 정책을 펴게 할 수도 있고, 국민들이 매수·매도를 선택할 때에도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매번 같은 변명과 표본 늘리기로만 일관할 것이 아니라 단 1개의 항목을 제공하더라도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통계를 제공하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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