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개 못이 그려낸 풍경. 'PAUSE', 유봉상, 2022.10.20~11.10

철,  예술이 되다. 못의 작가 유봉상 개인전 'PAUSE'

 

서울 갤러리 BK 한남(Gallery BK Hannam)''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것의 군집을 이루어 재료가 주는 물질성을 배제시키고 인간 내면의 사색의 순간을 유도하는 작가 유봉상의 개인전 <PAUSE>1020일부터 1110일까지 진행한다.

빛의 강도, 시선의 위치나 각도에 따라 제 각각의 변화를 선사하는 작품이 있다. 픽셀(pixel)과 같은 역할을 하는 무두(無頭) (headless pin)의 형태는 삶은 핀과 같아서 자칫 못의 제 역할을 하는 것일까 의문을 품게 한다. 작가 유봉상은 이러한 얇은 못 하나를 이용해 자신이 경험하고 탐구한 장면이나 형태 등을 부분부분 조각하듯이 심혈을 기울여 화면에 드러낸다. 주로 풍경의 모습을 추상적으로 수놓는 그만의 재료는 수련과 집중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내며 인고의 시간을 거쳐 결국 빛을 머금은 완성형을 이루어 낸다.

오늘날의 자유롭고 폭넓은 현대미술시장에서 유봉상의 못 작업은 재료적 특별성이 부재되어 보이지만 평론가들로부터 '부조적 회화'로 불리며 전통적인 회화의 장르를 넘어 그만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성립하였다. 과거 프랑스 유학시절부터 재료의 실험을 통해 일련의 과정과 시행착오를 거쳐 온 그 세계만큼은 가히 특별하다고 할 수 있겠다. 80호의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평균 300,000개라는 감히 가늠할 수 없는 못의 수량과 끊임없이 겹쳐지는 노동이 필요하다. 루마니아 출신 프랑스 현대 추상 조각의 거장 콘스탄틴 브랑쿠시 (Constantin Brancusi, 1876-1957)는 자신의 전언에서 아티스트의 반복되는 제작 과정을 참다운 진리에 도달하기 위한 고도의 정신적 수행이자 명상의 과정으로 묘사했다. 그의 사상에 빗대어 과연 유봉상이 제시하는 '재료의 군집'은 그가 이루어낸 수행의 방향이며 깊은 의식의 발로가 아닐까 한다.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 문호이자 사상가인 레오 롤스토이(Leo Tolstoy,1828-1919)는 예술가가 의미하는 바를 제3자에게 전달하는 단계의 중심에서 그 둘의 감정이 동일화되는 경험의 발현을 진정한 '예술활동'으로 보았다. 이는 전달하는 자의 예술 관념과 이념의 외연이 확장되는 의미를 내포하고 관람자가 미적으로 감지하는 대상의 개별적 특질을 음미하는 미적 태도로 식별된다. 차가운 소재의 못이 그것의 물질성을 잃고 관객의 발걸음과 눈길을 사로잡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근거리에서 바라볼 때 우리의 감각과 지각을 자극하는 무언(無言)의 황홀함, 가끔은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유봉상의 작품은 보는 이에게 Pause, 잠시 멈추어 가는 순간을 선사한다. 작가 유봉상이 제시하는 영겁의 시간, 그 앞에서 우리는 이유 없는 사색의 시간을 맞이하며 그 속에 깊숙이 잠영하기에 이른다. 물론 재료로부터 오는 예술적 희열이나 감동의 순간이 있지만 작가가 관객에게 바라는 것 한 가지, 오롯한 쉽을 쥐어주는 자신의 화면 속에 흠뻑 빠지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작가의 바람과 의도를 적극 활용하여 공간을 감싸고 있는 그의 세계를 심미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탐미하고 향유하는 경험을 하면 된다.

글 출처 : 최민지, Gallery BK 부관장

 

 

 

 

 

유봉상은 1960년에 태어난 한국 아시아 근현대 작가이다. 1983년에 서울대학교 미술 전공 학사 졸업 후 1987년 서울대학교 미술전공 석사를 졸업했다. 10번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 경력이 있다. 그의 작품은 오페라 갤러리 뉴욕 , 오페라 갤러리 모나코를 포함한 주요 갤러리 및 박물관 등 여러 전시회에서 선보였다.

 

 

 

 

유봉상은 단순한 강철 못을 사용하여 이미지 구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 조심스럽게 빛을 전달하고 드러내는 그는 풍경을 드러내는 그림자와 반사를 만든다. 이 숲과 야생 정글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며 시청자가 위치를 변경함에 따라 성장하고 드러난다.

 

 

현대 사회의 물질문명이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발달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자연적인 것에 더 열망한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자연 속에 살고 있고 자연을 통해 사색하며 그 아름다움을 표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유봉상 작가는 그러한 자연을 사색하여 그만의 조형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는 90년대 중반 프랑스 체류 당시 보스지방의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되면서 그것을 시작으로 포착된 자연 이미지를 그려내는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타카용 핀못을 에어 타카로 자잘하고 균일하게 촘촘히 평면에 박고 때린다.

또 못과 배경의 음영, 조화 속에서 화면을 꽉 채운 못의 은빛 물결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게 되는데 못의 무게와는 반비례하게 하늘거리는 풍경 이미지를 가져다주어 유동적인 빛의 흐름이 만들어 진다.

인공적인 것으로 자연적인 것의 움직임을 표현하고 담아내는 작업은 모순적이고 신선하다. 그의 작업은 화면에 가까이 다가가면 물성이 드러나기 때문에 시각적인 것과 더불어 만지고 싶은 회화로 촉각을 자극하기도 한다. 또한 반복적인 고된 노동의 작업의 결과물은 우리로 하여금 작업의 시간을 가늠케 하고 그것의 지속성을 공유하려 하면 마치 깊은 명상에 잠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자료 출처

아트코리아 방송

https://www.artkoreatv.com/news/articleView.html?idxno=76693

Insightkorea

http://www.insight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87087

미래경제

http://www.mirae-biz.com/news/articleView.html?idxno=9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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