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가이드를 홀린 중식 골목식당 진진(津津)

 

진진(津津)

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 123(서교동 469-67)에 자리한 중식당. 자매점 진진가연은 마포구 월드컵북로160(서교동 375-35)에 있다. 세프 왕육성이 살아온 내력과 쌓아온 지혜가 녹아 있는 가게다. 수제자 황진선이 주방을 총괄하고 있다. 201611, 미쉐린 가이드가 서울 편을 발표할 때 별을 받은 중식당은 단 두 곳이었다. 하나는 5성급 호텔 최고급 중식 레스토랑이고 다른 하나가 진진이다. 불쪽 튀어나온 진진을 보고 다들 놀라워 했다. 문을 연 지 2년도 안 된 때였다. 진진에 가면 네 번 놀란다. 찾아가기 불편한 주택가에 있어 놀라고, 명성과 달리 작고 허름한 가게라 놀라고, 특급호텔 뺨치는 요리 수준에 놀라고, 그런데도 음식값이 호텔의 3분의 1도 안 돼 놀란다. 미쉐린 가이드는 진진을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하고 수준 높은 중식을 제공하는 중식 전문점"이라 평했다. (진진, 왕육성입니다. 동아시아)

 

 

 

 

 

 

대게살 볶음. 대게살을 각종 야채와 볶아낸 요리.      사진= 최영규

 

진진  멤보샤와 마파두부.  사진=  진진, https://jinjinseoul.modoo.at/
진진 멤보샤와 마파두부. 사진=진진, https://jinjinseoul.modoo.at/

 

팔보채.  전복, 소라, 새우등의 해산물과 동고, 죽순등 재료를 쎈불에 빠르게 볶아낸 요리.   사진=  최영규
팔보채. 전복, 소라, 새우등의 해산물과 동고, 죽순등 재료를 쎈불에 빠르게 볶아낸 요리. 사진= 최영규

 

칭핑우럭. 진진요리.  신선한 우럭을 중국식으로 통째로 쩌서 튀긴 대파, 생강과 간장소스를 부어낸 요리.    사진=   최영규
칭핑우럭. 진진요리. 신선한 우럭을 중국식으로 통째로 쩌서 튀긴 대파, 생강과 간장소스를 부어낸 요리. 사진= 최영규

진진 왕육성 세프의 세가지 희망

 

희망1 친구들의 놀이터

왕육성이 처음 구상한 진진은 식탁 대여섯개 짜리 조그마한 가게였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느릿느릿 늙어가고 싶었다. 그날그날 제 마음대로 준비한 요리를 편한 사람들과 수다 떨며 즐기는 거였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규모가 커지고 뜻하지 않게 조명을 받게 됐다. 이제 나름대로 자리를 잡았고 황진선 총괄이 잘 꾸려가고 있으니 크게 신경을 쓸 일은 없다고 한다. 진진에 오는 손님들은 다채롭다. 서로 다른 재능으로 그만큼 다양한 일을 하는 분들이다. 요리사와 손님의 관계를 넘어 인간적으로 가깝게 지내는 분들이 많다. 손님들 자리를 오가며 귀한 애기를 많이 듣는다. 칼과 일에 묻혀 사느라 공부를 하지 못했다. 이제 나이 들어 눈이 침침하니 글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데 손님들은 알지 못하는 분야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사람 하나가 우주라는 말이 허튼소리가 아니다. 이만한 세상 공부가 없다.

희망2 마음을 읽는 요리사

닛산식품을 세운 안도 모모후쿠 (安勝百孤, 1910-2007)는 일본 라면의 아버지로 불린다. 대만에서 태어나 일본으로 귀화했다. 젊은 시절부터 갖가지 사업을 하다 졸딱 망해 겨우 집 한 채가 남았다. 2차 세계대전 패전 후라 너나없이 곤궁하던 시절 아내가 만드는 튀김을 보고 눈이 번쪅떴다. 밀가루 면을 튀긴 꼬불꼬불한 라면은 이렇게 세상에 나왔다. 회사는 불같이 일어났다. 그러나 호황도 잠시, 여기저기서 짝퉁이 등장했다. 1964년 안도는 뜻밖의 결단을 내린다. 라멘공업협회를 설립해 특허권을 양도하고 제조법을 공개했다. "독점을 통해 들판의 한 그루 삼나무처럼 영예를 누리기보다는 커다란 숲이 되어 함께 발전하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제가 여러 가게들을 거쳤지만 기술을 흔쾌히 가르쳐 주는 선배는 없었어요. 각자 눈치껏 배워야 했어요. 주방에 정식으로 들어가고 나서도 그랬어요.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 욕먹기 십상이었죠, 그저 부지런히 움직이며 눈치껏 살폈어요, 국자나 프라이팬으로 얻어터지기도 하고요, 알고 보면 대단한 기술도 아니였어요

기술은 성공을 보장하는 절대조건이 아니다. 주방과 홀에서 정말로 배워야 하는 일이 있다. 요리를 하는 마음, 손님을 모시는 마음이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진심이 없으면 상대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

 

희망3 백년가게를 꿈꾸다

경상남도 진주에 있는 비빔밥집인 천황식당은 1927년에 문을 열었다. 경기도 안성에 있는 설령탕집 안일옥은 1920년에, 활복찌개와 웅어회로 알려진 논산 황산옥은 1915년에 출발했다고 한다. 100년은 역사다. 강산이 열 번 변하도록 가게를 이어왔으니 말이다. 오래된 가게는 도시의 연륜을 상징하고 동네의 깊이를 더해준다. 단골들과 나이를 함께 먹어가는 가게는 품위가 있다. 2018년부터 중소벤처기업부는 백년가게를 선정하고 있다. 경영자의 혁신 의지, 제품과 서비스의 차별성, 영업 지속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202012월 기준으로 전국에 724개가 있다. 서울 종로 선천집, 을지 OB베어, 원주 진미양념통닭, 인천 신포순대, 군산 이성당, 부산 내호냉면, 전주 가족회관처럼 음식점이 가장 많다. 필살기 하나씩은 있는 가게들이다. “진진도 초심을 유지하면 백년가게가 되겠죠. 아직 아장아장 걷는 단계지만 내력은 꽤 됐어요, 제 요리 인생이 모두 녹아 있으니까요, 진진이 곧 왕육성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제 이름을 걸고 창업을 했으니 그럴 만도 하지만 이제 저는 진진의 일부일 뿐이에요. 진진이 뿌리를 내리는 일까지가 제 역할이었어요.”

오래된 가게는 클래식 음악처럼 변하지 않는 품위가 있다.

(진진, 왕육성입니다.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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