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MM 매각 협상 무산 이유…빠듯한 자금에 신뢰마저 깨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등 매각 측과 하림-JKL 컨소시엄은 HMM 매각을 위한 협상을 벌여오다 지난 7일 새벽 최종 결렬을 발표했다. 매각 조건에 대한 이견으로 6일까지 기한을 2주 연장했지만 자정을 넘긴 협상에도 결국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등 매각 측과 하림-JKL 컨소시엄은 HMM 매각을 위한 협상을 벌여오다 지난 7일 새벽 최종 결렬을 발표했다. 매각 조건에 대한 이견으로 6일까지 기한을 2주 연장했지만 자정을 넘긴 협상에도 결국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 

"실질적 경영권을 담보해주지 않는 거래는 어떤 민간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입니다"(하림·JKL파트너스측)

"공적 자금으로 되살아난 회사의 보유 현금을 마음대로 꺼내쓰지 못하도록 최소한의 견제 장치가 필요합니다.(HMM 매각측)

HMM의 새 주인 찾기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이 채권단과 7주간의 줄다리기 끝에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협상 결렬 이유는 현격한 입장차이다. 여기에 더해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신뢰가 깨지고 말았다.

채권단측은 투자금 회수를 향후 5년 동안 금지해야 한다는 당초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인수측 입장으로서는 투자자금을 회수해야 했으나 채권단측은 이를 절대 양보를 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번 협상은 처음부터 원만한 타협을 이루기가 어려웠다. 무엇보다 인수자측의 인수 자금 부족이 문제였다. 인수가격은 6조4000억원인데, 현금은 1조6000억원에 밖에 없었다. 나머지는 증자와 외부 자금 조달을 통해서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유상증자와 인수금융이 제대로 실혀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하림측이 불리한 입장 속에서 협상은 진행됐고, 매각측은 먹튀를 방지하기 위해 5년간 지분 매각을 제한하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매각측은 재무적투자자(FI)인 JKL파트너스를 투기자본으로 봤다. 이같이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협상은 더이상 진척되기 어려웠다.

협상과정에서 빚어지는 '힘'의 대결에서 하림측은 불리할 수 밖에 없었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측은 기세를 몰아 중요 경영 사항에 대해 사전 협의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일정 기간 경영권 관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잔여 영구채 3년간 주식 전환 유예와 배당 제한 등의 제안사항까지 다 포기했던 하림측은 이를 경영 간섭이라며 더이상 인내하지 못하고 반발했다.

매각측이 강경 입장을 고수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HMM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 해운업계 성수기에 맞춰 잘 다듬어놓은 HMM를 아무에게나 주고 싶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해 10월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적격 인수자가 없다면 반드시 매각할 이유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적합한 회사가 없다고 판단되면 유찰시키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냐”고 답했다.

해운업이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점에서 잘못된 거래를 했다가 향후 국가 해운산업 경쟁력 실추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경우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채권단이 HMM매각 이후에도 일정 부분 경영을 감시하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헐값 매각이라는 여론의 질타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협상 무산으로 당분간 HMM 매각작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불거진 홍해 리스크 등으로 해운 업황이 악화한 것도 매각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HMM 인수에 무리가 없을 정도의 자금력을 가진 튼실한 기업이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HMM 인수를 통해 단순히 회사 덩치를 키우겠다는 욕심보다는 제대로 된 경영으로 회사의 정상의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강한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채권단측은 이번 협상을 계기로 HMM에 대한 채권단 관리체제를 더욱 견고히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HMM의 가치가 더해질 것이고, 향후 인수자 입장에서도 인수가격은 올라가더라도 경쟁력이 더 올라가 있는 상태인 만큼 HMM 경영이 한결 수월해지면서 기대 이상의 인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 의지가 선명해야 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키워드
#HMM #하림
저작권자 © 자투리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