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투기 사태를 계기로 불법적인 부동산 투기의 진상(眞相)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캐면 캘수록 끊임없이 따라 나오는 고구마 줄기 형상이다. 힘 좀 쓰는 사람들은 다 연루가 돼 있다는 말도 무리가 아닐 정도가 됐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전셋값 과도인상 논란 속에 29일 전격 경질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9일 주재한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 발언 내용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 정책만큼은 국민들로부터 엄혹한 평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매도 매우 아프다. 지금을 우 리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있어 평가를 반전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삼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져달라" 

이 말을 잘 곱씹어보면, 부동산 부패가 우리 사회 어두운 것에 아주 깊숙히 자리하고 있어 쉽게 규명이 쉽지 않고, 이번 기회에 완전 척결은 아니더라도 국민들이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나름 타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너무나 오랜 기간동안 축재돼 있었기에 결코 단칼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그만큼 부동산 투기 행위가 우리사회 곳곳 뼛속까지 깊이 파고 든 독버섯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지위 고하,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심도있는 조사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부동산 부패가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사회 부패의 최상단에 자리한 가장 막강한 악의 고리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부패에는 항시 어두운 자금이 뒤따르기 마련인데, 우리 사회에서 가장 덩치가 큰 물건이 바로 부동산이다. 권력은 돈이었고 그 돈중에 가장 규모가 큰 것이 부동산이다.

그동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기획부동산 등 일부 세력 척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기획부동산 외에 부동산 관련 정보 등을 다루는 관료집단의 부정부패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한마디로 맥을 잘못 잡은 것이다.

부동산 정책 시류에 잽싸게 편승해 이익을 취한 것이 기획부동산이라면, 멀찍이서 기획부동산이 활개치는 것을 즐겼던 사람들이 바로 힘있는 정·관계 인사였다. 일부 언론에서 분위기를 띄우고 기획부동산이 풀무질을 하고 그로 인한 이득은 더 큰 세력들이 챙겼다.

우선 공직자 투기행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비리 척결은 물론 투기이익과 개발이익 등에 대한 철저한 환수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그러나 이 작업 또한 만만치 않다. 향후 차명거래까지 잡아내기 위해서는 각종 금융 정보와 부동산 투자 정보 등을 교차평가해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부패 문제는 가장 어렵고 중요한 정책이자, 우리 사회의 가치관을 송두리채 바꾸는 대역사라는 인식이 우선돼야 한다.  무작정 몰아부친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온 몸에 퍼진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한 온 몸을 다 드러낼 수 없는 이치와 같다. 가장 중요한 부위부터 고치고 몸 상태를 봐가며 치유를 해야 온전히 건강한 몸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부동산 투기와 부패 문제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민낯이자, 우리들의 아픈 몸이면서 우리들의 아픈 마음이다. 완전 치유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 어느때보다 주도면밀한 정책적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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