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경남은행에서 500억 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하며 올해 금융사 횡령액이 역대 두 번째 규모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벌어진 600억 원대 횡령에 이어 또다시 수백억 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하며 은행권 내부통제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경남은행 본점 모습. 사진=경남은행
BNK경남은행에서 500억 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하며 올해 금융사 횡령액이 역대 두 번째 규모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벌어진 600억 원대 횡령에 이어 또다시 수백억 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하며 은행권 내부통제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경남은행 본점 모습. 사진=경남은행

# 경남은행 부동산투자금융부장 이 모씨(50)는 2007년 12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약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업무를 담당하면서 2016년 8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총 562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감원은 이씨가 약 15년간 동일 업무를 담당하면서 가족 명의 계좌로 대출 자금을 임의 이체하거나 대출 서류를 위조하는 등 전형적인 횡령 수법을 동원했다고 보고 있다. 

BNK경남은행에서는 지난 2010년에도 4000억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했었다.

# 700억원대 횡령 혐의로 기소된 우리 은행 직원 전모씨(44)는 본점 기업개선부에서 근무하면서 2012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친동생과 함께 회삿돈 약 614억원을 빼돌려 주가지수옵션 거래 등에 쓴 혐의를 받고 있다. 전 씨는 기업개선부에서만 10년 이상 근무해 왔다. 인수합병(M&A) 등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업무에 대해서 장기근속이 예외적으로 허용됐다.
 
금융사에서 직원들의 횡령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공통점을 분석해보면 ▲ 사고를 일으킨 직원이 장기간에 걸쳐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고 ▲  전권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 ▲  여기에 상호 간 감시 견제가 미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베테랑 은행원인 경남은행 이씨는 부동산 PF 분야의 전문가로 통했고, 15년간 한 부서에서 장기 근무하면서 횡령 규모를 키웠다. 그 과정에서 가족 명의 계좌를 이용하거나 대출 서류를 위조하는 방법을 썼다.

금융당국이 그동안 내부 통제를 강조해 왔는데도 이런 사고가 다시 발생했다는 것은 도덕적 해이는 물론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특정부서 장기근무자 순환근무와 명령휴가제 등 내부 통제 혁신 방안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거액 입출금 등 중요 사항에 대한 점검도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기본적인 내부통제 시스템이 여전히 먹통인 셈이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이 터지자 부랴부랴 모든 은행에 PF 대출 자금 관리실태 긴급점검을 지시했다.

700억원대 횡령 혐의로 기소된 우리 은행 직원 전모씨는 기업개선부에서만 10년 이상 근무하면서 가족 명의 계좌로 대출(상환) 자금을 임의 이체하거나 대출서류를 위조하는 등 전형적인 횡령 수법으로 500억 원이 넘는 거액을 빼돌렸다. 우리은행 본점 모습. 사진=우리은행
700억원대 횡령 혐의로 기소된 우리 은행 직원 전모씨는 기업개선부에서만 10년 이상 근무하면서 가족 명의 계좌로 대출(상환) 자금을 임의 이체하거나 대출서류를 위조하는 등 전형적인 횡령 수법으로 500억 원이 넘는 거액을 빼돌렸다. 우리은행 본점 모습. 사진=우리은행

금융당국 관계자는 다른 은행들에도 경남은행 직원의 PF 대출 횡령과 유사한 사례가 있을 수 있어 긴급 점검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경남은행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 직원에 대한 윤리 의식 교육을 강화하고, 내부통제 분석팀을 신설해 전면적인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강도 높은 추가 조치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KB국민은행은 올해부터 서로 다른 영업점 직원이 불시에 교차 점검을 실시하도록 하는 등 시재 검사를 강화했다. 사고개연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영업점에 대해선 상시감사도 한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3일 정기인사에서 '내부통제 강화'에 초점을 두고 영업점 3년, 본부부서 5년 이상 장기근무 직원 대폭 교체했다. 하나은행은 충분한 내부통제 경력을 갖춘 인력이 업무 수행을 하도록 하고 영업현장의 내부통제 문화 확산을 위해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사고가 날 때마다 사후약방문식으로 매번 개선책을 내놓지만 나중에 보면 별반 달라진 것들이 없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어서는 안되고 근본적인 개선 노력 없이는 사고는 또다시 일어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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