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1일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5%에서 동결했다. 물가상승률이 4% 초반대로 낮아진 데다 지난해 4분기 우리 경제가 역성장 하는 등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1일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5%에서 동결했다. 물가상승률이 4% 초반대로 낮아진 데다 지난해 4분기 우리 경제가 역성장 하는 등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료=대신증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기준금리 연 3.5% 동결내용을 발표하면서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국내 금리 인상 사이클(국면)이 끝났다는 시장 반응에 대해 “시장의 기대가 과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물가가 중장기 목표(2%)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 금리 인하를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물론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물가가 안정권에 접어들었지만 완전하기 잡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 금통위는 '신중 모드'

실제로 이날 금통위원 중 5명은 향후 3.75%까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향후 통화정책방향에 대해서는 물가상승률 둔화 속도, 금융안정 상황 및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 상황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기준금리를 동결하되 '통화긴축' 기조는 유지하고 인플레이션 상황 등에 따라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통위는 SVB 사태로 글로벌 경기 하강 위험이 커진 점을 이달까지 2연속 금리 동결을 결정하게 된 주된 배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동결 결정의 또다른 요인은 경기 침체다. 11년 만에 두 달(1~2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통관기준 무역수지도 3월(-46억2000만 달러)까지 13개월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동결한 가운데 "당분간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국내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고 물가도 상승률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자료=현대차증권

 

■ 시장은 금리 인하에 무게

하지만 한은의 긴축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에 주요 대출금리는 이미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특히 고금리에 가계와 기업이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연말로 갈수록 기준금리 인하 압력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신규 코픽스는 3.53%으로 3개월째 하락세다. 이달 초들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하단은 연 3%대로 하락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이 총재가 시장에 단호하게 얘기하려고는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라며 "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마무리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5%로 연내 저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은이 8월부터 금리인하를 단행하거나 인하 시기를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권기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산유국의 추가 감산이나 국내 공공요금 인상 등 물가 상승 요인이 있지만 이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 여파로 연말로 갈수록 금리 인하 압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연내 금리 인하가 단행되더라도 그 예상 시기는 종전보다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SVB·크레디스위스(CS) 사태 등 금융 시스템 리스크 완화 국면이 아직 초입이라는 점에서 한은은 충분히 시간을 두고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오후 1시 현재 국고 3년물 3.24%, 10년물은 3.27% 수준으로, 기준금리 대비 20bp 이상 역전된 상황이다. 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평가로 채권시장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료=삼성증권
11일 오후 1시 현재 국고 3년물 3.24%, 10년물은 3.27% 수준으로, 기준금리 대비 20bp 이상 역전된 상황이다. 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평가로 채권시장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료=삼성증권

다음은 4월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전문.

□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에서 유지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물가상승률의 둔화 흐름이이어지겠지만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주요국에서 금융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되는 등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만큼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금융안정 상황 및 여타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 상황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다.

□ 세계경제는 예상보다 양호한 회복 흐름을 나타내었으나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파산 사태로 주요국에서 금융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되면서 경기 하방 위험이커졌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근원물가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둔화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금융부문의리스크와 미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에 영향받아 주요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었다. 미 달러화는 3월 초까지 강세를 나타내다가 금융불안영향으로 미 연준의 긴축 기대가 약화되면서 약세를 보였고, 주요국의 장기 국채금리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다 3월 중순 이후 큰 폭 하락하였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둔화 속도, 금융부문의 리스크 상황,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및 미 달러화 움직임, 중국경제의 회복 상황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 국내경제는 소비가 지난해 4/4분기 부진에서 다소 회복되는 모습을 나타내었지만 수출이 IT 경기부진 심화로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성장세 둔화가지속되었다. 고용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황이지만 경기 둔화로 취업자수 증가폭축소가 이어졌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그간의 금리인상 영향등으로 상반기까지는 부진한 성장 흐름을 이어가겠으며, 하반기 이후에는 IT 경기부진 완화, 중국경제 회복의 영향 등으로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년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1.6%)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망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 소비자물가는 3월중 상승률이 전월 4.8%에서 4.2%로 낮아지는 등 둔화 흐름을이어갔다. 이는 석유류 가격 하락폭이 확대되고 그간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던가공식품 가격의 오름세가 둔화된 데 주로 기인한다. 3월중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4.0%로 전월과 동일하였고,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3.9%로 전월보다 소폭 하락하였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 수요압력 약화 등의 영향으로 2/4분기 이후에는 3%대로 낮아지는 등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며, 금년중 연간으로는 지난2월 전망치(3.5%)에 부합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최근의더딘 둔화 흐름을 고려할 때 지난 전망치(금년중 3.0%)를 다소 상회할 가능성이큰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물가 전망에는 국제유가 및 환율 움직임, 국내외 경기둔화 정도, 공공요금 인상 시기 및 폭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 금융·외환시장에서는 국제금융시장 움직임에 주로 영향받으며 주요 가격변수의변동성이 확대되었다. 장기시장금리는 3월 초까지 주요국 국채금리와 함께 상당폭 높아졌다가 실리콘밸리 은행 사태 이후 큰 폭 하락하였다. 원/달러 환율은무역수지 흐름, 주요국 금융불안 우려, 미 연준 긴축에 대한 기대 약화 등에영향받으며 상당폭 등락하였다. 가계대출 감소와 주택가격 하락이 지속되었지만그 폭은 축소되었다.

□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운용해 나갈 것이다. 국내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고 물가도 상승률 둔화 흐름을이어가겠지만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성장의 하방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간의 금리인상파급효과,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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