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지난 6일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증시 모든 종목의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내린 것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위기 이후 네 번째다.
금융 당국이 지난 6일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증시 모든 종목의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내린 것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위기 이후 네 번째다.

금융당국이 내년 6월 말까지 공매도 전면 금지를 시행한 직후 공매도 금지 예외 조항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공매도는 순기능과 함께 역기능 또한 존재한다. 공매도는 주식시장의 거래량을 증대시켜 유동성을 공급하고, 시장의 과열을 방지하는 등 순기능을 갖고 있다. 반면 잘못 이용할 경우 시장 질서를 교란시키고 불공정거래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소지도 있다.

따라서 현행 공매도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는 것은 좋지만 전면 금지는 과도한 조치라는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증시 전문가들은 공매도 금지 이후 시장 분위기에 휘둘리기 보다는 '주가는 기업가치에 비례한다'는 기본 원칙에 충실하면서 옥석을 가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공매도 조건, 개인과 기관·외국인 동일 적용

개인투자자들은 시장조성자제도의 폐지와 공매도 제도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지난 7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모든 공매도 금지 촉구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시장조성자·유동성공급자의 공매도까지 정지해서 ‘예외적 허용 없는 공매도 전면금지’를 요구했다.

이들은 “시장조성자제도 공매도를 허용하는 공매도 한시적 금지는 반쪽짜리 공매도 금지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행위”라며 "공매도 금지가 제대로 효과를 나타내고 공정한 주식시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장조성자제도 폐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시장조성자 공매도도 금지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 즉각 구축 ▲상환기간 90일 통일 및 상환 후 1개월간 재공매도 금지 ▲담보비율 130% 통일 ▲공매도 총량제 실시(시총 3~5% 범위 이내) ▲대차대주시장 통합 ▲개인투자자 보호 태스크포스(TF)팀 운영 ▲금융문맹국 금융교육 강화 ▲전 증권사 불법 공매도 조사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금융당국이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았던 제도 개선에 나섰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공매도는 현실에서 악용될 여지가 많으므로 한시적 금지 후 모든 측면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정은 개인투자자들의 요구가 많았던 개인과 기관 규제를 통일하기로 했다. 개인이 공매도 때 빌린 주식 금액 대비 담보 총액의 비율은 현행 120%에서 기관과 외국인이 적용받는 105%로 낮아진다. 앞서 정부는 담보비율을 140%에서 120%로 낮췄는데 기관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개인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이를 더 낮췄다. 중도상환 요구가 있는 기관의 대차거래 상환 기간도 애초에는 기간 제약이 없었지만 개인과 같이 90일로 하되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 "외국계 자본 이탈할 것"…또다른 피해자 양산 우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시장 조성자 및 유동성 공급자의 공매도를 제한할 경우 되레 다른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ETF, 선물/옵션, ELW 등 구조화 상품 거래를 하는 투자자 또한 보호돼야 할 사안”이라며 “해당 상품의 시장 조성자, 유동성 공급자의 공매도 제한으로 가격 호가 제시에 차질이 발생하면 자산 가격의 괴리로 다른 투자자 피해가 양산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외국 롱숏펀드는 주식 매수 시 헤지(hedge) 차원에서 공매도를 함께 해왔다. 하지만 공매도 금지로 이 전략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로 한국 증시의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편입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증권시장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보도했다. 리서치 기업 스마트카르마의 브라이언 프레이타스 애널리스트는 “공매도 금지가 과도한 밸류에이션(가치 산정)에 제동장치 역할을 하지 못해 개인 투자자가 선호하는 일부 주식 종목에 거품을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증권은 과거 공매도 금지 기간 동안 외국인의 숏커버링(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한 매수)보다 매도세 압력이 더 컸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이 2020년 3월 공매도 금지 이후에 대한 영향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 기간인 2020년 3월 16일∼6월 12일 동안 개인 투자자는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차-대주 제도 개선 이후 비교. 자료=금융위원회
현행 공매도 제도 개요. 자료=금융위

 

■ 급격한 제도 시행에 증시 변동성 확대

공매도가 금지된 것은 모두 경제위기 국면이었다. 경기가 안좋아 금리를 낮추는 등 경기 부양책을 쓰던 시기였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남유럽발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 때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 때와 상황이 다르다. 경제위기 상황이 아니고 금리도 매우 높은 상황이다. 따라서 어느 누구도 공매도 금지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급작스런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지난 일주일 가량 시장에서 엄청난 변동성이 관찰됐다. 

지난 6일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행된 직후 코스피가 5%, 코스닥이 7%대 상승했다가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는 등 변동성이 심화했었다.

특히 공매도 금지 첫날 이차전지주 주가가 급등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이차전지주는 하루 상승한 뒤 나흘을 연이어 하락했다. 정부의 기습적인 공매도 금지 조치에 놀란 외국인들이 서둘러 주식을 사서 갚는 바람에 주가가 치솟았으나 금세 약발을 다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금지 이후  이차전지주 주가가 오를 일만 남았다는 잘못된 판단에 추격 매수에 나섰다가 손해를 본 경우도 적지 않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공매도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분석한뒤 불법 공매도를 조사하고 바로잡을 부분은 바로 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시 최장 10년 간 주식 거래를 제한하고 국내 상장회사·금융회사 임원 선임을 제한하는 등 불법 공매도에 대한 제재 수단을 다양화하기로 했다. 공매도 공시 확대를 통해 정보 공개의 정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이번 조치가 개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일장일단이 있다고 본다"며 "결국 ‘주가는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에 수렴한다’는 진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 이사는 "단순히 공매도 이슈로 수급이 어떻게 작용할지를 살피기보다 산업 지형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공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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