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용시장에도 코로나19의 여파가 반영되기 시작했다. 실업률은 양호했으나 취업자수가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비경제활동인구와 일시휴직자 등도 증가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사진=픽사베이]
코로나19가 국내 고용시장에 큰 타격을 가하고 있다. 실업률은 양호했으나 취업자수가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비경제활동인구와 일시휴직자 등도 크게 늘었다. [사진=픽사베이]

국내외 고용시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여실히 반영되고 있다.

일자리가 없어질 경우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경제 정상화가 빠르게 진행되면 구직활동 재개로 경제활동인구가 재차 증가하고 일시휴직자의 업무 복귀 등이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당분간 실업자수 증가가 지속되는 등 고용시장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특히 일시휴직자가 연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기업들의 영업환경이 빠르게 개선되지 않는 한 추가 실업자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달 중 미국의 실업률이 20%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1930년 대공황 이래 최고치로, 2009년 금융위기 때도 실업률은 10%를 넘지 않았다.

◆ 美고용 크게 악화…4월 실업률 급등 전망

한국은행은 19일 낸 해외경제 포커스에서 "3월 셋째주(3월 15일~3월 21일) 이후 미국의 실업수당 신규 청구건수 증가가 지속하면서 4월 실업률이 급등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일시 해고자는 2월 80만1000명에서 3월 184만8000명으로 폭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는 3월 셋째주부터 4주 연속으로 역사상 최고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고용지표인 비농가 취업자 수는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이동제한과 영업중단 등 여파로 3월 중 70만1000명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일시 해고자가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업종별로는 소매업(-4만6000명), 음식·숙박업(-44만6000명) 등 서비스업 취업자 수 감소폭이 65만9000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은은 3월 셋째주부터 4월 첫째주까지 3주간 실업수당 신규 청구건수(총 1678만명)만큼 실업자가 증가한다고 가정할 경우 4월 미국의 실업률이 3월 대비 10.3%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물론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면 일시 해고자들이 재취업하면서 고용 상황이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유안타증권 정원일 연구원은 “미국의 코로나19로 인한 가장 큰 충격은 바로 실업자의 대량 양산이었다”라며 “수치만으로 보면 최악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3월 마지막주의 정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세가 언제 진정될지 아무도 단언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고용시장 불안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료=유안타증권
자료=유안타증권

◆ 美 코로나 실업, 사무직으로 확산

코로나19으로 인한 미국의 대규모 실업 사태가 악화하면서 서비스직군에 이어 사무직군에서도 대규모 감원이 이뤄지고 있다.

식당, 술집, 호텔 등 서비스 분야에서 옷가게, 영화관, 서점, 미용실 등으로 번졌고, 이제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 법률 사무소 직원, 판매 보조원, 일부 의료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감원과 임금 삭감이 진행되고 있다.

텍사스주에서는 데이터 처리 및 온라인 출판 분야에서의 대규모 감원 조치로 이달 초 실업자 수가 4만명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메인주에선 건축, 엔지니어링 등 전문직 분야에서 감원이 잇따랐다.

◆ 코로나 고용충격…취업자 19만5천명↓·일시휴직 126만명 폭증

국내에서는 3월 취업자 수 감소폭이 20만명에 육박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코로나19 사태로 휴업·휴직한 경우가 늘면서 일시휴직자도 폭증했다.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660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19만5000명 감소했다. 이 같은 감소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5월(-24만명) 이후 최대다.

대면 접촉이 많은 서비스업에서 고용 악화가 특히 심각했다. 도·소매업(-16만8000명), 숙박·음식점업(-10만9000명), 교육서비스업(-10만명) 분야에서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의 여파는 주로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 위주, 그리고 임시근로자 위주의 취업자수 감소를 가져왔다. 전월대비로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11.7만명), 공공행정 (-9만명),

교육서비스업 (-8.2만명), 숙박 및 음식점업 (-10.7만명), 도소매업 (-2.5만명), 운수업(-3.1만명) 등에서 취업자수가 감소했다.

직위별로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7.4만명)와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1.0만명) 등 비임금근로자가 전월대비 10.1만명 감소했으며, 임시근로자(-35.9만명), 일용근로자(-7.1만명), 상용근로자(-7.3만명) 등 임금근로자도 50.3만명 감소했다.

종업원을 둔 자영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19만5000명 감소했다. 이에 비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2만4000명, 무급가족종사자는 8000명 각각 증가했다.

36시간 이상 취업자가 159만2000명 줄어들었고,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13만6000명 늘었다.

3월 취업자수는 전년대비 19.5만명 감소해, 2월 49.2만명 증가에서 큰 폭으로 줄었다. 전월대비로 살펴보면, 취업자수가 전월대비 68만명 감소하고 실업자는 12.7만명 증가해 경제활동인구는 55.3만명 감소했다. 자료=통계청
일시휴직자(160만7000명)가 전년 동월보다 126만명(363.4%) 폭증했다. 증가폭과 규모 모두 1983년 7월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무급휴직이 늘고 노인일자리 사업이 연기된 영향이 컸다. 교육서비스, 보건복지, 공공행정, 숙박음식점 등에서 일시휴직자가 늘었다. 자료=KB증권

◆ 일시휴직자 수 '역대급' 급증

취업자 수에 포함되는 일시휴직자 수가 '역대급'으로 불어났다. 일시휴직자(160만7000명)가 전년 동월보다 126만명(363.4%) 폭증, 증가폭과 규모모두 1983년 7월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증가를 기록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무급휴직이 늘고 노인일자리 사업이 연기된 영향으로 통계청은 추정했다.

교육서비스, 보건복지, 공공행정, 숙박음식점 등에서 일시휴직자가 늘었다. 일시휴직자는 통상 취업자로 복귀하지만 고용상황이 악화할 경우 실업자 또는 비경제활동인구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아직까지는 코로나19의 여파가 실업자수 증가보다는 비경제활동인구(구직활동 쉬었음)와 취업자 중 일시휴직자 증가폭이 크다. 경제정상화가 빠르게 진행되면 구직활동 재개로 경제활동인구가 재차 증가하고 일시휴직자의 업무 복귀 등이 가능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서비스업 위주의 실업자수 증가가 지속되고 2분기부터는 제조업에도 타격이 예상돼 당분간 고용시장 부진은 지속될 전망이다.

더욱이 취업자 중 일시휴직자가 2개월 연속 증가 중에 있어 기업들의 영업환경이 빠르게 개선되지 않는 한 추가 실업자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KB증권 오재영 연구원은 “한국의 1분기 수출은 코로나19 여파에도 물량이 증가하는 등 견조해 제조업에서의 실업자 증가는 크지 않았다”면서도 “그러나 2분기부터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침체로 대외수요가 부진할 것으로 보여 제조업에서의 실업 확대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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