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경제 친환경 연중기획

'지구는 생물과 무생물이 공존하는 하나의 생명체이고 자신을 스스로 조절하는 존재다'

영국의 대기 화학자 제임스 러브록(James E. Lovelock)이 지난 1969년 발표한 '가이아 이론(Gaia Theory)'이다. 지구에 생명체가 탄생한 이후 45억년 동안 생물과 무생물이 복잡하고 서로 상호 작용하면서 일정한 환경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인간이 야기한 환경문제 등으로 자기 조절 능력이 떨어지면서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의 숨통을 막게 되고 결국 지구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성장이라는 명목 아래 이뤄지는 무분별한 개발과 끝없이 화석연료를 사용한 결과 지구는 뜨거운 탄소 쓰레기장이 돼가고 있다. 자투리경제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공존경영] 시리즈를 통해 자연과의 공존 방안과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경영의 현주소 및 전망, 보완할 점 등을 진단한다. <편집자 주>

 

정부가 탄소제로를 외치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현실을 감안한 단계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아직까지 글로벌 경제에서 석유 의존도가 큰 만큼 하루 아침에 신재생에너지 위주로 급속 전환은 되레 부작용을 가져올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날씨에 따라 출력이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증가할수록 공급 분야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에너지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에너지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5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하지만 전 세계 차량 수 14억 대의 0.04%에 불과하다. IEA는 2040년 전기차 수가 약 3억 3000만 대로 비중은 전체 차량의 15%가량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경우에도 2040년 전체 차량의 80% 이상은 여전히 내연기관 차량이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의 일환으로 2030년까지 12GW의 풍력단지를 조성해 세계 5대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총 48조원을 들여 전남 신안에 8.2GW 규모의 초대형 해상풍력단지도 조성하기로 했다. 

급격한 에너지 정책의 전환은 되레 부작용을 불러올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 많다.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현 상황을 무시한 무리한 접근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최근 보고서에서 석유 수요가 오는 2040년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은 시장점유율이 1%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급격한 에너지 정책의 전환은 되레 부작용을 불러올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 많다.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현 상황을 무시한 무리한 접근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최근 보고서에서 석유 수요가 오는 2040년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은 시장점유율이 1%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전문가들은 한국은 풍속이 초당 7m 정도로 상대적으로 느린 데다 풍향도 일정하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발전설비 목표량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풍력단지를 늘리면 나중에 더 큰 사회적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에너지 전환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는 등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新에너지 전환엔 화석 연료 필수…방향뿐 아니라 속도에 주목해야

전문가들은 중국도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강화하고 있지만 동시에 석유 비축량을 늘리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독일도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고 있지만 석유 소비는 종전과 비슷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민동주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화석연료에 영원히 의존할 수는 없고 한편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필요성도 커지면서 친환경적인 새로운 에너지원에 관심과 지혜가 모아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하지만 그 속도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 교수에 따르면 18세기 산업혁명 시대의 연료였던 석탄이 20세기의 석유로 대체되기까지는 100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최근 보고서에서 석유 수요가 오는 2040년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민 교수는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초기부터 모든 분야에 활용되기는 어렵다"라며 "에너지 업계는 새로운 에너지를 준비함과 동시에 그것이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잡기 전까지는 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석유가 이 땅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냉철한 현실 인식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초기부터 모든 분야에 활용되기는 어렵다. 아직까지는 발전용 에너지원으로 의미가 있을 뿐 도로나 선박·항공용 연료로 쓰이기는 요원하다.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초기부터 모든 분야에 활용되기는 어렵다. 아직까지는 발전용 에너지원으로 의미가 있을 뿐 도로나 선박·항공용 연료로 쓰이기는 요원하다.

풍력발전 이용률…지난해 고작 24%

전체 설비용량 대비 실제 발전량을 보여주는 국내 풍력발전소 발전효율(이용률)이 지난해 2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등 선진국이 50%를 넘는 것에 비해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만큼 국내 풍력발전의 경제성이 낮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해상풍력단지가 대규모로 들어서고 있는 유럽 북해 인근 국가인 노르웨이, 덴마크 등은 풍력발전소 발전효율이 50%를 넘는다. 한국의 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 지역은 연평균 풍속이 초당 10~11m에 달하고 바람도 한 방향으로 불어 풍력발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에너지공단에서 받은 ‘에너지원별 발전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75개 풍력발전소의 발전효율은 전국적으로 평균 24%에 머물렀다. 이들 풍력발전소의 발전용량(118만5636㎾)이 하루 24시간, 365일 계속 가동될 경우 생산 가능한 발전량과 지난해 발전량을 비교한 수치다. 지난해 신설된 발전소는 6개월간 가동된 것으로 가정해 산출했다.

지역별로는 인천지역 풍력발전 효율이 11%로 가장 낮았다. 경기는 16%로 두 번째로 낮았다. 이어 경남(18%) 전남(23%) 제주·경북·강원(26%) 순이었다. 정부는 탈원전정책을 위해 서남해안을 중심으로 대규모 해상풍력단지를 건설한다는 방침이지만 인천 경기 전남 등의 발전효율은 모두 하위권에 머물렀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한국은 지리적으로 풍력발전을 하기에 유리하지 않은 환경”이라며 “무리하게 풍력단지를 조성하면 추후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48조원이 투입되는 신안 해상풍력단지도 건설에 약 5조~6조원이 들어가는 원전 1기 정도의 전기밖에 생산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와 KAIST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원천적으로 낮추는 동시에 미세 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는 게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변동성이 문제라며 지난해 상반기 제주 풍력발전단지가 넘치는 출력을 제어하기 위해 셧다운 조치를 내린 횟수는 총 44회로 평균 4일에 한 번꼴이라고 밝혔다.
산업부와 KAIST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원천적으로 낮추는 동시에 미세 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는 게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변동성이 문제라며 지난해 상반기 제주 풍력발전단지가 넘치는 출력을 제어하기 위해 셧다운 조치를 내린 횟수는 총 44회로 평균 4일에 한 번꼴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위기 극복, 정부 주도로는 한계…민관 협력체계 구축해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의 정부가 주도하는 방식에서 정부와 민간 기업의 협력 체계로 거듭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업부와 KAIST는 최근 내놓은 ‘탄력성장’을 통해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앙 부처가 민간 기업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가 핵심 기술을 선정해 투자에 나서면 민간 기업이 참여해 수익을 얻고, 여기서 나온 세금으로 정부가 초기에 투자한 재원을 다시 확보하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재생에너지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국민의 수용성 문제가 커진 만큼 톱다운 방식의 현재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중앙정부 주도가 아닌 중앙과 지방정부의 협력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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