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시장안정을 위한 긴급 자금 지원으로 잠시 위기 국면에서 벗어났던 부동산 PF발 리스크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참고용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지난해 10월 시장안정을 위한 긴급 자금 지원으로 잠시 위기 국면에서 벗어났던 부동산 PF발 리스크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참고용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가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조치와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부실화 대응책이 나왔지만 부동산 시장의 극심한 자금경색 등으로 공사가 지연되거나 아예 사업이 중단된 PF(프로젝트파이낸싱) 현장이 전국적으로 수백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고 자금경색 국면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대우건설이 브릿지론 후순위 연대보증을 서고 있던 울산 동구 일산동푸르지오 주상복합 건축 사업을 부도 처리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해당 사업은 총 480가구의 주상복합 아파트인 울산동구일산동푸르지오를 짓는 것으로 지난해 시행사가 토지매입 및 인허가 비용 확보를 위해 증권사 등으로부터 브리지론을 통해 약 1000억원을 조달했으며, 대우건설은 이 중 440억을 보증했다. 대우건설은 최근 고금리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미분양 우려에 커지자 울산 동구의 주상복합 개발사업 시공권을 포기했다. 문제는 분양시장 침체가 지속될 경우 지방뿐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시공권 포기 사례가 잇따를 수 있다는 점이다.

■ 대우건설, 브릿지론 디폴트…440억원 손실 처리

대우건설은 브릿지론 후순위 연대보증을 서고 있던 울산동구일산동푸르지오 주상복합 건축 사업을 부도 처리했다. 브릿지론에서 본 PF 넘어가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시공사의 책임준공확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브릿지론의 본PF 전환이 무산됐다. 이로 인해 대우건설은 후순위채권 440억원을 자체자금으로 상환하며 사업장으로부터 철수했다. 해당 사업은 울산 동구 일산동에 총 644세대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건설하는 사업장이다. 현재 인상된 공사비 원가(평당 700만원)를 감안하면 전체 시공규모는 2000억원에 달한다. 공사원가를 투입하는 데 미분양으로 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해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PF 사업단계별 리스크 유형. 자료=신영증권

■ PF 구조와 단계별 리스크 검토

부동산 PF의 단계별 구조와 리스크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토지 매입단계에서 일어나는 대출 구조를 브릿지론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대개 토지매입잔금을 치를 때 일으키나 최근 부동산 개발 활황에 토지구입 계약금에서도 대출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시행사가 자기 돈 일부와 증권사의 PI대출(지분 투자)을 받아 계약금을 마련하고, 잔금 납부를 위한 브릿지론을 일으키는데, 토지 구입 단계에서는 어떠한 수익창출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미래의 현금흐름(분양수익)을 담보하기 위한 각종 신용보강이 이뤄진다.

브릿지론은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내어주는 선순위 대출과 중·후순위 대출로 구성된다. 중후순위의 경우 LTV 비율을 넘어서는 대출 실행이기 때문에 본 PF 전환을 염두해두고, 시공사의 연대보증, 채무보증, 매입확약, 이자지급보증, 자금보충약정 등 시공사의 신용보강이 들어간다. 어차피 본PF가 일어날 경우 해당 시공사의 책임준공약정으로 완성 건축물에 대한 신용보강이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에 시공사의 경우 브릿지론 단계에서의 추가 신용보강을 통해 추후 시공계약까지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브릿지론이 본PF로 넘어가는 경우에만 가능한 시나리오다. 본PF가 일어나지 않으면 미착공PF 현장으로 언제까지고 시공사는 시행사 대신 채무를 이행해야 한다.

2022년 12월 전국 미분양세대수 6.8만…2012년 7.5만세대 이후 최대치

대우건설의 지난 9월말 기준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총 PF대출잔액은 1조2294억원에 달한다. 지난 4분기 실적발표에서 총PF대출 보증잔액은 1조1879억원으로 소폭 줄었으나 미착공PF잔액은 9649억원으로 전년말(2431억원)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리스트 중 주택 사업과 관련된 사업장은 로쿠스(노량진), 용진디앤씨(대전 계백), 자양파이브PFV(자양5구역), 진접2대토개발(남양주 진접), 유토개발2차(대전 도안), 파이오니아달성(대구로 추정), 남동타운(남동 용인), 디씨알이(인천시티오씨엘)로 8개 사업장으로 추려볼 수 있다. 이중 대구 지역 파이오니아달성 보증 285억원(만기 24년 2월)의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2022년 12월 전국 미분양세대수는 6만8000세대로, 2012년 7만5000세대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1월 미분양세대수는 7만세대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추산 1분기말 PF ABCP 만기 물량은 3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신영증권 박세라 연구원은 "작년 10월 긴급 유동성 지원으로 1차 자금 위기를 막았던 현장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울산 일산동 사례와 같은 PF 디폴트 발생 가능성이 보다 높아졌다"며 "브릿지론을 포함한 부동산PF의 유일한 현금수입원은 오직 분양대금이다. 이는 미분양이 해소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시세 하락이 멈추지 않는 현재 국면에서 미분양 세대수는 분양물량이 늘어날수록 증가하고 있다"며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믿고 섣부른 역발상 투자를 논하기 이른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2022년 12월 전국 미분양세대수는 6만8000세대로, 2012년 7만5000세대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1월 미분양세대수는 7만세대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추산 1분기말 PF ABCP 만기 물량은 3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료=신영증권

 

■ 중소형 증권사, 부동산 PF 영향 일제히 어닝쇼크

중·후순위 딜 위주로 부동산 PF 사업을 진행한 중소형 증권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중순위나 후순위처럼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펀드를 많이 보유하거나 유동화했다는 점에서 대형사에 비해서 이익 변동성이 더 확대될 우려가 높다.

SK증권은 지난해 잠정 영업이익이 15억원으로 전년 대비 97.1% 급감했다. 당기순이익은 1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96.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9% 감소한 438억원을 기록했지만, 당기순손실은 47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해 잠정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3.3% 줄어든 985억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은 766억원으로 같은 기간 56.5%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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