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연고점 행진을 이어가며 다시 상승 마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4.2원 오른 달러당 1195.7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초반 소폭 하락하던 환율은 오후 들어 반등해 7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경신했다.
17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연고점 행진을 이어가며 다시 상승 마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4.2원 오른 달러당 1195.7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초반 소폭 하락하던 환율은 오후 들어 반등해 7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경신했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4.2원 오른 1195.7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7년 1월11일(1196.4원) 이후 2년4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00원에 바짝 다가서고 있어 향후 추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같이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미·중 무역협상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달러강세를 촉발시켰고 미중 무역협상이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으면서 안전자산 선호현상마저 가세하고 있다.

◇ 원·달러 1200선 넘어서나…미·중 무역분쟁 재점화

전문가들은 이런 속도라면 환율이 1200원 선으로 올라서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내다봤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2주 전만 해도 1200원 선은 어렵다고 봤는데 지금으로선 그런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도 "이런 추세면 단기적으로 1200원 터치 가능성까지는 열어놔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1200원 선을 넘어서더라도 중장기적으로 하향 안정화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KB증권은 최근 '고공 행진하는 원/달러 환율, 그 향방에 대한 두번째 고찰' 보고서에서 "국내 8개 증권사의 환율 보고서를 비교해보면 대부분 기관이 2분기 이후 환율 하락을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200원선까지는 빠르게 오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다만 1200원선을 넘기게 되면 환율 급등세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본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앞으로 2~3주 안에 원·달러 환율은 1200원을 넘긴 이후 빠르게 빠질 것"이라며 "1200원은 '빅피겨(큰 자릿수)'이기 때문에 외환당국에서도 리스크(위험) 인지를 하고 있을 것이다. 또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자본유출도 병행 중이라서 당국에서 미세조정을 들어올 것으로 본다. 그렇게 흐름이 꺾이게 되면 수출업체의 달러물량이 나오면서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환율 급등에 달러화 인기 치솟아…"비쌀 때 팔자" 달러화 매도 현상도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함에 따라 달러화 인기가 치솟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의 달러화 정기예금은 이달 8일 현재 129억5500만달러로 전월 말보다 9300만달러 증가했다. 4월에 전월 대비로 2억700만달러 늘어난 데 이어 이달 들어 열흘도 안 된 사이 1억달러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이 오르면서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달러화 예금은 대폭 줄어들었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2019년 4월 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을 보면 지난달 말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은 한 달 전보다 39억5000만달러(4조7000억원) 줄어든 632억달러(약 75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 12월 말(589억1000만달러) 이후 최저치이다.

4월 들어 환율(달러 가치)이 크게 오르자 기업들이 달러화를 매도했고, 일부 기업이 달러화 예금을 인출해 차입금을 상환한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 당분간 원화 약세 지속될 것…위안화 약세까지 겹쳐

미·중 무역갈등의 악화가 단계를 올려가면서 현실적으로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의 흐름은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더구나 위안화 약세 흐름까지 겹치면서 원화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현재의 환율 급등이 진정되기 위해서는 달러화 매도 물량이 나오거나 당국의 개입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구두개입 이외에 실직적인 개입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일단 1200원선 진입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으로 양국간 무역이 줄어들 경우 타격이 큰 국가로는 한국과 일본이 거론했다.

IHS마킷은 "중국 수출부문에 대한 거대한 부정적 충격이 파급효과를 일으켜 전자제품, 화학제품과 같은 중간재를 중국 제조업 부문에 공급하는 일본과 한국을 때릴 것"이라며 "이들 국가의 전체 수출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까닭에 그렇다"고 설명했다.

우려되는 부분은 중국 위안화의 약세 흐름이다. 일반적으로 원화와 위안화는 동조화(커플링) 현상을 보인다. 따라서 수출업체의 달러화 물량과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원·달러 환율이 안정된다고 해도 위안화가 약세 흐름을 지속되면 환율의 하방 경직성은 나타나게 된다.

김지만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 지연과 관세 부과 조치로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며 "원화는 무역 협상으로 대중국 수출에 대한 우려와 함께 국내 금리 인하 기대, 북한 미사일 도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로 가치가 내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화와 위안화의 움직임은 당분간 밀접한 변동성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성윤 하이투자선물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으로 인해 원화와 위안화가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위안화의 경우 역외 기준 6.95위안, 원화는 1200원대까지는 같은 방향으로 흐르며 상단을 테스트할 것"이라고 말했다

◇ 수출기업, 호재로만 볼 수 없어…수입 가격 급등

원화 가치 하락으로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의 해외자금 차입조건 악화와 함께 국가신인도도 다소 낮아지는 측면이 있다. 또 수입상품 가격 급등으로 생활물가가 올라 국민 생활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진다.

수입부품이나 원자재 가격도 오르는 만큼 제조업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게 된다. 수출기업 입장에서 볼 때 언뜻 환율이 오른 만큼 수익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는 점은 호재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무역규모가 전체적으로 줄어든다면 수출기업들의 매출이 줄어드는 만큼 그 효과도 상쇄될 가능성이 커진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분기 경제성장이 마이너스로 전환한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원화 약세는 대다수 수출 업체들에게 가격 경쟁력 면에서 나쁠 것이 없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지금은 환율 변동성 확대에 따른 수출 부양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내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는 중간재여서 자동차 등 완성품에 비해 환율 민감도가 비교적 둔감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더욱이 부품 사업과 달리 가전 등 완성품 사업은 큰 영향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스마트폰이나 가전제품의 생산기지를 국외에서 다수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휴대폰을 베트남에서 주로 생산하고 있다. DRAM은 국내에서, 중국의 3D-NAND 생산라인은 전사 생산능력의 3분의 1을 생산한다. LG전자도 가전과 스마트폰을 대부분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수출기업에 결코 유리할 게 없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글로벌 수출의 경우 지난 2018년 기준 대중 수출 비중은 26.8%, 대미 수출비중은 12.1%로 둘을 합치면 40%에 육박한다.

무협 측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한국의 글로벌 수출은 전년 대비 총 0.14%(8억7000만달러) 줄어들 것"이라면서 "무역전쟁이 장기화 될 경우 기업 투자 지연, 금융시장 불안, 유가 하락 등의 파생효과 등을 감안하면 수출피해는 이보다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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