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시장이 위축되면서 임대주택 공급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전세 사기 여파로 월세가 치솟는 가운데 임대주택 공급마저 빨간불이 켜지면서 서민들의 주거 안전망이 흔들리고 있다. 자투리경제 사진 DB
건설 시장이 위축되면서 임대주택 공급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전세 사기 여파로 월세가 치솟는 가운데 임대주택 공급마저 빨간불이 켜지면서 서민들의 주거 안전망이 흔들리고 있다. 자투리경제 사진 DB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택 공급 확대와 재건축 규제 완화를 빠르게 추진해 건설 경기를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기술인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통해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확실히 풀고, 공공 지원을 강화하는 등 후속 조치에 주력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건설경기 침체, 공사비 급등 등으로 주택 인허가와 착공이 급감하면서 주택 공급 부족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 총리가 건설경기 활성화 의지를 강조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주택 인허가와 착공, 입주물량 급감으로 공급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전셋값 상승마저 계속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6일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2만5810가구에 머물고 있다. 이는 전달 대비 72.7% 급감한 수치다. 이 기간 수도권 인허가는 1만967가구로 전월 대비 81.9% 감소했다. 지방은 1만4843가구로 56.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착공 건수도 크게 줄고 있다. 지난달 전국의 주택 착공 물량은 2만2975가구로 한 달 전보다 41.0% 감소했다. 수도권 착공은 1만2630가구로 46.2% 감소했고, 지방은 1만345가구로 33.25% 줄었다. 

서울 아파트의 입주 물량 또한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임대·주상복합 포함)은 1만1451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이 통계가 집계된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임대주택 공급에도‘빨간불’이 켜지면서 서민 주거 안전망도 흔들리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 임대주택 착공 달성률은 51%에 그쳤다. 당초 연간 착공 계획은 2만1509건인데 실적은 1만944건에 불과했다. LH가 기존 주택을 사들여 시세의 70% 이하로 공급하는 매입임대주택 실적 달성률도 22%에 그쳤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수도권 등 실수요가 높은 곳을 중심으로 공공주택 공급 물량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서울의 경우 길게는 2029년까지 입주 부족 여파가 지속될 것”이라면서 “현재 예정돼 있는 3기 신도시의 용적률과 공원녹지 비율을 조정하는 등 공급을 늘리지 않으면 심각한 주택 공급 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급량이 줄어들면 신혼부부 등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 집을 못 구한다”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수요가 높은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 등의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최근 '뉴빌리지 사업' 을 발표했다. 정비사업이 어려워 주거환경이 열악한 소규모 단독·연립주택 밀집지를 뉴 빌리지 사업을 통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전면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 주거지역에 아파트 수준의 편의시설과 주거환경을 갖춘 부담 가능한 주택(affordable housing)을 공급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노인 주거 문제의 경우 식사와 세탁, 돌봄, 요양 등 일상생활 서비스가 포함된 어르신용 주택 보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취약 어르신들을 위한 공공 임대 주택 공급량도 연 3000 호로 현행보다 3배 가량 늘리겠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2024 건설기술인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총리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2024 건설기술인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총리실

그러나 건설·부동산 시장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책 발표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공급체계를 마련하고 주택시장 구조 변화에 대응한 제도 개편 및 금융시장의 안정화가 필요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19일 발간한 '주택공급 활성화와 부동산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과제' 자료집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지속가능한 공급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며 도심 공급 확대를 위한 정비사업 활성화와 물량 창출을 위한 공급 규제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속하고 원활한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 추진, 사업성 부족 지역에서의 공공참여형 정비사업 활성화 및 정비사업 용적률 체계 개편, 사업비·분담금의 원활한 조달을 위한 금융구조 도입 및 사업구조 개편, 재건축 사업 속도 및 형평성 제고를 위한 상가 관련 제도 개편 등을 세부 과제로 꼽았다.

아울러 주택공급 부족에 대비한 3기 신도시 물량 확대, 주택사업 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공급 축소 완화, 현실성 있는 공동주택 층간소음 규제 마련, 미래 교육환경을 반영한 학교시설 공급 제도 개선 등도 제시했다. 

 

 

저작권자 © 자투리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