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1심 무죄…글로벌 M&A 속도 붙을 것

- "국민들에게 더 신뢰받고 더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어야" 경영능력 본격 시험대

삽화 | 자투리경제=송지수 SNS에디터

"합병에 합리적인 사업상 목적이 존재하는 이상, 지배력 강화의 목적이 수반됐다고 하더라도 합병의 목적이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5일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 오로지 경영권 승계작업이라는 유일한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이 1심 무죄 선고에 대해 항소할 가능성이 있어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30년전부터 시작된 경영권 승계에 대해 법원이 부당하지 않다고 판단을 내림에 따라 이재용 회장은 한결 부담을 덜게 됐다.


■ 법원 "사업상 목적 있는 이상 지배력 강화하려 했더라도 부당하지 않아" 


법원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불법적으로 자행한 일이라는 검찰의 공소사실 핵심 내용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지배력을 강화해 경영권 승계를 완성하려는 목적으로 미래전략실 차원에서 하달한 계획에 따라 양사의 합병이 이뤄졌으며, 이를 성사하기 위해 각종 불법행위가 이뤄졌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하지만 법원은 두 회사의 합병은 시장이 오래전부터 예상하고 전망했던 일이었고, 삼성 미래전략실이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검토한 여러방안 중 하나였다며 이런 구도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 두 회사의 합병이 악화한 경영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였고, 그룹 지배력 강화가 삼성물산과 주주들에게 이익이 되는 측면이 있었다는 점도 이 회장의 승계만을 목적으로 적법절차 없이 추진됐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았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부당 승계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허위정보 유포, 악재성 정보 은폐,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는 줄줄이 무죄로 판단됐다. 


■ 재계 "삼성의 사법 리스크 해소…수출과 경제 활성화에 도움"


제계는 1심 재판 결과에 대해 글로벌 기업 삼성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돼 결과적으로 우리 수출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이번 판결은 첨단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과 이제 막 회복세에 들고 있는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삼성이 그동안 사법리스크로 인한 경영상 불확실성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국가 경제 발전에 더욱 매진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반도체 수요가 회복되고 첨단산업 투자에 대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현재의 여건을 감안하면 다행”이라며 "삼성이 더욱 진취적인 전략을 통해 AI 등 첨단 기술을 선도하는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서 국민으로부터 보다 신뢰받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사법 족쇄론 해소…성과 보여줘야 하는 부담감 그만큼 커져


이번 판결로 인해 이 회장은 그룹 지배력을 부당하게 승계했다는 의혹에서 벗어나 그룹 경영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삼성은 앞으로 대형 인수합병과 대규모 투자에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이 회장이 등기임원으로 복귀해 지배구조 개선작업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삼성이 그동안 주장해온 사법 족쇄론이 해소된 상황에서 앞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 이 회장의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그동안 주력인 반도체와 모바일에서 잇따라 매출 1위를 내주고 있는 상황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 1위인 삼성전자는 최근 인공지능(AI) 열풍 속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회장은 지난 2022년 10월 회장에 취임하면서 "국민들에게 더 신뢰받고 더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앞으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면서 실추된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제2의 반도체가 될 압도적인 신성장 동력 발굴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삼성의 큰 그림' 그리기는 이제서야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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