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국토교통부와 새만금개발청에 새만금 기본계획을 새로 수립할 것을 지시했다. 

국토부에 새만금 SOC사업 점검 TF팀을 구성해 하나 하나 꼼꼼하게 적정성을 따지겠다는 것이다. 국토부 최임락 국토도시실장(새만금 SOC사업 점검 TF 팀장)은 객관적인 점검을 통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잼버리 대회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보였던  새만금 공항 철도 연결도로 사업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기본계획 재검토에 들어갈 경우 당연히 새만금 공항과 철도, 연결도로 등 사회 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한 대규모 예산 삭감이 불가피하다. 일부 사업의 경우 백지화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송언석 의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새만금 SOC 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무려 1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가치로 추산한 1991년 고성 잼버리 행사 당시 SOC 사업비(513억원)의 200배가 넘는 규모다. 현재 진행 중인 주요 새만금 SOC 사업으로는 ▲새만금 신항만(3조2000억원) ▲새만금·전주 고속도로(1조9200억원) ▲새만금신항 인입철도(1조3282억원) ▲새만금국제공항(8077억원) ▲내부동서·남북도로(7886억원) 등이 있다.

새만금 국제 공항은 2028년까지 총사업비 8077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잼버리 참가자 4만 3000명의 교통편의를 높인다는 이유로 지난 7월 26일 남북도로가 완공됐으며 전주~새만 금고속도로도 추진되고 있었다.

새만금 기본계획을 다시 수립하기로 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제대로 잼버리 준비를 하지 않고 적당히 얼버무린 뒤 공항과 철도, 연결도로 등 사회 간접자본(SOC) 사업 등 '잿밥'에만 관심을 둔 결과다.

새만금 세계잼버리 주최 측은 1000억원대의 예산 대부분을 야영장 조성보다 조직위원회 운영에 쓴 것으로 드러났다. 잼버리를 앞세워 인프라 확충에만 비중을 뒀지 행사 성공 개최는 안중에도 없었다는 점이 속속 밝혀졌다.

야영을 하면서 거친 환경을 이겨내는 것이 잼버리 정신이지만 열사병 환자 등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폭염대책에는 무엇보다 철저를 기했어야 했다. 폭염 대책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고, 위생시설도 엉망이었다.
 

조직위가 준비한 폭염 대비시설은 그늘막과 덩굴터널, 샤워장, 급수대 등 수분 공급시설 등이 전부였다. 

정부가 내년 새만금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한데 이어 새만금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예산 따먹기로 변질된 지역 사업 말고 정말 새만금을 살릴 수 있는 길을 처음부터 다시 내겠다는 계획이다. TV조선 화면 캡처
정부가 내년 새만금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한데 이어 새만금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예산 따먹기로 변질된 지역 사업 말고 정말 새만금을 살릴 수 있는 길을 처음부터 다시 내겠다는 계획이다. TV조선 화면 캡처

배수에 문제가 있다는 것도 지적됐지만 묵살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북도와 여성가족부 공무원들의 잼버리를 핑계 삼은 외유성 해외출장도 도마 위에 올랐었다. 또 잼버리대회 행사 직전에야 본부 건물 사용에 대한 임시허가를 받는 등 대회준비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그럼에도 새만금 개발계획은 무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또한 이번 기회에 새만금 기본계획을 발전적으로 수립해보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한 총리는 지난달 30일 오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기업 친화적으로 새만금에 대해 큰 그림을 그려서 전북 경제에 생생한 활력소를 불어넣자는 게 기본 취지”라고 답변했다.

전북도가 잼버리를 핑계로 새만금 SOC 예산 빼먹기에 집중했다는 비난은 당연히 받아야 한다.

하지만 비온뒤 땅이 더 굳는다고 했다.

엄중하게 잘잘못을 분명하게 따져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전북 경제에 실질적인 활력소가 될 수 있는 '새만금 빅픽처(큰 그림)'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새만금 개발 사업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일각에서는 쌀 농사를 위해 조성했던 농업 용지의 비중을 줄여 기업형 스마트팜을 조성하고,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된 새만금 산업지구에 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국내외 첨단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 면적의 3분의 2에 달하는 새만금을 ‘신재생 에너지와 첨단 산업이 결합한 자족형 미래 도시’로 조성하자는 것이다.

잼버리 대회가 파행으로 끝났지만 이번 일이 새만금 사업을 한층 더 발전시키는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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