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회사라고 해서 아파트만 지어서는 지속가능경영이 불가능하다. 특히 지금과 같은 고금리·저성장 국면에다 부동산 경기 하강, 원자재값 상승, PF(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트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외골수 한우물 파기로는 생존이 어렵다.

우미건설의 목표는 '선도적인 일류 종합 부동산회사'다. 아파트·오피스텔·빌딩·물류창고 등 주거와 비주거 시설을 개발·시공·운영까지 아우르는 진정한 디벨로퍼(Developer)를 지향한다.  주택·건축·토목사업 외에 자산운용사와 프롭테크 기업 투자, 미국 임대주택 및 물류창고 개발, 오피스 등 비주거용 부동산 투자 및 상업시설 운영에 이르기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주택 브랜드 ‘우미 린’(Lynn)으로 알려진 우미

우미건설이 투자한 프롭테크 기업 큐픽스가 3D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해 가상현실로 만든 공사 현장. 20~30평짜리 건설 현장도 2~3분만 영상 촬영하면 가상현실로 구현할 수 있다.(사진 왼쪽)   2010년에 설립된 직방은 국내 대표 프롭테크 기업이다. 2012년부터 '직방' 서비스를 시작해 아파트, 원룸, 오피스텔, 빌라 등 부동산 거래플랫폼에서 나아가 최근에는 주거관리 영역으로 확장했다. (사진 오른쪽) 
우미건설이 투자한 프롭테크 기업 큐픽스가 3D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해 가상현실로 만든 공사 현장. 20~30평짜리 건설 현장도 2~3분만 영상 촬영하면 가상현실로 구현할 수 있다.(사진 왼쪽) 2010년에 설립된 직방은 국내 대표 프롭테크 기업이다. 2012년부터 '직방' 서비스를 시작해 아파트, 원룸, 오피스텔, 빌라 등 부동산 거래플랫폼에서 나아가 최근에는 주거관리 영역으로 확장했다. (사진 오른쪽) 

건설은 우리나라 프롭테크 업계에선 독보적인 ‘큰 손’이다. 2018년 이후 우미건설이 프롭테크를 비롯해 금융회사, 비주거부동산 등 미래 신사업에 투자한 돈만 5600억원을 넘는다. 또 증강현실(AR)-확장현실(XR) 바탕의 메타버스기술기업인 애니펜에 50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미국 자회사(WOOMI USA)를 설립해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 인근 듀웨이 애브에 임대주택을 개발하는 등 해외 진출에도 나서고 있다.

투자한 기업이 본격적인 성과를 내고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시간이 제법 걸리지만 먼 앞을 보고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 프롭테크 투자 1위…직방·홈즈컴퍼니·고스트키친

부동산·건설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프롭테크 기업은 대부분 우미건설 투자를 받았다.프롭테크란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용어로, 첨단 정보기술(IT)을 건설·부동산에 접목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최대 부동산 중개플랫폼인 ‘직방’, 1~2인 가구를 위한 공유주거 회사인 ‘홈즈컴퍼니’, 공유주방 회사인 ‘고스트키친’, 수익증권을 활용한 빌딩투자 플랫폼인 ‘카사’ 등이 대표적이다.

프롭테크 투자는 창업자 이광래 회장의 장남인 이석준(58) 부회장이 주도한다. 이 부회장은 서울대와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우미건설 입사 전 LG산전(현 LS일렉트릭)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건설·부동산 시장이 선진화하고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려면 IT기술을 활용한 혁신이 중요하다고 보고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프롭테크 기업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우미건설 홈페이지 캡처
우미건설 홈페이지 캡처

■ 3D BIM 소프트웨어 개발한 '창소프트', 3D 디지털 트윈 기술 보유한 '큐픽스'에도 투자

창소프트아이앤아이는 3D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로 건축물 설계 단계에만 썼던 BIM을 시공 단계까지 확대 적용했다. 이 회사는 골조공사 관리 시스템 ‘빌더 허브’(Builder HUB)를 2015년 출시해 업계에서 주목받았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건물 하나를 짓는데 얼마나 많은 철근, 콘크리트, 거푸집이 필요한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우미건설은 건물 내부를 촬영해 3차원 디지털로 구현하는 큐픽스에도 투자했다. 큐픽스가 보유한 ‘3D 디지털 트윈’ 기술은 건축물 3.3㎡ (1평)당 사진 한 장 정도나 영상을 찍어 클라우드에 올리면, 사진 측량 기술이 적용돼 자동으로 3D 가상 현실을 만들어낸다. 20~30평짜리 건설 현장이라면 영상으로 2~3분 정도만 촬영하면 해당 현장을 가상현실로 구현해낼 수 있다. 

우미건설은 스마트기술팀을 신설하면서 투자를 넘어 실제 건축 과정과 공법에 IT기술을 접목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미건설은 지난 2021년 3월 착공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신축공사에 처음으로 프롭테크기업과 협력해 프리콘 기술을 도입했는데 이후 경기도 화성 태안 우미린 센트포레, 양주 옥정 린 파밀리에 등으로 프리콘 기술 적용 현장을 늘려가고 있다.

우미건설 이석준 부회장. 사진=우미건설
우미건설 이석준 부회장. 사진=우미건설

■ 자산운용사 손잡고 非주거시장 공략

우미건설은 부동산 개발 및 투자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한 부동산 자산운용사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 2019년 11월 국내 대표적인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에 전략적 투자자로 나서 2대 주주가 됐다. 마스턴투자운용,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 캡스톤자산운용, 지알이파트너스자산운용을 사업 파트너로 두고 있다. 이들 운용사를 통해 구축된 네트워크와 부동산 펀드 등을 활용해 물류, 오피스, 리테일과 같은 비주거용 부동산 자산에도 투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미건설은 건축·주택건설 기업으로 분류되지만 실제 사업영역은 스타트업과 벤처투자에 더 가깝다"라며 "그룹에서 건설경기 변동성과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벤처투자와 신사업을 추진 중이고 최근에는 스타트업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자산운용사와 협업해 개발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현대건설을 시작으로 삼성물산, GS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등 대형건설사들이 2022년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을 제외하면 모두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HDC현대산업개발 등 상장 건설사들도 영업이익 하락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속되는 원가 상승과 금리인상, 부동산 시장 하락 등의 영향으로 올해 국내 주택시장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비관적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신사업과 해외수주로 실적을 올리겠다고 하지만 이마저도 사정이 좋은  몇몇 건설사에 한정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가 건설사들의 진정한 실력을 판가름하고 옥석 가리기를 하는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작권자 © 자투리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