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에 대해 시행되고 있는 소수점 매매 서비스가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적용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금융샌드박스 내 혁신서비스지정(임시면허)' 등을 활용해 국내 주식의 소수점 거래 허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관련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현재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혁신금융서비스의 방법으로 해외 주식에 한해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소수점 거래란 주식을 거래할 때 1주가 아닌 0.1, 0.5주 등 더 작은 단위로 쪼개서 매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주식 거래 최소 단위는 1주다. 원하는 액수만큼 주식을 매매할 수 없고, 주식 가격에 맞춰 1주 단위로 사야 한다. 

그러나 소수점 단위로 주식을 사면 적은 돈으로도 분산 투자가 가능하다. 미국·영국·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주식 쪼개기 매매’를 도입한 상태다. 미국에서는 핀테크 업체 등이 금액 단위 거래와 소액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영국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수점 단위 주식 거래를 도입했다.

여의도 증권가
여의도 증권가

10만원이상 고가株 분할매수 가능할까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지난 4일 열린 ‘커피 한 잔 값으로 1등 주식 골라담기’토론회에서 "1주에 100만 원에 가까운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수천만 원의 목돈이 필요해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개인투자자들은 자산가에 비해 포트폴리오 투자가 어렵기 때문에 국내 주식 소수점 매매를 대안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이광재·유동수·맹성규 의원이 공동개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자산 배분의 관점에서 개인들은 우량주를 직접 투자하는 데 불리한 조건"이라며 "가격적인 진입 장벽이 소수점 거래를 통해 낮아진다면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참여가 확대되고 자투리 투자와 같은 새로운 문화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달 25일 ‘주식분할 결정’을 공시했다. 이번 액면분할 비율은 5대1로, 기존 주가가 5분의 1로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액면분할로 카카오 한 주당 주가가 낮아지면 많은 투자자가 좀 더 쉽게 주식을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카카오 주식을 한 주라도 가지려면 최소 50만원이 필요했지만, 액면분할 후에는 10만원으로도 카카오 주주가 될 수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도입에는 주식 의결권 공유 가능 여부, 소수 단위 주식의 예탁 가능 여부, 실시간 소수점 거래 청산 관리 여부, 소수점 거래를 통한 거래량을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이 장애물로 지적된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주식 의결권은 증권사가 1주를 바탕으로 지분증권 10개를 발행해 해결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할  경우 미국처럼 소수점 주식 투자자가 배당을 받고 나아가 의결권 대리행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소수점 주식거래 제도 도입해달라"…靑 청원 등장

소수점 거래를 허용해 달라는 주장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장했다.

지난 4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소수점 주식거래 제도 도입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샐러리맨으로 살아가는 평범한 청년’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소액으로 투자를 시작해 보려는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소수점 거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황제주’에 투자하려면 1주 가격이 100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가진 게 많지 않은 서민은 투자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금융위, "소수점 매매 규제 특례 검토해보겠다"

금융위원회는 업계 의견수렴 등 거쳐 규제 정비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변제호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소수점 거래는) 허용하느냐 마느냐 차원이 아니라 어떻게 투자자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을까 방법을 찾고 있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변 과장은 "현재 국내 증권사 7~8곳 정도가 국내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소수점으로 거래하도록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해외 소수점 거래의 경우 금융샌드박스를 통해 '임시허가' 형태로 법제도 적용을 임시 면제해줬다. 국내주식 소수점 거래가 허용된다면 이 역시 금융샌드박스 형태로 진행하게 될 것이라는 게 변 과장의 설명이다.

해외 주식거래시 소수점 거래가 가능하고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예서는 보편화된 방식이기 때문에 도입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여기에 최근들어 국내 증시 급등으로 주가가 급격하게 상승한 종목들이 많다는 점도 소수점 거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의 평균 주가는 약 1년 만에 거의 70% 가까이 상승한 것로 나타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최근 대정부질문에서 이와 관련한 질의에 “주가지수가 3000포인트 수준인데 더 올라가면 주식가격이 더 높아질 것이고 이 경우 효용성이 있다고 본다”며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맹성규 의원,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변제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 과장, 이광재 의원, 류영준 카카오페이대표.제공=이광재 의원실
왼쪽부터 맹성규 의원,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변제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 과장, 이광재 의원, 류영준 카카오페이대표.제공=이광재 의원실

 

법적·제도적 문제점은 없나

소수점 거래가 시행되기 위해선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1주마다 주어지는 의결권을 여러 사람이 쪼개서 공유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1주 단위로만 전자증권을 발행하는 예탁결제원 시스템도 개편해야 한다.

현행 국내 주식 발행과 유통을 규제하는 상법 및 자본시장법령 체계는 1주를 최소단위로 하는 거래로 설계돼 있다. 이로 인해 주식시장 거래와 예탁 인프라(기반 시설)도 1주 단위 이하의 소수점 거래 처리는 불가능하도록 운영되고 있다. 

주식 의결권 공유 문제의 경우 상대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예탁결제원 시스템을 개편해야 하는 점과 
소수점 거래시 시스템 안정성에 문제가 없는지도 체크해봐야 한다.

증권사의 시스템 구축도 선결 과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테슬라와 애플이 액면 분할을 하자 당시 일부 증권사들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의 오류를 낸 바 있다. 

소수점 거래가 필요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 증시에 고가 주식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 1주 가격이 가장 비싼 주식은 LG생활건강(151만1000원. 3월5일 종가 기준)이다. 100만원을 넘는 종목은 LG생활건강이 유일하고, 50만원을 넘는 종목도 엔씨소프트, 태광산업, LG화학,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SDI, 영풍, 오뚜기 등 9개에 그친다.

변제호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기업이 1000개이상 주식을 발행할 경우 주주가 1000명이 된다는 전제하에서 진행되는 것이지만 새로운 제도로 1주를 10명이 나눠 가져 주주가 갑자기 10000명이 된다며 예측하지 못하는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국내주식 소수점거래를 제도적으로 허용하려면 한국거래소나 예탁결제원의 시스템 인프라도 모두 바꿔야 하고 주식 1주당 부여돼 있는 의결권 문제 등도 해결해야해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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