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미술품과 한정판 운동화 한 켤레의 소유권을 여러 명이 공동 투자한 뒤 시세 차익을 나눠 갖는 '조각 투자'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 신발, 명품 백에 웃돈을 얹어 비싸게 되파는 리셀 (Resell)시장이 커지면서 조각투자가 주목을 받고 있다.

조각투자란 하나의 투자 대상군을 여러 명의 구매자가 공동소유하고 소유권을 조각처럼 분배해 물건을 점유하는 것을 말한다. 투자 가치가 높지만 가격이 비싸 엄두를 내지 못했던 자산을 잘게 쪼개 투자하는 방식이다. 매각 시에는 지분율만큼 수익을 나눠 갖는다.

한 점당 수 백만 원대부터 억 대까지 가격이 형성돼 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이었던 아트테크(아트+재테크)에도 소액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다. 작품 하나를 쪼개 파는 갤러리가 등장한 지 오래다.

작게 쪼개 투자하는 '조각 투자'가 새로운 투자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부동산 지분을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는가 하면 미술품 공동구매 서비스도 등장했다.
작게 쪼개 투자하는 '조각 투자'가 새로운 투자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부동산 지분을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는가 하면 미술품 공동구매 서비스도 등장했다.

미술품 등 대체자산 투자

만원으로도 고가의 미술품과 같은 대체자산에 투자하는 젊은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미국의 인기 팝아티스트가 그린 어느 작품의 경우 15명이 나눠 소유하고 있다.

이렇게 공동 구매한 작품은 최소 한 달 뒤 되팔아 수익률을 배분하거나 중간에 돈이 필요하면 다른 투자자에게 판매할 수도 있다.

미술품 경매 업체 서울옥션의 관계사 서울옥션블루는 스니커즈·미술품에 공동 투자하는 ‘소투(SOTWO)’ 시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소투는 최소 투자 단위를 1000원으로 대폭 낮췄고, 판매자가 직접 해야 했던 유동화 작업을 대신해준다. 서울옥션블루에 따르면 올 1월 말 시범 서비스를 출시한 후 최근까지 소투의 일간이용자수(DAU)는 1.5배로 늘었고 재방문율은 48.6% 수준이다.

미술품 공동 구매 사업을 하는 아트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3억 9000만 원의 미술품 공동 구매 거래를 진행했는데 1490명의 투자자가 참여했다. 아트앤가이드 관계자는 “값비싼 미술품에 저렴한 가격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이점에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관심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음악 저작권 분할 투자

음악 저작권 투자는 특정 플랫폼이 창작자로부터 저작권 일부를 매입한 뒤 주식처럼 1주씩 분할한 것을 구입하는 것이다. 투자자는 해당 음원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수익을 매달 투자 지분만큼 받을 수 있다.

주요 음원 저작권 투자 플랫폼에는 뮤직카우, 위프렉스, 위엑스 등이 있다. 뮤직카우와 위프렉스는 이미 발매된 곡의 저작권 일부를 구매하는 것으로 지분에 따라 저작권 수익을 나눈다. 위엑스는 제작 중인 음원의 저작권을 먼저 판매하고 발매 후 얻게 될 수익을 저작인접권으로 분배한다.

수익은 배당처럼 정기적으로 지급된다. 저작권법에 따라 방송, 공연, 광고 등 음악이 사용되는 모든 곳에서는 저작권 이용료를 지불해야 하고, 이것이 투자자에게 매달 수익금으로 돌아온다. 2019년 기준 투자자의 음원 저작권료 수익률은 5.7%, 투자자 간 거래 수익률은 18.4%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기 있는 음원에 투자했거나 다양한 음원 저작권을 구입했다면 그만큼 투자수익을 높일 수 있다

조각 투자 플랫폼 등장 

테크핀 스타트업 바이셀스탠다드는 조각 투자 플랫폼 '피스(PIECE)'를 출시했다.  바이셀스탠다드측은 △환금성이 높은 현물자산으로 투자군 구성 △AI데이터 기반 현물자산의 가치보존성 예측시스템 △검증된 전문가를 통한 자산의 안정적 자산운용 △자금계획에 용이한 짧은 펀딩기간 △10만 원으로 시작하는 ‘시드테크’를 투자 방향으로 제시한다고 밝혔다.

신범준 바이셀스탠다드 대표는 "최근 새로운 대체투자처가 생겨나고 있지만 유동화가 어려운 실물 자산에 국한된 경우가 많아 소액투자자의 입장에선 유의미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며 "피스는 명품 현물자산에 10만원으로 시작하는 ‘시드테크’로 소액투자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사는 지난 해 12월 1호 건물에 대한 첫 거래를 시작했다. 카사는 부동산을 부동산 디지털 수익증권(DABS, 댑스)로 불리는 소액의 증권으로 쪼개 누구나 주식처럼 한 주씩 사고 팔 수 있는 플랫폼이다. 카사에 따르면 수익률이 높은 서울 주요 지역의 우량 빌딩을 플랫폼에 상장시켜 빌딩의 지분을 나눠서 발행, 누구나 주식처럼 투자하고 사고 팔며 빌딩 수익을 챙길 수 있다.
투자 시 매 3개월마다 배당금, 시세차익, 매각 차익 등의 투자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게 카사 측의 설명이다. 

주의할 점은 없나

미술품의 경우 알짜 주식을 고르는 것만큼이나 작품 선택이 중요하다. 예술품 시장의 경우 유동성이 높은 주식시장과 달리 정보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투자시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음악 저작권 분할 투자의 경우 음원 성장세 등을 비교·분석할 데이터가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 한계다. 따라서 어떤 음원이 투자하기 괜찮은 상품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월 배당금 또한 일정치 않다.

부동산 P2P는 플랫폼을 통해 부동산 담보를 제공하는 개인이나 단체에 투자해 약정된 수익을 얻는 상품이다. 소액 투자로 연 10% 안팎의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높은 수익률만큼이나 세금과 플랫폼 수수료가 높다는 게 단점이다. 상환금 연체가 잦고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모든 투자가 그렇듯, 결국 투자 상품의 가치와 상승 가능성에 대한 꼼꼼한 분석을 통해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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