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발생한 '신림동 흉기난동' 을 비롯 ‘독극물 테러 의심 우편물’ 사건 등이 잇따르면서 사회 전반으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특정 다수를 범행 대상으로 삼는 무차별 범죄라는 점에서 ‘내가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으로 번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상 속 공포'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고,  ‘삼단봉’ ‘호신용 스프레이’ ‘전기 충격기’ 등 호신용 제품들은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지난 28일 살인 혐의로 구속 송치된 신림동 흉기난동범 조선(33)의 범행 장면이 담긴 영상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되면서 공포감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수요일날 신림역에서 한녀(한국여성) 20명 죽일 것'이라는 살인 예고글을 올린 20대 남성이 구속된 바 있다. 또 경기 의왕시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20대 남성이 성범죄를 목적으로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정체불명의 해외발(發) 괴소포 소동 이후 우편물 관련 112 신고 접수 건수는 지난 20일 첫 신고부터 약 일주일 동안 전국에서 총 3604건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3월에는 경기 용인시 죽전역으로 향하던 수인분당선 지하철 내에서 30대 여성이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아줌마 휴대전화 소리 좀 줄여주세요"라는 말이 기분이 나빠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 5월에는 부산에서 과외 교사를 구한다며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만난 또래 여성을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정유정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같이 최근 ‘묻지마 흉기 난동’ 등 강력 범죄가 잇따르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호신용품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과거 상대적 약자인 여성이나 노인이 피해자가 됐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신체적으로 건장한 2030 남성들이 피해자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호신용 경보기를 구매한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타거나 인파가 몰리는 도심 주변을 갈 때 호신용을 갖고 다니기 사람들이 많아졌다. 또 후추 스프레이를 사서 직장 동료들에게 나눠주는 경우도 있다. 

네이버 쇼핑 ‘트렌드 차트’ 순위에 따르면 26일 기준 전 연령대(10∼50대)가 가장 많이 검색한 키워드는 ‘호신용품’이었다. ‘삼단봉’ ‘호신용 스프레이’ ‘전기 충격기’ 등 특정 호신용품 명칭도 검색 순위 10위 안에 들었다. 호신용품은 사건 이튿날인 22일부터 5일 내내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로 꼽혔다.

경찰 사이렌 소리가 나는 호신용 앱, 생존 호신술 유튜브 영상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치열해지는 경쟁과 양극화 탓에 분노와 불만으로 인한 범죄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21년 경찰청과 한국문화 및 사회문제 심리학회가 주최한 관련 세미나에 따르면 2017년 이상동기 범죄자를 분석한 결과, 48명 중 31명은 3040 세대였다. 특히 35명은 월평균 소득이 아예 없는 이들로 확인됐다.

묻지마 범죄자를 가중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처벌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극단적인 분노와 증오로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묻지마 범죄의 증가는 사회가 병들어 있다는 경고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시대가 안고 있는 사회적 병리와 형사 및 사회복지 정책의 사각지대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식하고 관련기관이 협력체계를 구축해 치료와 보호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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