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한국투자증권

일본 주요 게임기업들의 모바일 사업강화 등 멀티채널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3월 닌텐도(Nintendo)가 DeNA와의 사업제휴를 통해 스마트폰 게임 출시를 발표했다. 반다이 남코(Bandai Namco)는 자사 보유의 다양한 IP(Intellectual Property)를 외부에 오픈하며 라이선스 사업 강화를 선언했다. 스퀘어에닉스(Sqaure Enix)도 주요 게임 콘텐츠에 대한 온라인-모바일화 작업에 속도감을 내고 있다. 과거 일본 게임기업들은 글로벌 트렌드를 놓치며 게임시장 내 헤게모니를 상실했다. 하지만 강력한 IP 경쟁력을 기반으로 모바일사업을 강화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회복 중이다.

■ 주요 일본 게임기업, 강력한 IP를 활용한 멀티채널 전략 본격화

일본 게임기업들의 주가는 과거 콘솔 기반 게임업체들이 모바일사업을 강화하면서 2015년 초부터 차별화되기 시작했다. 닌텐도, 반다이남코, 스퀘어에닉스, 코나미, 코에이 등 전통 게임업체들의 주가는 상승한 반면 Gree, Gungho 등 기존 모바일 게임 선도업체의 주가는 하락했다(2015년 10월 5일 현재 연초 대비 주가 등락률: 닌텐도 +70%, 반다이남코홀딩스 +14%, 스퀘어에닉스 +21%, 코나미 +18%, 코에이테크모 +2%, 캡콤 +28% vs.DeNA +55%, Gree -25%, Gungho -16%). 시장에서는 전통적인 게임기업들의 모바일 게임 사업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는데, 여기에는 해당 기업들의 구조조정에 따른 수익성 개선 효과도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 일본 게임산업 무엇이 문제였나?

과거 일본은 게임산업의 강국이었다. 당시 소니, 닌텐도, 반다이남코, 스퀘어에닉스, 코나미, 코에이 등 콘솔게임 중심의 일본 기업들이 글로벌 게임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게임산업의 패러다임이 모바일로 전환되면서 일본의 주요 게임기업들의 위상은 빠른 속도로 악화됐다. 모바일 패러다임이라는 시대 변화에도 콘솔 게임 플랫폼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요 기업들은 자사의 게임사업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급격한 매출 감소를 경험했으며, 글로벌 게임산업에서의 존재감도 약화됐다.
물론 일본에서도 2000년대 후반 DeNA, Gree를 중심으로 모바일 게임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DeNA, Gree는 일본 최대의 게임 퍼블리셔로 SNS(Social Network Service) 기반의 플랫폼을 통해 게임을 공급했다.

하지만 일본의 모바일 게임시장은 한국 등 기타 선진국에 비해 발전과 성장 속도가 느렸다. 이는 상대적으로 스마트폰 보급률이 낮아 모
바일 게임시장이 피처폰(vs. 스마트폰), 웹브라우저(vs. 어플리케이션) 환경에 정체됐던 기간이 길었기 때문이다. 또 콘텐츠 측면에서도 TCG(Trading Card Game) 장르의 성공 이외에는 다양성이 결여됐다. 일본업체들은 네이티브앱 게임(Native App Game: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기반 모바일 게임) 중심의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으며, 그만큼 시장에서의 존재감도 부각되지 못했다.

일본 모바일 게임시장의 경우 주요 선진국에서는 2000년대 후반부터 주류를 이뤘던 네이티브앱 게임으로의 전환이 느렸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모바일 게임시장 초기에 피처폰 기반의 게임이 득세했던 경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또 당시 DeNA, Gree 등 플랫폼(퍼블리셔) 업체들이 주로 웹브라우저 기술 기반의 게임을 공급했다는 점도 네이티브앱 게임시장의 개화가 늦어졌던 요인이었다.
콘텐츠 부족도 일본 모바일 게임시장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모바일 게임시장 초기의 주요 장르는 TCG(Trading Card Game)에 한정됐다. 그 동안 일본 시장이 콘솔 중심으로 성장해오면서 온라인(PC) 게임 분야에 대한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어 모바일 게임에 적합한 콘텐츠를 빨리 개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빠찡코(슬롯머신)에 익숙한 일본인들에게 TCG 장르의 ‘가챠(Gotcha)’ 아이템(item) 구매방식(게임업체에게는 과금방식)의 인기가 지속되면서 새로운 장르의 게임을 개발하려는 유인도 낮았다.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폰 게임(네이티브앱)시장이 개화한지 2년 정도밖에 안돼지만 2013 년 모바일 게임업체인 Gungho 가 ‘Puzzle & Dragon’을 히트시키며 일본시장에서도 네이티브앱 게임(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게임)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Puzzle & Dragon’은 기존 일본의 모바일 게임과는 달리 DeNA 와 Gree 의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고, 애플과 안드로이드 앱스토어에 직접 공급하는 방식을 택했다. 또 기존의 TCG 장르에서 벗어나 퍼즐과 RPG 등 고사양 게임에 대한 수요를 본격적으로 창출하는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2013 년 일본의 스마트폰 게임시장 규모는 5468 억엔으로 전년 대비 78% 증가했으며, 전체 게임시장 내 비중이 2012 년 31%에서
50%로 상승했다.

‘Puzzle & Dragon’의 성공 이후 일본의 모바일 게임시장은 네이티브앱 게임 중심으로 전환됐고, 소구력 있는 콘텐츠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일본 게임산업은 대규모 개발비와 마케팅비 집행을 통해 핵심 IP 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가능한 업체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출처=한국투자증권

 

■ 2015년은 일본 게임기업 재도약의 원년

콘솔 게임 시대의 패권을 쥐고 있었던 일본의 주요 게임기업들은 2015년을 기점으로 모바일 게임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다수의 기업들은 과거 제한적으로 활용되던 게임 콘텐츠 IP(Intellectual Property)를 모바일 게임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 상반기 닌텐도는 DeNA와의 협업을 통해 모바일 게임을 개발할 계획을 공식화했으며, 반다이남코도 자사 보유 IP를 외부에 공개해 다수의 모바일 게임업체와의 제휴 가능성을 높였다.
특히 닌텐도의 모바일 게임사업 진출은 의미가 크다. 닌텐도DS, Wii 등 콘솔 게임사업을 영위하는 닌텐도에게 모바일 게임사업 강화는 자사 하드웨어사업 잠식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PS(PlayStation) 등 하드웨어사업의 비중이 높은 소니(Sony)가 모바일사업 진출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 닌텐도는 모바일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글로벌 콘솔 게임시장의 성장성은 둔화된 반면 개발비와 광고판촉비 등 비용은 지속 증가해 이익창출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닌텐도와 마찬가지로 대다수의 일본 게임기업들이 모바일사업 진출은 계획하고 있다. 기존 콘솔 게임시장에만 안주할 경우 지속적인 이익성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전방산업의 성장성이 둔화됐음에도 지속 증가하는 개발비와 광고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판매창구(멀티채널)가 필요하다.

■ 경쟁력의 핵심은 보유 중인 핵심IP

주요 일본 게임기업에게 보유 IP들은 핵심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이미 검증된 IP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게임시장에의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닌텐도의 ‘포켓몬스터’, ‘슈퍼마리오’, 반다이의 복고게임, 인기 애니메이션, 스퀘어에닉스의 ‘파이널판타지’, ‘드래곤
퀘스트’ 등 핵심IP들의 모바일 게임 전환을 강화하고 있다. 해당 IP들은 과거 콘솔 게임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대작들로 모바일 게임 전환 이후에도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게임은 수익창출 기간이 개발기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다. 또한 수많은 경쟁사와의 무한경쟁 속에서 마케팅 혹은 플랫폼 능력이 중요한 성공요인으로 작용한다. 물론 근본적인 경쟁력인 게임성도 중요하다. 다만, 최근 게임성이 동질화되는 경향이 강해지며 마케팅(플랫폼) 포인트 및 IP경쟁력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대형 게임 플랫폼(퍼블리셔)를 중심으로 소구력 있는 IP가 지속적인 인기를 누리고,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 게임시장에서 핵심 IP 확보 경쟁이 활발한 것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는 현상이다.

일본 주요 게임기업들이 보유한 주요 IP는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과거에 소구력이 검증된 IP를 활용해 흥행성이 보장되고, 개발비 절감 및 마케팅 효과가 극대화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특정 IP의 게임화 작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출시 전략에서 각국의 플랫폼 파트너와의 관계(핵심 IP의 경우 단독 퍼블리싱도 가능)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협상력(핵심 IP의 경우 최고 수준의 수익배분도 보장받을 가능성 있음) 유지가 가능할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 정희석 연구원은 "‘포켓몬스터’, ‘드래곤볼’, ‘파이널판타지’ 등의 IP 자체에 대한 전 세계적인 인기와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의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지도가 이미 확인됐다는 점에서 성공가시성은 높다"며 "일본 게임업체들은 경쟁력 있는 IP를 보유하고도 지금까지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이제부터는 자신들의 무기를 최대로 활용한 공격적인 사업전개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자료=한국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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