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 신문고]

수년간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박태영 하이트진로 사장이 최종적으로 징역형 집행유예가 내려졌다.
수년간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박태영 하이트진로 사장이 최종적으로 징역형 집행유예가 내려졌다.

하이트진로는 오너 2세 박태영 사장의 징역형 집행유예 확정 판결에 대해 "최종 판결을 바탕으로 앞으로 정도경영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박 사장은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이다. 

하지만 이같은 사과로 끝날 사안이 결코 아니다. 엄연히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기업에 손해를 끼친 사람에게 회사 임원 자격을 유지하게 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하이트진로의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에 따르면 ‘기업가치의 훼손 또는 주주권익의 침해에 책임있는 사람을 임원으로 선임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기재돼 있다. 이 원칙을 따를 경우 박태영 사장은 임원 자격에서 물러나야 한다. 

하이트진로의 임원 보수 등에 관한 규정에서도 ‘회사에 중대한 손해를 가하거나 기타 해사 행위를 한 경우’ 또는 ‘임원으로서의 품위를 지키지 못하거나 회사나 계열사의 명예를 실추하는 행위’ 등으로 주주권익에 침해가 발생하는 경우 임원의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하이트진로가 총수일가 소유회사인 서영에게 직접 제공한 부당지원액과 납부한 과징금은 모두 하이트진로에게 손해를 끼쳤다. 이같은 부당 내부거래로 확정 판결을 받은 사람을 계속 경영에 관여하도록 하는 것은 사회적 규범은 물론 정도경영에 어긋난다.  잘못을 저질러도 사과 한마디로 끝난다면 제대로 된 회사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만일 하이트진로 일반 직원이 부당한 일로 확정판결을 받았다면 즉각 해임 등 중징계를 내렸을 것이다. 오너 아들이라는 이유로 관대하게 대하는 하이트진로를 어느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한편 대법원 1부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사장, 김인규 대표이사, 김창규 전 상무, 하이트진로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모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에서 박 사장에게 내려진 징역 1년 3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 형을 확정했다. 김인규 대표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 하이트진로 법인은 1억5000만원 벌금형이 확정됐다.

하이트진로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맥주캔을 제조·유통하는 과정에서 박 사장 소유의 계열사 ‘서영이앤티’에 끼워 넣는 방법으로 약 100억원 상당의 일감을 몰아주며 부당 지원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2007년 142억원이던 서영이앤티 매출은 일감 몰아주기가 본격화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855억원으로 6배 급증했다. 2012년 특수관계인 매출 거래 규모는 1087억원에 달했다. 

서영이앤티는 이러한 부당 이익을 통해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을 27.7% 인수했다. 서영이앤티는 박태영 사장, 박문덕 회장, 차남인 박재홍 하이트진로 부사장 등 오너 일가가 모두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서영이앤티의 지분 58.44%를 가진 박 사장은 이렇게 얻은 수익으로 하이트홀딩스 지분을 사들여 ‘승계 밑작업’에 활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5월 원심 판결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3부는 "서영이앤티를 통해 하이트진로를 지배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변경함으로써 경영권 승계 토대를 마련하려고 했다"며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고 국민 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공정거래법의 취지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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