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과 삼양식품, 오뚜기 등 국내 라면 업체들이 올 2분기에 호실적을 기록했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서민음식인 라면소비가 증가한데다 해외에서 판매 증가가 실적 개선에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라면이 불황에 잘 팔렸고, 특히 해외에서 한국 라면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이같은 실적 호조세에 힘입어 주가도 강세다. 삼양식품이 신고가를 기록했고, 농심은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15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농심의 올 2분기 매출액은 8375억원으로 10.8% 늘었고, 영업이익은 537억원으로 1162.5% 급증했다. 전체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해외에서 거뒀다. 미국법인이 농심 전체 영업이익의 28%에 해당하는 337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성장을 주도했다.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6979억원, 영업이익 117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3.8%, 204.5% 늘어난 수치다.
한국에서 제품을 수출하며 수요에 발맞추던 중 제2공장 고속라인 가동으로 인해 원활한 공급이 가능해지며 매출이 크게 늘었다. 영업이익 신장에도 제2공장 가동 효과가 컸다. 한국에서 수출하던 물량을 현지생산으로 대체함으로써 물류비 부담을 덜고 현지 공장의 생산 효율성이 높아져 큰 폭의 영업이익 상승을 이뤄낼 수 있었다.
농심 관계자는 "미국 제2공장 가동으로 인한 공급량 확대가 주효했다"며 "지난해 2분기에는 농심 국내사업 영업이익이 적자였던 만큼 기저효과로 올해 상반기 매출액 증가분(13.8%)보다 영업이익 성장률(204.5%)이 크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농심은 해외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농심은 오는 2025년까지 해외에서 8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농심은 올해 견조한 수요와 원가 안정화에 힘입어, 전사 실적이 전년 대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북미 법인에서는 가성비 매력, 아시안 푸드 선호 확대, 블루컬러 고용 호조 등에 따른 수혜를 누리며, 강한 외형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북미에서는 대형 유통 채널 확대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3%, 473% 성장했다"며 농심의 목표주가를 57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삼양식품은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44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61.2%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지난 11일 공시했다. 매출은 28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 늘었다.
2분기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한 1899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경신했다. 지난해부터 영업을 시작한 미국·중국 판매법인의 성공적인 안착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해외 매출은 불닭브랜드가 견인하고 있다. 올해 7월 중순 기준 불닭브랜드(면 제품)의 누적 판매량은 50억개를 돌파했고, 누적 매출은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호조세에 힘입어 목표주가도 상향조정되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삼양식품의 목표가를 15만원에서 17만원으로 올렸다. 한화증권(16만원→20만원)과 DS투자증권(16만원→19만원)도 목표가를 상향조정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수 매출이 지난해 11월 가격 인상 효과로 올해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26% 늘었고 '불닭치폴레마요' 소스 출시로 소스·조미소재 매출도 30% 증가했다"고 말했다.
오지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동남아시아(말레이시아 등)에서의 성장세가 돋보였다"며 "미국법인은 월마트, 코스트코 등에 입점을 완료했고, 코스트코에서는 올해 6월부터 매출액이 발생하기 시작해 하반기에는 고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수출 호조세와 해외법인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의 성장이 2분기 실적을 견인했다"며 "회사의 성장세에 발맞춰 투자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삼양식품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사업구조의 효율화를 추진하는 등 원가 절감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오뚜기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64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5.3% 상승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85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424억원으로 38.4% 늘었다.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299억원, 매출은 1조71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7%, 1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8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1% 감소했다. 오뚜기는 상반기 실적과 관련, "라면 및 소스류, 간편식 등 판매 증가가 매출 상승을 견인해 매출액 및 영업이익 증가했다"며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것은 영업 외 수익(전년 부동산 매각)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라면업계의 실적을 받치고 있는 해외 시장 성장이 계속되면서 라면 수출액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2023년 1~3월 라면 수출액은 역대 1분기 중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이 기간 라면 수출액은 2억800만 달러(약 2744억 원)로 전년 동기(1억8193만 달러)보다 14.3% 증가해 사상 처음으로 2억 달러를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