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증시 부양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해 온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나치게 기업들의 자율만 강조한채 인센티브 방안도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또 실질적인 세제혜택이 없는 맹탕 대책이라는 거친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실제 26일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이 공개되고, 기관과 개인에서 대거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코스피가 20.62포인트(0.77%) 내린 2647.08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실망 매물이 쏟아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자율에만 맡기기 보다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자본 조달 비용보다 지속적으로 낮은 기업은 코스피에서 코스닥으로 강등시키는 식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핵심 요소로 관심을 모았던 세제 혜택도 별다는 게 없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기업가치를 제고한 우수 기업 10여 곳에 매년 5월 기업 밸류업 표창을 수여하고, 표창을 받은 기업에는 5종의 세정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배당 확대 시 세액공제나 세금 감면 같은 파격적인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에 나온 지원책은 모범 납세자 선정 우대,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사전심사 우대, 법인세 공제·감면 컨설팅 우대, 부가·법인세 경정청구 우대, 가업 승계 컨설팅뿐이다. 법인세 공제·감면 컨설팅 우대는 실질적인 세금 우대가 아니라 이미 각 부처가 운영 중인 세금 관련 심사나 컨설팅을 우선적으로 받게 해주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국증시가 한단계 더 상승하는 밸류업이 이뤄지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너무 성급하게 시장 분위기를 살리기 보다는 하나하나 차근차근 펀더멘털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에도 무게가 실린다.

이날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은 1차 안이다. 오는 5월 개최될 2차 세미나를 통해 시장 의견을 수렴 후 6월에나 확정될 예정이다.

26일 열린 기업밸류업 지원방안 세미나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26일 열린 기업밸류업 지원방안 세미나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정부는 7월 세제 개편안 발표 시점 전이라도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대로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세제지원 방안은 준비되는 것부터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정부는 세제 개선, 상법 개정 등 추가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면서 “국민 여러분께서도 긴 호흡으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이날 열린 세미나에서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우수한 기업들이 시장에 알려지고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중장기적 시각에서 지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스카운트된 국내 증권시장이 하루 아침에 밸류업이 되기란 쉽지 않다. 우리 시장이 제대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긴 호흡을 갖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는 사람들도 많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앞으로 보다 촘촘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한 만큼 이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강력한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고 증권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밸류업 방안은 단기 주가 부양이 절대 목표가 아니며 긴 호흡에서 한국 증시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시발점임을 강조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무엇보다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외국인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환경 마련도 절실하다. 투명한 지배구조와 주주환원 정책도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 관계자들도 총선용 표심을 노린 것이라는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보다 구체적인 세제지원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해묵은 과제인데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선안이 나오긴 했지만 긴 안목이 아니라 단기적인 효과만 노린 미봉책이 대부분이었다. 전문가들은 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기업의 자율적인 시행을 촉진할 수 있는 종합적인 후속 대책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첫발을 내딘 만큼, 큰 결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난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결국 의지와 열정의 문제이고, 얼마만큼의 노력을 쏟아붓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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